토란줄기가 시원스레 자라고 있는 집이 보였다. 토란잎에 물방울이 맺히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대나무살 위에 비닐을 씌운 우산조차 귀하기만 했던 어린 날, 여름철 소나기를 피하는데는 토란 큰 이파리가 최고였다. 토란줄기를 말려두었다가 육개장에다가 넣어 끓이면 그 맛이 각별했다. 어렸을때 어쩌다가 먹어본 토란줄기를 넣어끓인 닭개장 맛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툇마루와 처마밑에 곱게 쌓아둔 장작더미는 다가오는 겨울대비용인가 보다. 하기사 추운 겨울에는 땔감이 가득한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낄 정도니까..... 나는 무섬마을의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이다. 사라져가는 귀한 장면들을 슬쩍슬쩍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담장위에는 호박덩굴이 감아 나가고 그 밑에는 봉숭아가 피어있었다.
이 정도크기의 호박이라면 송송 썰어서 칼국수에 넣어서 끓이면 좋겠다. 청양고추와 파를 듬뿍 썰어넣은 양념장을 칼국수에 살짝 얹어 먹었으면 좋겠다. 비도 오는 날인데...... 점심때가 가까워서 그런지 자꾸만 먹는 것이 생각났다.
깨가 제법 자랐다. 깨에 달린 아파리들이 거의 내려앉은 것을 보면 추수할때가 슬슬 다가오는 모양이다.
담장밖에 자라는 대추나무가 참 크다. 대추나무가 저런 식으로 크게 자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얼핏봐도 대추 굵기가 제법 실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햇볕을 받는쪽부터 밤색으로 물들다가 나중에게는 붉게 변할 것이다.
마을 구경을 온 외지인들이 골목을 밟아보고 있었다. 담장밑에 자라는 잡초조차 정겨운 곳이 한옥마을이다.
돌담위에 자라는 호박들이 제법 굵었다. 초가지붕 뒤쪽으로 전망대가 보였다.
올해 우리집 담장밑에 호박싹이 돋았다. 너무 신기해서 가만 두었더니 녀석은 장미넝쿨을 덮고 마구마구 자랐다. 제법 굵은 호박 한덩이가 아직도 달려있는데 아내는 그 녀석만 남기고 얼마전에 덩굴을 걷어냈다. 호박은 거름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한여름 햇살이 뜨거우면 호박잎은 가장자리부터 밑으로 쳐지기 시작한다. 그랬다가도 새벽이슬을 맞으면 아침엔 탱탱하게 펴지는 법이다.
말하기 좋고 부르기 쉬워서 전망대라고 불렀지만 원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는 건물이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을 낀 초가 뒤안에는 텔레비전 수신용 안테나가 서있다. 한때는 도시의 집집마다 안테나가 마구 치솟아 있었다. 그것도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경가운데 하나다.
전망대 옆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갔다.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한눈에 거의 들어온다. 잡초가 우거진 마당을 보면 왠지 안쓰러워진다. 노인만이 사는 집이거나 비어있는 집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생각에는 마당과 방안만은 정말 정갈하게 해두어야 한다. 주인의 품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마당이기도 하다. 마을을 휘감아나간 둑 위에는 승용차들이 줄을 섰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음식점을 찾았다. 무섬마을 안에는 음식점이 한곳 있다.
홍수대비용이었을까? 마루가 느높았다.
찾았다. 무섬골동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점이다. DAUM 국어사전에 의하면 골동반(骨董飯)이라 함은 여러
열려진 대문을 들어섰다. 방마다 손님이 그득한 것 같았다.
주인에게 문의해보았더니 오늘따라 손님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한단다.
무작정 기다릴 처지가 되지 못해서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미리 예약을 해두고 가면 편하겠다. 선비정신이 깃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허사가 되고 말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뷔빔밥이라는 말을 여러가지 사전을 가지고 확인해 보았는데 정확하게 어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민족생활어사전, 우리말 갈래사전, 한국문화상징사전, 한국민속대사전, 동아 원색 대백과사전 등을 뒤졌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구글을 가지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한국전통 음식연구소의 글에 의하면 시의전서라는 옛날 책에 부븸밥이라는 낱말이 등장한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비빔밥의 고어라고도 주장하던데.....
슬슬 걷히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뒤로하고 우리는 승용차에 올랐다. 봉화닭실마을 가는 길 중간에 점심을 해결해야만 했다. 비오는 날 슬쩍 들어와본 무섬마을에서 느끼는 정취는 각별했다. 이런 전통마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게 여간 귀한게 아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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