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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비오는날 슬쩍 들어가본 무섬마을 1

by 깜쌤 2013. 8. 31.

 

방학이 다 끝나가는 8월23일, 친하게 지내는 다른 교회의 집사 한분이 모처럼 시간이 났다며 아무데나 가보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자기 생업을 접고 하루 시간을 내어준 것이므로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기가 심히 미안하고 낯간지러웠지만 봉화 산골짜기 몇군데에 대한 매력과 한번은 가보아야한다는 집착에 눈이 어두워 염치없이 수락하고 말았다.    

 

 

아침 7시경에 경주를 출발해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번 여름에는 어디 멀리 다녀올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계획이 없었으니 실천에 옮길 일도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7월 말에 전주와 청주를 다녀왔는데 공식적인 일때문이었고 서울 나들이를 한것은 집안일 때문이었으니 공식적인 휴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올라가는 도중 군위 인각사를 들렀다가 영주댐 건설현장 옆을 지나 영주 무섬마을에 도착했다. 여긴 이년에 한번 정도는 오는 동네라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같이 짬을 내어 동행한 분은 처음이어서 소개를 해드리고 싶어 들어가본 것이었다.

 

 

무섬마을 축제기간중이라 행사 안내를 위한 여러가지 플래카드를 강변에 가득 걸어놓았다. 나는 그런 것을 보며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없었다. 여기는 고즈녁함을 자랑하는 전통 민속마을이다. 민속마을이면 민속마을다운 그런 축제를 기획하고 실시하는게 옳은 일이 아니랴 싶다.

 

 

이 조용한 마을에 사륜 오토바이와 스쿠터 대여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남을 아무렇게나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런 발상은 어찌보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마을이 간직하고 있는 분위기에 비해 좀 과하다 싶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시화전이나 모래체험같은 행사가 함께 치루어진다는 것이지만 다시 한번 더 심사숙고 해볼 일이다.

 

 

영주댐 건설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래들도 예전의 모래가 아니다. 자갈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리 좋은 징조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한 십리쯤 되는 상류에 영주댐이 만들어져서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글에서도 몇번 강조한 사실이 있지만 내성천같은 강은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댐공사를 강행한 당국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붙여놓은 안내판같은 것도 깔끔하게 정비를 했으면 좋겠다. 미적인 감각도 좀 더 살리고 말이다.

 

 

물길 가에 얕은 둑을 만들어놓은 것은 물고기잡기 체험 행사장같았다. 내가 어렸을때는 저런 식으로 ㄷ자 모양의 둑을 쌓고 입구를 좁게 해놓은 뒤 등겨가루를 뿌려두면 아래쪽에서부터 물고기가 먹이에 끌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럴때 입구를 싸리발이나 대나무발로 막고 속에 갇힌 고기를 잡는 식으로 물고기를 잡았다.

 

 

무섬마으로 들어가는 길은 두군데뿐이다. 마을 뒤로 연결된 큰길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내성천을 가로지른 시멘트다리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예전에 저 다리가 없었을때는 비만오면 고립되는 물속의 마을 같은지라 사람들이 물섬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리라. 그러다가 ㄹ탈락현상을 일으켜 무섬이 되지 않았을까?

 

 

 

지도 한가운데 빨간 색으로 체크표시를 해둔 곳이 무섬의 위치다. 안동과 영주, 예천에서 갈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가까운 곳은 영주다. 부석사를 구경하고 지나는 길에 한번 슬쩍 들러보면 좋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마을은 하회나 회룡포처럼 강물이 마을을 빙돌아 감아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큰지도로 바귀어 뜬다. 지도에서 왼쪽 수도리라고 하는 곳이 무섬마을이다. 수도리 마을 부근에서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흘러온 서천과 봉화에서 흘러온 내성천이 합류한다.

 

 

 

마을이 위치한 자리도 절묘하거니와 반남박씨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인데다가 전통가옥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이 마을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전통 마을 앞에는 너른 백사장이다. 이 맑고 깨끗한 백사장에 먹고 노는 판을 벌인다는 그리 현명하지 못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좋은 것을 주어도 가치를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살면서 느낀 것인데 천한 아름다움은 뭇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이 아니고 경멸을 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개념은 단아함이나 고졸함, 우아함이지 천박함이나 분주함이나 소란스러움이나 돈놀음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무섬마을의 상징은 한옥과 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다. 나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 위해 강변으로 내려섰다.  

 

 

백사장에서 모래작품 만들기 행사를 실시했었을까? 

 

 

비가 와서 그런지 모래가 젖어있었다. 나는 외나무다리 위로 올라섰다.

 

 

외나무다리가 시작되는 곳의 물속 모래는 검게 오염되어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어렸을때는 이 물을 그냥 마셔도 아무 탈이 없었다.

 

 

모래바닥은 왜 이리도 흐리더란 말인가? 이게 다 인간의 무지막지한 파괴와 훼손과 오염행위 때문이다. 나는 아픈 마음을 안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보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