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운(山雲)마을은 금성산과 비봉산 마을 산자락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금성산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산이름일지 몰라도 지질학을 전공하는 분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화산의 흔적을 안고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왼쪽에 보이는 산이 금성산이고 오른쪽에 있는 산이 비봉산이다. 비봉산이 671미터로 531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금성산보다 약간 더 높다. 갑자기 생뚱맞게 산운이니 금성산이니 비봉산이니 하고낯선 이름들을 들이대니 어디쯤에 있는 지명일까 하고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경북 의성에 있는 산과 마을 이름이다.
산밑에는 예로부터 대감마을이라고도 부르는 산운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산운마을은 영천 이씨들이 터잡고 살아온 마을이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었던 농암 이현보선생이 영천이씨다. 농암선생과 관련이 있는 농암고택(=농암종택)은 안동 도산서원 북쪽 가송리에 있다. 오늘 소개하는 산운마을은 그 분과 큰 관련이 없는 곳이지만 영천이씨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끌어온 것 뿐이니 오해는 말기바란다.
이런 귀한 마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니던가?
나는 어머니를 뵈러 갔던 길에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보았다. 의성군 금성면 소재지인 탑리에서 약 2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마을이어서 걸어가도 된다. 택시를 타면 5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될것이다. 물론 나는 걸어갔다. 마을 입구 쉼터에서 숨을 돌린 뒤 학록정사부터 살펴보았던 것이다.
한국사에 어지간히 밝은 분이 아니라면 학동(鶴洞) 이광준선생을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 싶다. 물론 나도 처음 들어보는 성함이다. 그분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 바로 학록정사라고 한다.
문이 열려져 있길래 안으로 슬며시 발을 넣어보았다.
마당엔 잡풀이 제법 자라있었다. 워낙 넓고 큰 곳이니 청소하기가 그럴 것이다.
학록정사라는 현판 글씨가 아주 단아하다. 강세황선생의 글씨라고 전한다. 표암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스승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이름은 학록정사이지만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후진양성을 하기도 했던 곳이라고 전한다.
토담너머로 비봉산이 보였다.
학록정사의 건물배치는 어찌보면 서원의 구조와 비슷한데가 있다.
나는 주인없는 빈집을 구경하는 것이 싫어서 슬쩍 돌아본뒤 밖으로 나왔다. 담장 안 제일 뒤에 보이는 건물이 사당이리라.
담을 끼고 모퉁이를 돌았더니 여기저기 자리잡은 한옥이 보였다.
깨밭너머로 보이는 학록정사는 하늘에서부터 살포시 내려앉은듯 하다.
규모가 제법 큰 한옥들이 즐비했다. 이 정도 규모가 있는 집이 가득한 것을 보면 예사로운 동네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을에는 고택이 마흔채 정도 남아있단다.
시시한 규모의 집은 없는듯 했다. 제법 번듯번듯한 집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괜히 기가 죽었다.
근본이 천한 나같은 미욱한 사람과는 출신 성분이 다른 분들이 사는 것 같다.
나같은 사람은 요즘 같은 민주국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무슨 집인데 국기게양대까지 있는 것일까?
의성군 금성면에는 신라시대에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었던 조문국 옛터가 있다.
그러니 나름대로는 들이 제법 넓고 풍요로운 곳이었다.
그런 여력이 쌓인 곳인데다가 명문대가 출신의 벼슬아치가 터잡고 살아왔으니 규모가 큰 한옥들이 오늘날까지 남아있게 되었으리라.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골목 여기저기 자리잡은 한옥들이 너그러운 자태로 허름한 차림새의 나를 반겨주는듯 했다.
담장위로 솟아오른 소나무의 기상이 범상치 않다.
운곡당이라......
운곡당은 경북문화재자료 374호라고 한다.
잔디밭 위에 점잖게 올라앉은 고가옥이 양반의 기품을 나타내는듯 했다.
안채를 가리는 구실을 하는 차면담(내외담이라고도 한다)이 중앙에 단정하게 앉아 앞을 막았다.
예전에는 양반집에는 손님이 찾아오면 사랑채에 모시는 것을 기본법도로 알았다. 물론 여자손님들은 안채로 모시지만..... 사랑채에 찾아온 손님이 함부로 안채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하는 구실을 하는 담이 내외담(=차면담)이다.
남녀구별을 엄격히 했던 사대부 집안의 전통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이리라. 사생활공간이어서 안쪽으로는 더 들어가보지 않고 입구에서 기웃거리다가 돌아나왔다.
운곡당을 나온 나는 소우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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