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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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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이런 귀한 떡을 혼자서 다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by 깜쌤 2013. 4. 28.

 

열흘전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교실에 들어가보았더니 책상위에 상자가 한통 놓여있었다. 그 옆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는 편지 한통이 보였다. 제자 선생이 보낸 편지였다. 그 얼마전의 일인데 학년연구실에 예쁜 아가씨가 찾아왔다. 아는척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솔직하게 처음에는 잘못알아보았다. 

 

"선생님! 저 00예요. 00학교 다녔던 00요. 기억나세요?"

 

 

그제서야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기간제 교사 등록을 하기 위해 교무실에 들렀다가 칠판에 적혀있는 내이름을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다른 대학교를 2년동안 다니다가 중퇴하고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교육대학교에 들어갔단다.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등록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녀였는데 얼마 뒤에는 기간제교사로 채용되어 같이 근무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녀가 다녔던 학교에서 나는 5년 연속 6학년 담임을 하며 1회부터 5회까지의 졸업생을 가르쳐서 내어보냈다. 그때만해도 아직은 젊었던 시절이었기에 5년 연속으로 연구부장일을 해가며 6학년 담임을 했다. 덕분에 과로때문에 거의 초죽음이 되다시피 했다. 결국 건강이 상해버린 나는 변두리 지역의 읍내학교로 옮겨가서야 간신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가르쳐서 졸업시킨 제자들 가운데 나중에 교사가 된 아이들도 제법 많았다. 그런데 같은 학교에 제자와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겪는 일이 되었다.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제자 선생이 첫월급을 탔다며 귀한 떡을 선물로 가져다두고 간 것이었다.

 

 

제자가 직장생활을 하며 받은 첫월급으로 예전에 가르친 어설픈 선생에게 귀한 떡키이크를 선물한 것이니 도저히 혼자만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하고 몇개씩 나누어 준뒤 함께 먹었다. 남는 것은 같은 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조금씩 나누어 드렸고..... 그 어떤 선물보다 가치있는 선물이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녀는 한번씩 내 교실에 와서 여러가지를 묻고 간다. 정식 발령을 앞에 둔 새내기선생이 질문할때마다 성의있는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가진 지식의 부족때문에 한계를 가진다. 어쨌거나 간에 스승과 제자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영광을 얻었으니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될 일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