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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기묘하고 오묘한 구궁팔괘진 마을을 찾아갔다 1

by 깜쌤 2013. 1. 24.

 

오늘 우리가 찾아가고자 하는 마을은 제갈팔괘촌입니다. 마을 이름 자체가 기이하고 요상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국사에 조금 밝은 분이라면 '제갈'은 어쩌면 '제갈량'을 의미할지 모르고 '팔괘'라는 말은 '주역'과도 관련이 있으며 우리나라를 상장하는 태극기와도 연관성이 있는 용어라고 이해할 것입니다. 사실 그 정도만 되면 이 여행기를 이해하기가 엄청 쉬울 것입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제갈팔괘촌은 제갈량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마을인데 마을을 이루는 가정집들과 문중 시설을 이루는 공공건물들의 배치가 너무나 오묘해서 경탄의 대상이 되는 곳이죠. 배낭여행 안내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곳이어서 기어이 한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던 곳입니다.

 

제가 주로 보아온 배낭여행 안내서는 호주에서 출간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라는 책입니다. 론리 플래닛이 여행의 전부 다는 아니지만 사실 어지간한 명소는 수록하고 있는 책인데 절강성을 소개하면서도 그곳은 빠뜨려두었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가는 구채구(=주이자이거우)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천성 오지에 숨어있는 비경중의 비경인데요, 예전에 거기를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찾아갔을 때는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지 않은 곳이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곳이 언제부터인가 소개되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제갈팔괘촌도 그런 가능성이 있는 마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난계까지 가야합니다. 이우나 금화에서 접근을 해도 됩니다만 우리는 더 안전한 여행을 하기 위해 난계에서 하루 머무르며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난계에서 서쪽으로 18킬로미터정도 떨어진 곳이니 난계에 근거지를 정해두고 다녀오는게 좋을듯 합니다. 제갈 팔괘촌 안에서 하루를 묵고 싶은 분들은 마을에서 머물러도 됩니다. 마을 안에 숙박시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내버스는 난계 장거리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녹색 버스가 시내와 마을을 왕복하고 있습니다. 버스 앞부분에 '난계-제갈'이라고 표시해두었습니다. 제갈이라고 할때의 '제'라는 글자도 간자체이므로 눈에 익혀두는 것이 편합니다. 원래 자는 '말씀 언'에 '놈 자'를 씁니다만 간자체에서는 '말씀 언'자를 쉽게 줄여둔 것이죠. 번자를 아는 분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내버스는 자주 있습니다. 워낙 알려진 곳이어서 그런지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는 편이더군요.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시내버스 안에는 안내양이 있어서 그냥 타기만 하면 됩니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요금을 받으러 옵니다. 제갈팔괘촌까지의 요금은 3.5원이었습니다.

 

 

난계시는 공사중이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최근들어 중국은 곳곳에 건설 붐이 더 많이 불어제끼는 것 같습니다. 건축바람이 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발전하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니 나쁠 것은 없지만 우리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지키고 아끼고 보존해야할 것들까지 모조리 파괴시켜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할까 싶어서 심히 걱정이 됩니다.

 

 

한참을 달렸다싶었는데 차장이 와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차장이 알려준 곳에서 내렸습니다. 도로를 건너 보니 바로 앞에 하얀색 벽이 보였습니다. 흰벽에 까만 글씨로 '팔괘기촌(八卦奇村)"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한자 글씨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붓으로 쓴 한자 글씨의 매력에 뒤늦게 눈을 뜬 것이겠습니다만 글씨 속에 스며든 인간의 성품까지 이제 조금 눈에 들어왔다고나 할까요? 나중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만 현재의 중국을 건국한 인물인 모택동의 서체 속에는 호방함과 웅장함이 녹아있는 듯 하더군요. 커다란 돌에 붉은 색으로 "제갈팔괘촌"이라고 써두었습니다.

 

 

마을을 나타내는 표지석 반대편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나중에 돌아갈때 우리는 저기에서 시내버스를 타게 될 것입니다.

 

 

버스정류장의 위치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배낭여행자는 치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마을을 향해 걸었습니다. 그리 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패드를 통해 현재 우리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약 1킬로미터 정도만 걸으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아래 지도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지도의 출처는 구글위성지도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빨간점이 난계시를 나타냅니다. 왼쪽에 노란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둔 곳이 제갈팔괘촌이죠. 왼쪽의 빨간색 점은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위치를 의미합니다. 이런저런 검은 점처럼 보이는 것은 저수지이더군요. 그것으로 보아 마을 부근에는 많은 숫자의 저수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는 포장되어 있었고 가로수들은 붉은 빛이 나는 잎들을 그때까지 매달고 있었습니다. 도로 주위에는 비닐하우스들이 보였는데 밭에는 한결같이 파릇파릇한 색깔을 지닌 채소들이 싱싱함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니 나무들은 벚나무 같기도 했는데 이파리들이 붉은 것을 보고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도로 초입에는 작은 사당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향도 수북하게 꽂혀있는 곳으로 보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번씩 참배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밭에는 우리나라 배추를 닮은 채소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잎들이 갈라져 있어서 그냥 배추의 한종류처럼 보였습니다.

 

 

도로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개울을 흐르는 수량이 제법 많았습니다.

 

 

우리는 슬금슬금 걸어갔습니다. 급한 것이 없으니 크게 서두를 일도 없습니다.

 

 

개울 물은 조금 더러웠습니다. 중국 하천들의 오염도 보통 일이 아닌듯 합니다.

 

 

여기 집들은 기본이 이층이더군요.조금 낫겠다 싶은 집들은 삼층이상이었습니다. 벽은 흰색으로 칠해서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논에는 무엇을 양식하는지 몰라도 초록색 물체가 제법 많이 떠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더니 그것들은 모두 페트병이었습니다.

 

 

페트병들이 줄을 맞추어 떠있는 그 밑으로 물속에 무엇인가 달려있는 듯 합니다.

 

 

무엇을 기르는지 도저히 짐작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살펴가며 작은 산모퉁이를 돌았더니 패방 비슷하게 생긴 돌구조물이 나타났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옛날의 마을 입구를 나타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저수지가 나타나면서 풍경이 확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아래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걸어간 길의 생김새를 재확인해보기로 하겠습니다.

 

 

 

1번이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지점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초록색 점선을 따라 걸어온 것이죠. 저수지를 끼고 바르게 나있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문표(=입장권)를 파는 마을 입구가 나옵니다만 우리는 조금 더 보기 위해 저수지 둘레를 돌아갔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어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저수지부근에 작은 초소 비슷한 가건물이 보였는데 그 속에 근무하던 노인이 우리들을 보고 저수지 둑으로 난 길을 걸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던 것입니다. 거의 강제로 화까지 내면서 구경하라고 했으니 안갈 도리가 없었던 것이죠.

 

 

저수지 물은 한없이 고요했습니다. 물이 어느 정도로 맑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거울처럼 매끄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수지 끝머리에는 하얀 벽에 검은 지붕을 가진 동네가 반듯하게, 정말 단정한 자태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냥 경치로만 가지고 비교해보면 독일의 시골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잎떨어진 침엽수비슷한 나무가 가지를 하늘로 치켜든채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으니 경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던 것이죠. 어찌 유럽 경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런 경치를 가진 마을이 산모퉁이 뒤에 숨어서 존재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둑길에 설치된 가로등하며, 거대하게 자란 갈대숲하며.....  

 

 

둑에는 파란 잎들이 무성했습니다. 빨간 열매를 몸에 가득 달고 있는 키작은 나무는 또 무엇인지요?

 

 

들판 끝머리에는 키가 고른 건물들이 가득했습니다. 나는 중국에서 이런 경치를 보리라고 정말 상상을 못했습니다.

 

 

물이 가득한 논이 펼쳐져 있었기에 우리들과 같은 얼굴 모습을 가진 황인종들이 사는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둑밑에는 노란 열매를 가득 단 귤나무 같은 식물이 보였습니다만 정확하게 무슨 나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귤인지 오렌지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 경치는 또 처음보았습니다.

 

 

저수지 끝에는 나무로 만든 지붕달린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수지 둑 한가운데는 하얀색 건물 한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그 집 근처로 걸어갔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