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하나 구경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하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나는 모든 일을 그렇게 쉽게 여기고 허투루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행객은 아는 만큼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여행을 다니는 나그네는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습니다.
문을 통과해서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못됩니다. 위에 있는 글자는 <백초생태원>일 것입니다. 왜 마을 부근에 약초인지 풀인지는 모르지만 온갖 식물을 기르는 생태원이 존재해야하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나중에 풀렸습니다. 저수지 초입에서 노인이 화를 내어가면서까지 한번 가보라고 했던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역사 속에서 제갈씨 문중에서는 많은 한의사와 약재상들을 배출했다고 합니다. 그게 조상들의 유훈과도 관련이 있더군요. 나는 어제 경주 최부자 집안의 번성과 관련된 책을 한권 다 읽었습니다. 깊은 성찰에서 나온 조상의 간절한 가르침은 후손의 생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기둥 왼쪽에 쓰여진 글은 <百草使君自然壽 백초사군자연수>같습니다. '온갖 약초를 잘 사용하는 그대는 자연스레 수명을 다하리라' 가 아니라면 '갖은 약초는 그대로 하여금 자연속에서 오래 살게 하리라'는 식으로 제 마음대로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맞는 해석인지 틀린 풀이인지는 잘 모르지만 대강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저수지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을지 약간 감이 잡히는듯 했습니다.
우리는 저수지 둑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왔던 것이죠. 패키지 여행을 왔더라면 이런 식으로 찬찬히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유여행의 좋은 점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느긋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수지 건너편에 거대한 건물들이 한줄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무슨 용도로 쓰는 것일까 싶어 무척 궁금했습니다.
백초생태원 안에는 여러가지 체험학습용 가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흰색 건물들을 줌을 사용해서 당겨서 촬영해보았습니다. 어설픈 싸구려 똑딱이 카메라지만 이런 기능이 붙어있어서 유용할 때도 많습니다. 이 마을에 자라는 갈대들은 특별히 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청둥오리인지 기러기들인지는 잘 모르지만 비행기가 착륙하듯이 기막힌 자태로 내려앉고 있다며 뒤에 오던 일행이 말을 걸어왔습니다만 나는 정확하게 보지를 못했습니다. 물위에는 새들이 착수하면서 만들어낸 긴 궤적이 몇줄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저수지 첫머리를 따라 한줄로 길게 난 길을 걷게 되겠지요.
아무리봐도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수지 한켠으로는 통나무로 만들 길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마을 곳곳에 서있는 저 날씬하고 키 큰 나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절강성 곳곳에는 저 나무가 참 많이 자라더군요.
통나무 길에는 덜 녹은 눈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습니다. 제주도보다 훨씬 남쪽에 자리잡은 절강성 난계 부근의 제갈팔괘촌 마을의 위도는 북위 29도 14분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눈이 내리는가 봅니다. 눈이 내려서 녹은 흔적이 곳곳에 수두룩했습니다.
밭에는 파란 풀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초록 양탄자를 깔아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저수지 건너편에 보이던 건물들이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상가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마을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참았습니다.
저수지와 논밭을 구별하는 둑을 마침내 다 건너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이렇게 돌아오면 문표를 끊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상술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 동안의 여행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나는 입장권을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국 여행 횟수 | 기간 | 주요 방문지 |
1차 여행 | 00.7.24-8.20(27박28일) |
하얼빈, 심양, 북경, 호화호특, 천진, 서안, 낙양, 정주 |
2차 여행 | 02.7.23-8.21(29박30일) |
성도, 구채구, 황룡, 난주, 랑무스 우루무치, 투르판 |
3차 여행 | 03.7.29-8.23 (25박26일) | 성도, 곤명, 대리, 여강, 시상반나 |
4차 여행 | 04.7.29-8.19 (22박23일) | 곤명, 석림, 여강, 샹그릴라, 계림 |
5차 여행 | 10.8.12-8.28 (16박17일) |
우루무치, 카스, 타슈쿠르칸, 호탄, 투르판 |
6차 여행 | 11.8.1-8.17 (16박17일) | 서녕, 옥수, 곡부, 태산, 청도 |
제가 지금까지 중국을 여행한 기록은 위에 올려둔 표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은 중국으로만 치자면 제7차 배낭여행이 되는 셈입니다. 한가지 확실하게 말해둘 것은 여행경험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에는 숨은 고수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저같은 정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섣불리 나서서 잘난척 할 계제가 아닙니다.
중국인들은 참으로 치밀해서 표를 안사고 들어가면 확실하게 손해를 보도록 해두었다는 말입니다. 문표가 없다면 마을 겉구경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핵심시설은 하나도 볼 수가 없도록 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돈을 아끼고 싶다면 마을 뒤쪽 출입구를 사용해도 되고 우리들처럼 저수지 옆으로 돌아서 들어가도 됩니다. 입장료는 거금 80원이었습니다. 우리돈으로 치면 13,500원 정도니까 만만한 돈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매표소 바로 옆이 주차장입니다. 근무하는 복무원들 사진을 확실하게 공개하여 걸어두었더군요.
우리는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학생이라면 학생증을 들이댈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증이 없으면 주민등록증이라도 내어놓으면 학생이라고 인정해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젊었을때 한두번 써먹은 수법이었습니다만 이젠 그렇게하지 않습니다. 어지간하면 양심을 속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일직선으로 쭉 곧게 나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길거리에는 담배꽁초하나 떨어져있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로 깨끗한 마을은 처음 봅니다. 중국에 이렇게 깔끔한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상가(商街)에는 나름대로 멋을 부린 전통음식점들이 즐비했습니다. 기념품점 아니면 음식점이었습니다만 지저분한 곳은 없었습니다.
길거리의 가판대에도 단정하게 물건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이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라면 수로에는 비닐조각이 떨어져있고 약간의 쓰레기들이 보이는 것이 정상이지만 여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춘 마을같이 보였습니다.
상가가 끝나는 곳에 작은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둘레로는 벽을 하얗게 칠한 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수석집이 보였습니다만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기암수석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암과 수석의 아름다움은 조금 차이가 나는듯 합니다.
저수지 한쪽에는 빨래터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안내표지판에는 한글이 쓰여져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여기에도 한국인이 많이 몰려 온다는 뜻이 되겠지요.
우리는 첫번째 목적지로 승상사당을 골랐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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