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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난계를 향하여 길을 떠났는데....

by 깜쌤 2013. 1. 23.

 

 

오늘 우리가 가려는 곳은 난계(蘭溪)라는 곳입니다. '난초가 피는 물흐르는 골짜기'라는 뜻을 가진 곳이니 아름다운 산수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4라고 표시해둔 곳입니다. 잘 안보이는 분들은 지도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크게 뜹니다.  

 

지도에서 제일 오른쪽 위가 상해(上海 샹하이)입니다. 설운도씨가 부른 <상하이 트위스트>라는 대중가요 속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고, 한때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벤쳐스 악단이 기타로 연주하는 트위스트 곡 제목에도 같은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상해의 왼쪽이 소주입니다. 마시는 소주가 아니고 여기서는 도시 이름을 나타냅니다. 

 

1번으로 써놓은 곳이 항주입니다. 여행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여행사를 따라 소주와 항주는 한번씩 다 다녀왔을 것입니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죠. 유식한(?) 한자 문장으로 하자면 <上有天堂 下有蘇杭 상유천당 하유소항> 정도로 쓰더군요.

 

2번으로 표시한 곳이 항주소산국제공항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3번을 보면 까만색 점이 찍혀있지 않습니까? 거기가 이우입니다. 어제 밤에 도착해서 하루 머무른 곳이죠. 4번 점이 찍힌 곳이 난계입니다. 난계를 중국인들은 란시 혹은 난시 정도로 발음하는 것 같더군요. 오늘 우리가 기를 쓰고 가려는 오늘의 목적지가 됩니다. 우리들의 여행 경로를 이제는 대강 이해할 것입니다.

 

정리를 해드립니다.

 

1 : 항주 -  杭州 중국인들은 항저우 정도로  소리냄

2 : 항주 소산 국제공항 - 현지인들은 항저우 샤오샨 정도로 소리냄

3 : 이오 -  義烏 의오, 중국인들은 '이우' 정도로 발음함

4 : 난계 -  蘭溪 중국인들은 란시 혹은 난시 정도로 소리냄

5 : 온주 - 溫州 원조우 정도로 소리가 남

6 : 소흥 - 紹興 샤오싱 정도로 발음됨

 

 

자, 여기에서 문제들어갑니다. 이 문제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분들은 중국말에 등장하는 성조(聲調 a tone of voice)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꼭 신경을 써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갑자기 성조 이야기가 나오니까 당황스럽지 않습니까?

 

어제밤 우리가 식사를 할때 우리 이야기를 듣던 주인 여자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못알아듣겠다고 대답을 했더니 종이에 질문을 써서 물어왔는데 그 내용인즉 "어느 동네에서 오셨습니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온 손님이 한자는 잘 쓰는데 말이 이상하니 어느 구석에 있는 아주 이상한 동네에서 왔는가보다하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성조가 너무 차이난다는 것이겠지요. 이제 문제를 왜 내는지 짐작이 될 것입니다.  

 

문제 1. 다음 글자를 소리가 다 다르게 구별해서 읽어보시오.

 

1) e2 - 이의 이승

 

2) ee - 이의 이승

 

3) 2e - 이의 이승

 

4) 22 - 이의 이승

 

그소리가 그소리라고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지요? 다 다르게 소리가 나는데요. 1번은 이렇게 읽어야 정답입니다. 일단 영어 소문자 e는 힘을 주어 강하게 소리낸 뒤 숫자 2는 부드럽게 해서 길게 소리냅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구별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만 다른 지방 사람들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자마다 다 다르게 발음하는 그 소리! 그게 바로 성조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서른명을 데리고 실험해본 결과 아주 정확하게 다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더군요.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은 주변에서 경상도 사람을 찾아서 한번 읽어보라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정확하게 구별해서 읽을 것입니다. 

 

중국어에는 성조라는 것이 있어서 글자마다 다 다르게 소리가 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려고 하는 난계자를 예를 들어보지요. 한자로 '난'자는 제법 많습니다.

 

- 어려울 난(란)

- 어지러울 난(란)

- 따뜻할 난(란)

- 난초 난(란)

- 알 난(란)

- 빛날 난(란)

- 따뜻할 난(란)   

 

이 모든 글자가 우리는 단순하게 난으로 발음하지만 중국인들은 다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어떤 글자는 앞이나 뒤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길게하기도 하고 짧게하기도 하는 식이죠. 그러니 중국에서는 글자를 이상하게 읽고 발음을 해도 외국인인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옷차림이나 행동양식을 보고 외국인이라고 쉽게 짐작을 하기도 하더군요. 즉석에서 따라 읽어가며 성조를 익히면 아주 쉽게 중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배인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호텔을 나올때 난계를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의 위치를 물었더니 어제 저녁에 우리가 도착했던 거기에서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난감하게 생겼습니다. 어느 터미널에 가야만 난계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배인은 일단 이우대주점(義烏大酒店)에 가라고 하길래 택시를 타고 무조건 이우대주점으로 갔습니다.

 

주점(酒店)이라고 하니까 술집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중국에서는 주점은 호텔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우에서 제일 고급으로 치는 이우호텔에 가면 무슨 힌트가 있을 것 같아서 가보았습니다만 장거리 버스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급 호텔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법이어서 종업원을 붙들고 물었더니 쉽게 정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우에서 난계가는 버스는 이우 도시 외곽에 있고 택시를 타고 가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는 호텔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갔습니다. 우리나라의 의경에 해당하는 청년들이 보이길래 터미널의 위치를 물었더니 택시까지 잡아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길에는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잎이 덜 떨어진채로 줄을 맞추어 서 있었습니다. 줄기가 하얀 나무여서 그런지 도시가 밝게 보였습니다. 나는 운전기사의 신분증을 넣어서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경치를 찍으면서 운전기사의 신분을 함께 확인해두는 것이죠. 트러블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여행은 힘이 듭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으니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중국의 기차역과 장거리 버스터미널에는 거의 예외없이 엑스레이 투시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검사대에 가방과 배낭을 얹어야합니다. 거의 아무탈없이 통과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터미널 앞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매표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합실과 매표소가 같은 장소에 자리잡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사람만 대합실에 들어갈 수 있는 식이죠. 사진 속에 보이는 커다란 붉은 색으로 된 세글자를 바르게 읽을 수 있는 분은 대단한 한자실력을 가진 분입니다. 무슨 글자일까요?

 

정답은 '수표처'입니다. 제일 앞글자는 '팔 매'자가 아니고 '팔 수'자입니다. 저도 한동안은 '매'자로 알고서 매표처로 읽고 다녔습니다만 나중에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글자는 '곳 처'라는 글자의 간자체입니다. 

 

 

나는 게시판부터 살폈습니다. 이우에서 난계로 가는 차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우 옆의 대도시는 금화(金華)여서 금화로 가는 차는 엄청 자주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금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는 차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금화를 간자로는 金로 씁니다. 사진속을 보면 이우에서 난계로 바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열두편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난계는 간자로  兰溪로 씁니다. '난'자가 아주 간단하게 줄어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간자를 파악해가면 여행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버스 앞부분을 보면 <난계(중국 발음으로는 난시)-의오(중국 발음으로는 이우)>라고 쓰여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짐칸에다가 배낭을 얹고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좌석지정제이므로 번호를 찾아서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데 어떤 중국인이 오더니 자기자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확인하고 탔는데 이오가는 버스는 다른 버스라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내려서 개찰구의 검표원에게 다시 가서 재확인해본결과 우리는 버스를 맞게 탄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올라가서 영어로 우리자리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면 현지인들의 태도가 달라지므로 이때는 영어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령 상대가 못알아듣더라도 영어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중국인들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기 자리라고 우긴 그 중국인은 사실 다른 자리의 좌석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자리를 확보하고 나서 조금 있다가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금화에 들어가지 않고 난계로 직행하므로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약 한시간 15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9시 15분에 출발해서 10시 30분경에 난계에 도착을 했습니다. 금화에서 난계로 가는 도로의 조경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했습니다.

 

 

우리는 난계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즉시 온주(溫州 원조우)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난계에서는 하루만 묵을 요량이었으므로 다음 행선지인 온주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반드시 호텔을 구하고 그 다음에는 이동편을 알아보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하루만에 다음 도시로 떠나려고 할 경우에는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을 빨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온주는 절강성 제일 남쪽에 있는 큰 도시입니다. 금화까지 나가야만 온주행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천만다행으로 하루에 두편 정도의 버스가 있었던 것입니다. 상황파악을 해두고 그 다음에는 호텔을 구하러 갔습니다. 온주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멀리 갈 필요가 없이 터미널 부근에서 잠자리를 구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입니다. 온주행 기차를 타려면 금화까지 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난주에서 온주로 가는 버스 시간표

1) 오전 08시 35분

2) 오후 14시 30분

 

 

우리는 터미널 건너편에 우뚝 솟은 '동방대주점'이라는 호텔로 들어가보았습니다. 3인용 방은 있었습니다. 요금은 180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인당 60원이니 어제보다 일인당 20원씩이나 싼 가격입니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한사람당 10,200원 정도에 묵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까지 먹을 수 있으니 횡재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방은 깔끔하고 깨끗했습니다. 하는 일이 왜 이리 잘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격대비 시설은 만족한 편이었습니다.

 

 

욕실도 좋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왔습니다.

 

 

우리가 사용할 각종 물건들도 깨끗했으니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호텔 창문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시내 건물의 지붕이 모두 붉은 색으로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지붕위에는 흰눈이 조금씩 얹혀있었습니다. 지붕 경치만을 가지고 본다면 마치 남부유럽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벽은 하얗고 지붕은 붉기 때문입니다. 다시 호텔을 나온 우리들은 바로 앞에 있는 터미널에 가서 온주행 버스표를 미리 사두었습니다. 요금은 309원이었습니다. 거금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렇게 가보기를 원했던 목적지를 찾아가야 합니다. 어딘지 궁금하시지요? 다음 글에서 우리가 가고자 했던 그 동네의 환상적인 경치를 공개할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