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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퍼담는 공연으로 탈바꿈시키는 그런 학예회를 해보자 - 2

by 깜쌤 2012. 11. 9.

종목별로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동학년 회의시에 선생님들이 제일 자신있게 지도할 수 있는 종목을 한가지씩 이야기해보도록 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자신있어 하는 영역의 일을 쉽게 해치우는 법입니다. 생판 모르는 일을 시작하려면 힘이 들고 일에 대한 압박감때문에 힘겨워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심사이므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들이 자신있게 지도할 수 있는 종목을 한가지씩만 이야기를 해도 열가지 이상이 나왔습니다. 담임교사 9명에다가 전담교사가 3명이니 아무리 못해도 열두가지는 됩니다. 거기다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와 발레같은 특기를 가진 학생을 대충 떠올려 골라 넣었더니 열대여섯 종목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졌습니다.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 스윙댄스

● 태권도

● 개그 혹은 코미디

● 뮤직드라마

● 발레

● 기타연주

● 클라리넷 연주

● 피아노 연주

바이올린 연주

● 사물놀이

● 연극

● 합주

● 합창

중창

● 난타

● 수화

● 고전무용

● 케이팝 댄스

영상으로 보는 한해

 

악기연주분야로 들어가면 하모니카나 오카리나같은 것들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대강 이정도이니 프로그램을 짜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종목을 맡을 선생님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기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종목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음악분야와 발레와 연극같은 분야를 누가 지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종목은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올려둔 '영상으로 보는 한 해'라는 것은 올해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사진으로 촬영해둔 자료를 가지고 편집해서 음악과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학예회 시작때 쓰면 아주 감동적이죠. 그 순서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젊은 세대 선생님이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출연하고 싶은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6학년 9개반 270여명의 아이들을 강당에 모았습니다. 모이기 전에 종목을 맡은 선생님들로부터 종목에 필요한 인원수를 미리 협의해서 결정해두었습니다. 제가 올려둔 다른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강당에 모일때도 이 아이들은 정말 조용하게 모입니다. 물론 제가 없으면 그 상황이 달라진다는 사실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할 때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학예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이 없는 선생님들은 대뜸 학예회 종목부터 지원하라고 나오는데 그렇게 나오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먼저 아이들에게 학예회를 왜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언제 하는지와 같은 내용들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쉽게 말해서 학예회에 관한 기본 브리핑을 먼저 해둔다는 말입니다.

 

그런 뒤에 각종목마다 필요한 인원수와 지도교사 선생님을 소개해줍니다. 이런 것을 할때도 최대한 재미있게 말을 해서 아이들이 종목 선택을 하는데 부담이 없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십년간 교사생활을 해보면서 느낀 것인데 설득력있게 말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드물더군요. 어른이 사용하는 말투로 대강 말을 하면 아이들은 절대로 바르게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이들 수준에 맞도록 교사가 사용하는 단어수준을 낮추고 차근차근하게 말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학예회때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종목과 지도교사 선생님들을 모두 소개해 드렸습니다. 혹시 악기연주나 발레를 포함한 무용같은 영역에 특기가 있는 아이들은 선택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그 종목에 당첨되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따로 불러서 오디션을 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한가지 종목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되 인원수가 넘을 경우에는 반드시 새로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만약 탈락하게 되면 다른 종목에 떠밀려갈 수도 있으므로 선택을 잘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종목을 불러주고 손을 들게 해서 당첨자를 결정했습니다. 당첨된 아이들을 대열에서 이탈시켜 따로 모이도록 만들면 강당안이 극도로 소란스러워지므로 그 자리에 앉힌뒤 숫자만 파악해나가면서 결정해주면 됩니다. 그런 식으로 했더니 에어로빅같은 종목과 고전무용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고 케이팝 댄스에는 여학생 지원자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것을 결정할때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물놀이나 난타같은 종목은 연습시간 확보를 잘 해야하고 아이들의 단결력이 필요합니다. 그럴 경우 그 반 담임교사가 자기반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연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파악해서 사전에 교실에서 꼭 필요한 아이들을 미리 포섭해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기회를 주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일을 추진하면 혼란이 생겨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연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놀부전에 출연할 놀부와 놀부아내, 흥부와 흥부아내 같은 주연급들은 미리 내정해놓았습니다. 1학기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사회시간의 역할극이나 국어시간의 낭독을 지도하면서 지켜보았더니 연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아이들이 있었으므로 미리 확보를 해둔 것이죠. 

 

대강 인원을 파악해두고는 그날 오후에 6학년 선생님들이 다시 모여서 숫자 조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지원자가 거의 없는 고전무용 종목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지원자가 넘치는 종목은 오디션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뒤 강당에 아이들을 다시 한번 더 모아서 종목에 필요한 인원수를 하나하나 확정시켜 나갔습니다. 그때 악기연주를 지원한 아이들을 무대에 올려 공개오디션을 실시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를 할 학생 한명과 클라리넷 독주자 한명, 발레 한명, 피아노 연주자 한명, 그리고 기타 연주자 4명을 선발했습니다. 개그와 코미디를 지원한 아이들은 교실에 따로 불러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떨어진 아이들은 본인의 희망을 받아 적절하게 재배치를 했던 것이죠. 그런 식으로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종목에 골고루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