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선배가 후배를 괴롭힌다고? - 초코파이 한통으로도 막을 수 있다

by 깜쌤 2012. 11. 2.

 

우리나라처럼 학연과 지연, 그리고 혈연을 따지는 나라들도 드물지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그런 문제는 우리나라만 안고 사는게 아닌 것 같더군요. 지구위에 사는 인간이라면 어느 나라의 누구나 다 가지는 인지상정이라고 할수도 있습니다만 지나치면 문제가 커집니다. 1980년대에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고등학교 야구대회가 벌어지면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전국에 산재한 몇몇 명문학교들은 학교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기도 했기에 동문들이 중심이 되어 후원회를 조직하고 야구부의 뒤를 밀어주는 등 열성적인 지원책을 펼쳐나갔습니다. 덕분에 고교야구대회는 해가 갈수록 대성황을 이루었고 야구대회는 학연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행사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었습니다. 

 

야구대회나 축구대회같은 스포츠행사가 벌어질때마다 동문회나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각종 모임이 빈번하게 열리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된 사람은 다 알겠습니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동기회나 동창회같은 모임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만큼 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태를 잘 이용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학교현장에서는 의외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 속에 등장하는 과자와 음료수 사진은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 중고등학생이 되어 얼마전에 교실로 저를 찾아올때 들고 온 것들입니다. 특정제품을 선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있는게 아닙니다. 한창 돈쓸데가 많은 아이 두명이 용돈을 모아 사들고 온 것들이죠. 자기들을 가르쳐준 담임선생이 먹으라고 들고온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사들고 온 것들입니다.

 

제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도 제가 가르쳐서 졸업시킨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사들고 찾아옵니다. 같은 학교 후배가 아니더라도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했다는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 후배아닌 후배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사가지고 온 것이죠. 그럴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런 일이 한학기 중에도 몇번씩 자주 일어나므로 제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가끔씩 보고 삽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거기에 교사의 능력과 역량과 역할이 스며들어 있는 것입니다. 6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모교와 동문과 동창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년초부터 동창이 무엇인지 동기라는게 무엇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학급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것인지 지도해줄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같은 학급에서 일년동안 공부를 함께 생활하며 같은 선생님 밑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지를 잘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달라집니다.

 

아이들 세상에서 작은 다툼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폭력과 다툼은 피할 길이 없는 법입니다. 하물며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속이 썩어보지 아니한 아이들이 폭력과 폭행의 의미를 깊이 깨달아 자제하며 참고 살아갈 리가 없습니다. 신체에 힘이 오르기 시작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법입니다. 법보다가 주먹이 가까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남을 괴롭히는 것도 장난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선후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깨닫고 선배공경과 후배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해주면 아이들의 행동은 놀랍게 달라집니다. 사춘기와 반항기를 동시에 겪으며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중고등학교에서는 선후배 사이가 살벌할 정도로 엄격합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만 같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후배에게 돈을 갈취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얼마나 치사하고 잘못된 것인가를 잘 가르쳐주면 폭력행위는 확실하게 줄어들더군요.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헨리가 쓴 <20년 뒤> 같은 작품을 읽어보게 합니다. 그리고 느낌을 적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입니다. 아래 주소를 눌러보기 바랍니다. <20년 뒤>라는 작품의 전문(全文)과 제가 현재 가르치는 반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 있습니다.   

 

http://cafe.daum.net/sirrr/UUxH/48

 

교내폭력문제나 금품 갈취문제에서 괴롭히는 아이와 피해를 본 아이가 지금은 한교실에서 나란히 공부를 하지만 장래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해준다는 말입니다. 문학작품들도 아이들을 감화시키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일이 터진 뒤에 단순히 꾸중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면담이나 뉴스제작 혹은 요리실습같은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서너댓명의 아이들로 모둠을 짜서 하는 학습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때마다 모둠 구성원을 달리하여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담을 하기 위해 소방서나 파출소나 병원같은 같은 곳을 찾아갈때에도 절대 빈손으로 찾아가지 않도록 지도를 했습니다. 모둠원이 4명이라고 할때 한아이가 천원씩을 내어서 돈을 모아 작은 음료수라도 한통을 사들고 찾아가도록 지도를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예의를 알도록 가르치면 확실히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졸업후 찾아올때도 작은 음료수 같은 것을 한통 사들고 옵니다. 나는 그렇게 찾아온 선배들을 6학년 아이들에게 소개를 해주고 그들이 가진 장점을 이야기해준 뒤 박수를 쳐서 보내줍니다. 사들고 온 아이들은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가고 6학년 아이들은 선배로서 어떻게 후배들을 대해야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이 들고온 음료수나 과자를 교사는 절대로 집에 들고가면 안됩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선배가 후배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줍니다. 아이들은 이런 것을 보면서 배웁니다.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지를 깨닫게 되고 나중에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만나게되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동창이 무엇인지 동기가 무엇인지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한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지도해두어야 합니다. 초코파이 과자 한통! 그런 것까지도 교육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직업인으로서의 교사가 갖추어야 할 자세이며 선생으로서의 직업의식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