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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깨워서 미안해 - 두꺼비를 다시 묻어주며

by 깜쌤 2012. 11. 5.

 

양란들을 서재안으로 넣어야했다. 바깥 기온이 더 떨어지기전에 실내에 넣어서 월동을 시켜야했기 때문이다. 동양란들과는 달리 서양란들은 추위에 의외로 약하다. 심비디움 계통의 양란들은 그나마 추위에 약간 버틸수 있는 것 같지만 영하로 떨어지면 곧 얼어죽고 만다.

 

너무 비실거리는 양란이 한포기 있었다. 서양란은 나무껍질인 바크를 화분에 넣어서 키워야하지만 이 녀석은 동양란을 기를때 쓰는 난석(蘭石)을 넣어 길렀다. 내가 홀대한 것을 아는지 녀석은 끈질긴 생명력을 뽐내며 지금까지 잘 버텨주었다. 새로 심어주기 위해 화분을 쏟았다가 이상한 녀석을 발견했다.  

 

 

난석을 쏟아내자 틈바구니에서 꿈틀거리는 생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개구리인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무늬나 덩치로 보아 아무래도 두꺼비 같았다.

 

 

두꺼비가 틀림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 녀석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느냐는 것이다. 나는 2층 바닥에다가 양란화분을 놓아두고 지금껏 길러왔다. 1층에서부터 연결된 계단을 어떻게 타고 올라왔는지 이해가 안된다. 개구리라고 해도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참 해괴한 일이다.

 

 

녀석은 이제 막 겨울잠에 들어갔던 모양이다. 약간씩 꿈틀거리긴 했지만 눈도 못뜨고 있었다. 서재의 실내온도가 20도밑으로 떨어진지가 조금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17도까지 떨어졌다. 실내온도가 그정도니 바깥기온은 더 떨어진다. 바깥온도가 10도 정도까지 떨어지는 날이 며칠 계속되었는데...... 지금 시작한 겨울잠을 깨워버리면 올겨울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묻어주기로 했다.

 

 

나는 담벼락 밑의 흙을 파고 녀석을 묻어주었다. 인간이 그냥 묻어주면 혹독한 겨울 추위를 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냥 밖에다가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올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고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일기예보를 보니 올 겨울 추위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던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