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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나리 나리 참나리

by 깜쌤 2012. 7. 19.

월남(月南) 이상재선생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번뜩이는 유머와 기지로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신 민족지도자이셨다.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이었지만 도산 안창호나 월남 이상재같은 어른이 계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럽다면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월남 이상재선생이 YMCA에서 강의를 할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월남 선생의 강연이니만큼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강연장 속에는 제법 많은 일본 형사들과 헌병들이 깔려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른 눈치채신 월남선생이 유리창문 너머로 펼쳐진 먼 산을 보시면서 점잖게 한말씀 하셨단다. 

 

“개나리가 활짝 폈습니다”

 

순간 강연장에서는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일본인들만 멀뚱한 표정을 지었으니 더욱 더 통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다는 말이 아니고 개같은 나으리들이 쫘악 깔렸다고 조롱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리를 보고 백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합과 나리가 다른 것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나리가 곧 백합이다. 백합이라고 할때 백(百)은 흰 백(白)자가 아니고 일백(=100)을 의미한다. 나리의 알뿌리를 보면 작은 비늘같은 조각들이 겹겹으로 쌓여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 숫자가 많다고 해서 백합(百合)이라고 한다.  

 

 

나리의 종류도 제법 많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야생나리 가운데 하나가 참나리다. 밝은 주홍색꽃이 피는데 꽃잎에 보라색 자잘한 점이 찍혀있어서 어찌보면 호랑이 가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tiger lily'라고도 부른단다.  

 

   

가운데로 뻗은 수술을 둘러싸고 여섯개의 암술이 앞으로 쭉 뻗어나온다. 옷에 묻으면 꽃가루가 가득 묻어버리므로 밝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꽃잎이 뒤로 쫘악 젖혀진다. 그러면서도 정작 꽃은 아래쪽의 땅을 향했다. 말나리꽃 중에서 꽃이 하늘을 향하면 하늘말나리, 아래를 향하면 땅말나리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줄기를 잘보면 잎이 나오는 마디마다 검은색 작은 구슬같은 것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주아(珠芽)라고 한다. 구슬처럼 생겼는데 씨앗의 구실을 하므로 주아라고 부르는 것이다. 꽃이 피기도 전에 맺히기 전에 시작해서 꽃이 필 무렵에서는 한가득 달린다. 지금같은 장마철이 되면 벌써 주아에서 돋아나온 작은 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 서재 앞에는 참나리 화분이 몇개 있는데 이제 모조리 다 핀듯하다. 나리! 기품있으면서도 참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