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앞에 내어놓은 화분에서 연두빛 자그마한 나리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 많지도 않은 화분이지만 작년에 이 화분에서는 무슨 꽃을 피웠는지 저 화분에서는 무 꽃이 피었는지를 깜빡할 때가 제법 된다.
우연히 나리씨앗을 채취해서 화분에 심었는데 녀석들의 번식력이 얼마나 왕성한지 여기저기 늘어놓은 화분에서 해마다 나리꽃을 피워댔다.
나는 이제 나리꽃을 제법 좋아하게 되었다. 키나 너무 자라나는게 보기 싫어 한때는 꽃대를 모두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젠 가만 놔두기로 했다.
꽃술에 옷이 닿으면 영락없이 자주색 가루가 소복하게 묻어난다. 그런 것도 싫어서 모두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강렬한 주황색이 좋아서 가만 놓아두었다.
나리는 배롱나무꽃이 필때 같이 피어난다. 배롱나무는 다른 말로 백일홍 혹은 목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초여름부터 줄기차게 피워대니 정취가 남다르다.
오롯이 고개를 내민 나리 새싹을 보며 벌써부터 꽃을 기다리고 있으니 나도 성질이 급하긴 급한가보다. 결코 그런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두루뭉실하게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건만 그렇게 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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