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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안동 언저리를 헤매다 4

by 깜쌤 2012. 6. 1.

 

별당인 경류장과 사랑채 사이를 지나 뒤편을 보면 사당이 보인다. 사당과 안채를 가로지르는 토담이 주는 정겨움이 대단하다.

 

 

나는 주촌고택을 보며 학창시절에 읽었던 유진오 선생의 <창랑정기>를 떠올렸다. 소설속에는 '나'와 '을순(乙順)'이도 등장하는데 유진오 선생이 세상을 뜬지가 오래 되었으니 을순이도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리라.

 

 

추녀밑 뒷마당에는 지붕에서 떨어진 낙수가 파놓은 흔적이 곱게 남아있었다.

 

 

경류장 뒤를 따라 가보았더니 아주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저쪽에 꽃을 활짝 피운 나무는 수국이련가? 불두화련가?

 

 

마을에는 쉼터도 보였고 작은 운동시설도 보였다.

 

 

신록이 움트는 오월만큼 상큼한 계절이 또 있던가? 고목에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경류장 뒤란 텃밭에 고추를 심으려는가보다. 골을 타고는 검은 비닐로 곱게 덮어두었다.  

 

 

사당을 둘러싼 토담 밑에는 기왓장을 정갈하게 정리해두었다. 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다. 기왓장에 와송(瓦松)을 심으면 보기좋은데.....  와송은 우리말로 바위솔이라고도 부른다.  

 

 

시골 고택의 기와 위 같은 곳에 잘 자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주촌고택은 관리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기와에 와송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경류장 앞쪽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해보았더니 대종손 어른은 나의 고교 7년선배였다. 걸린 현판에 쓰여진 글씨는 원래 퇴계선생의 글씨라는데 도난을 우려해 진짜는 떼어서 따로 보관하고 가짜를 걸어 걸어두었다고 한다. 대청 안에도 현판이 있다는데 하나만 보았으니 어느 것이 퇴계선생 글씨의 모작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훔치는 도둑이 하도 들끓어서 많은 고서적류를 서울의 박물관에 기증을 하셨다고 한다. 심지어는 도굴꾼들이 조상묘를 완전히 파헤치기도 했다니 명문거족의 후예는 가슴앓이를 해야할 일도 많겠다.

 

 

나무에 꽃이 가득 달렸다. 그렇다면 불두화일까? 상식이 부족하니 지신있게 말할 염치가 없다.

 

 

나는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이 고즈녁한 분위기에 다시 뻐꾸기소리라니.....  

 

 

사방천지가 모두 고요함 투성이인데 그 정적을 깨는 것은 뻐꾸기소리 뿐이었다.

 

 

이제는 돌아나가야한다.

 

 

열린 대문을 통해 안채 살짝 들여다보았다. 건물은 미음자(ㅁ) 형식이다.

 

 

두겹으로 된 안채 장지문에는 정갈함이 가득 배여있었다. 댓돌 부근에 벗어놓은 파란 비닐 신발 한켤레가 근대와 현대를 사이좋게 이어주고 있었다.  

 

 

고택을 지키는 종부는 어디로 가셨을까?

 

 

행랑채 앞쪽으로 돌아나오자 집을 지키던 백구 녀석이 자기 의무를 다하려는듯 다시 짖기 시작했다.

 

 

 

이하에서 주촌고택까지 밟아온 길이다. 클릭하면 큰 지도를 볼 수 있다.

 

 

몇번 컹컹거리는 것으로 자기 할일을 다한 녀석은 이내 잠잠해졌다. 녀석도 참 점잖기도 하지..... 나는 다시 큰길로 나갔다.

 

 

북쪽을 향해 마구 달렸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그런지 감애로 가는 이정표가 보였다. 감애라면 와룡을 지난 곳에 있으니 길을 잘못든게 확실하다. 나는 다시 돌아섰다.

 

 

옹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참을 가다가 시계를 보니 어쩌면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 시간을 못맞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시내로 돌아나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야한다.

 

 

올땐 길이 먼것 같았는데 되짚어 나가려니 얼마되지도 않는다. 관리기 한대가 밭머리에 멈춰있었다. 일하던 어른은 잠시 쉬러 가신 모양이다.

 

 

나는 이하역으로 다시 내려왔다. 어디가서 좀 쉬어야겠다.

 

 

결국 나는 이하교회 부근 쉼터에서 쉬기로 하고 자전거를 세웠다.

 

 

시골 예배당이 보였다. 살며시 다가갔다가 돌아나왔다.

 

 

쉼터 한켠에는 작약꽃이 활짝 피었다.

 

 

붓꽃도.....

 

 

그 청초한 자태를 수줍어하면서도 은근히 뽐내는듯했다. 아! 확실히 아름다운 봄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