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뒤 공간에 자전거를 얹었다. 새벽에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뜻이 깊다. 하루를 더 길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비가 개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사방이 풋풋하기만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이다. 하루 쉬기로 했다. 선생에 대한 존경같은 것은 안바랜지도 오래됐다. 대놓고 욕이나 안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남을 깎아내려야 자기가 올라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이니 존경같은 낱말은 쓰레기통에서나 찾는게 편하다.
농촌 공기는 상큼하다. 풋풋하다. 시금털털하다.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맑다.
안동대학교 부근 반변천변에서 내렸다. 이제부터 라이딩이 시작된다.
낙동강 본류로 들어가는 반변천을 건넜다. 잘 따지고 보면 이 부근에도 친구는 많으련만 안만나본지가 오래되었으니 아는 척 할만한 얼굴이 없다. 그게 편하기도 하다.
안동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위에 세워진 동인문(東仁門)이 보였다.
동인문 옆을 지났다. 대형트럭이 많이 다니는 곳이므로 인도를 겸한 자전거도로로 다니는게 안전하다.
국립안동대학에도 친구가 교수로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아는 친구였지만 못만나본지가 꽤 되었다. 난 대학건물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아직도 그렇다. 가난이 원인이었지만 지금도 그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더더욱 마음이 아픈 것이다.
대학 앞은 빨리 지나치는게 좋지만 풋내나는 청춘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잘되라고 마음껏 빌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서부터 본격적인 라이딩을 하고 싶었다. 이제 시내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품질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붉은 아스콘 길을 따라가면 된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학생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동인문을 뒤에 두고 출발한다.
시내로 조금 내려가다가 안동향교가 있다는 안내판을 발견하고 향교로 방향을 틀었다. 아쉽게도 향교는 보수공사중이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살짝 아쉬운듯해서 안으로 조금 들어가보기로 했다. 나는 이내 돌아나왔다.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
시내쪽으로 계속 달리다가 선어대 부근에서 잠시 내렸다. 도로를 건너 비각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송제(松堤)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가 보였다. 송제는 소나무가 심어진 제방을 말한다. 송제는 안동시가지 동쪽에 자리잡은 넓은 들인 맛들(맛뜰)을 보호하는 제방이다. 구 안동시가지를 보호하기 위해여 만들어진 제방은 포항제(浦項堤)라고 한단다.
선어대 정자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반변천이 마뜰에 이르기전에 한번 휘돌아나가는 곳이 선어대 소이다. 소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을 의미한다.
경치가 좋은만큼 물이 깊고 위험하다. 예전에는 익사사고가 그만큼 잦았던 곳이기도 하다.
아주 잘생긴 얼굴을 가졌던 중고등학교 동기도 고등학교 시절에 여기서 목숨을 잃었다.
내가 갔던 날은 아카시아 꽃이 만발했다.
나는 정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강물위로 지나다는 다릿발과 상판이 물속에 거꾸로 박혀있었다. 다시 도로를 건너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용상동을 지났다.
이제는 낙동강 본류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오른쪽 위로 안동댐 밑에 마련된 보조댐이 보였다.
다리 건너편에 임청각이 보였다. 임청각 바로 앞으로 중앙선 철로가 지나간다.
비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나는 중앙선 철로를 따라 난 도로를 따라 안동댐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다리를 건넌 후 댐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섰다.
중앙선 옹벽에는 벽화가 그려져있다.
조정지 댐을 지났다. 기분이 상쾌했다. 비가 온 후여서 그렇지 싶다.
지나다니는 사람과 자동차가 적어서 좋았다.
저 위로 안동댐이 보였다. 안동댐 본류에는 안동댐이 있고, 낙동강 지류인 반변천에는 임하댐이 있다. 그러니 사실 안동은 물의 도시나 마찬가지다.
나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한번씩은 뒤돌아봐야 한다. 인생살이도 꼭 그렇다.
드디어 댐 밑에까지 왔다. 월영교가 보였다.
나는 월영교 앞 광장부근에 자전거를 세웠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일단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 뒤에 오늘의 행선지를 다시 한번 더 숙고해 볼 생각이다.
경주를 출발할때 달랑 김밥 4개만 먹고왔기에 배가 고팠다. 가지고 온 떡을 꺼내 두개를 먹었다.
그런 뒤에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도산서원을 가볼까 하다가 철도관사를 사진찍어두기로 했다. 거기엔 그만한 사연이 있다.
호수가 거울처럼 고요하고 맑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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