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관사를 보고난 뒤 나는 이하역으로 가보았다. 이하역도 이제는 간이역으로 격이 낮아져서 무궁화호 기차도 서지 않는 곳이 되었다.
역사 대합실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풀이 돋아나고 있었다.
사람 발걸음이 끊긴채 몇년만 지나면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사람 흔적이 그래서 무섭다.
여기까지 온김에 기차역의 앞모습을 보고 싶었다.
앞쪽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철도관사가 한채 보였다. 주위를 멋지게 단장해두었다.
기차역에서 이렇게 가까이 자리잡은 철도관사도 드문 편이다.
모퉁이를 돌아섰더니 앞면이 보였다. 사실 기차역이라는게 거의 다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으므로 특별히 볼것은 없다.
북쪽에서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차피 서지도 않고 그냥 통과할 기차이니 기차구경도 그만 시들해지고 만다.
그래도 나는 즐겁다. 괜히 그리운 사람 누구라도 얼굴을 보일 것 같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여객열차다.
열차카페까지 있는 열차였다. 기차가 지나가고나자 역주위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사람이 없다는게 이리도 무섭다.
국기게양대에도 국기가 보이지 않았다. 터키 같은 나라에는 어지간하면 국기를 걸어놓던데..... 국기라도 달아두면 어떨까?
플랫폼으로 드나드는 길에도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 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조금더 가볼 생각이다. 그 다음 기차역은 마사라는 곳이다.
마사 다음은 옹천이고.... 옹천에는 무궁화호 기차가 선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따라 달렸다. 경사가 급하지 않으니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갔더니 산밑으로 고택이 보였다. 안가볼 수가 없었다. 자전거 핸들을 돌려 고택을 찾아갔다.
진성이씨(眞城李氏) 주촌종택(周村宗宅)이었다. 진성이씨라면 퇴계 이황 선생을 배출한 문중이다. 사돈 어른 성씨이니 꼭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안동시 와룡면 주하리이다.
내가 들어서자 집을 지키고 있던 백구가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짖기 시작하다가 이내 멈추고 말았다.
본채앞에는 행랑채가 있다. 틀림없이 예전에는 하인들이나 머슴들이 살았으리라. 지금 자라는 세대는 머슴에 관해서 말만 들었거나 글을 통해서만 알 일이지 실제로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모를 것이리라.
멀리 특이한 모양의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짖는 것으로 나를 환영해주던 백구도 이제는 점잖은 자세로 버티고 섰다.
본채 대문은 열려있었다. 이럴 경우 나는 일부러라도 안쪽에 들어가보지 않는다. 이런 고택을 지키는 분들은 거의가 할머니들이므로 낯선 사람이 불쑥 들어서면 놀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한번 안쪽을 살피는 것으로 만족한다.
앞쪽으로 나와 있는 이 건물은 사랑채다. 보통 남자 집주인이 거처하는 건물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안채와 사랑채의 구별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현판이 보였다.
고송류수각(古松流水閣)이란 편액이 보였다. 이 건물은 고려말 공민왕 시대때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홍건적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 이자수라는 분이 세웠다고 한다. 물론 중간에 수리도 하고 보수도 했겠지만 역사가 대단한 건물인 것이다.
사랑채 앞 한쪽에는 뚝향나무가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버티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314호로 지정된 나무다. 나무나이가 550살이 넘은 고목이다.
거대하게 말려 올라간 아랫둥치가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나무 줄기에 묻은 푸른 이끼가 고태미를 한껏 뽐내는듯 하다. 저 배배꼬인 가지의 몸짓은 살아온 세월의 험난함을 이야기해주는듯 하다.
이 집은 진성이씨 집안의 대종택(大宗宅)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대종손 어른은 고등학교 선배이셨다.
가문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뚝향나무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듯 하다.
나는 사랑채 옆면을 살펴보았다.
산밑 비탈에는 솔들이 위로 쭉쭉 뻗어올라갈 채비를 하며 자라고 있었다. 뒤로 보이는 닫힌 문뒤의 건물은 사당일 것이다.
역사를 버텨낸 위엄이 묻어나는 멋진 집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정겨움이 가득 스며들어 있다. 이 정도 집은 아무나 짓지 못했으리라.
사랑채 옆에는 다시 다른 건물이 보였다.
나무로 난간을 둘린 이 건물이 경류정이다.
나는 경류정 뒤로 돌아가보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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