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안동으로 내려가야한다.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철도관사에 들렀다. 혹시 주인이 돌아오셨나 싶어서 은근히 기대를 했지만 종내 나타나지 않으셨다.
앞쪽 모래더미 부근에 하수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 내가 살았던 곳은 출입문이 여닫이 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집은 미닫이 문이다.
굳게 채워진 자물쇠가 오늘처럼 원망스럽게 느껴진 적도 드물었다. 큰방 창문이 있는 곳에는 밖으로 돌출된 베란다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쪽은 화장실 창문이다.
뒷 출입문이고..... 역시 이집은 미닫이 형식의 문이다. 나는 뒷출입문이 여닫이 형식으로 된 집에 살았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추억은 승부에서 살았던 일이다. 눈꽃열차관광으로 유명한 오지중의 오지 승부말이다. 그때도 철도관사에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뒷문에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보지 않았다.
장지문살은 그대로인것 같다.
일본식 냄새가 조금 묻어났다. 내가 서성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셨는지 촌노 한분이 다가오셨다. 그 분은 이 동네의 내력을 잘 알고 계셨다. 이 집 앞에도 철도관사가 한채 있었는데 새로 집앞으로 도로를 낼때 뜯겨나갔다고 한다.
뜯을때보니 워낙 튼튼하게 기초공사가 잘 되어 있어서 많은 힘이 들었다고 한다. 바닥에는 모래를 깔아서 습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두었고 심지어는 시멘트 벽속에도 대나무를 얽어짜서 세웠더라고 한다. 대나무를 속에 넣어두면 습기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냥 방치하기에는 아까운 유산이다. 한두채 정도는 보존했으면 좋겠다.
두집 사이에는 측백나무를 심었었다. 그렇다. 골목에도 측백나무를 심었었다. 그 기억이 확실하다.
기와도 그대로인것 같다. 시멘트 기와이리라.
기차가 지나갔다. 동네 어르신의 설명에 의하면 예전에 만든 굴다리를 깨려고 했는데 워낙 튼튼해서 기계가 안들어가므로 포기를 하고 대신 그 옆에다가 새로 굴다리를 냈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그런 철두철미한 일처리는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촌로와 헤어진 뒤 나는 도로를 따라 내려왔다. 옹달샘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놓고 다가갔다.
징검다리를 건너가서 아까 봐둔 작은 옹달샘터에서 목을 축였다. 비가 온지 얼마 안되므로 물이 평소보다 더 맑고 맛있을 것이다.
작은 개울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니 너무 아름다웠다.
세상의 모든 개울이 이렇게만 깨끗하면 얼마나 좋으랴? 여름에는 이런 곳에도 고기가 올라온다. 예전에는 버들치같은 것도 있었으리라.
나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도로로 올라왔다.
신록이 돋아나는 5월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이 또 있으랴?
철도와 도로가 만나는 굴다리 부근 마을에 고택이 한채 보였기에 찾아가 보았다.
큰지도보기를 누르면 더 큰 지도가 등장할 것이다.
이 집은 제법 높다. 이층은 아닐텐데도 이렇게 높은 것을 보면 다락때문이 아닐까?
동네분에게 허락을 얻어 살펴보았다. 이집은 기차를 타고 몇번 지나치면서 눈여겨 보아두었다. 언젠가는 한번 가보리라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의성김씨 재사였다. 학봉 김성일 선생의 묘제를 지내기 위한 재사(齋舍)라고 한다. 학봉선생의 무덤이 부근에 있는 모양이다.
안내문을 보니 이 건물은 2층이라고 한다. 이제사 왜 그렇게 높게 보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ㅁ자형으로 된 건물이다. 1700년대 건물이라고 하니 상당히 오래된 집이다.
묘제를 지내고 난 뒤 후손들이 모여서 제사음식을 나누어먹던 일, 즉 음복(飮福)도 이 집에서 했다고 한다.
대문을 살며시 열고 고개를 안으로 넣어보았다.
경사를 교묘히 이용해서 이층 집을 만들었다.
권문세가에서 관리하는 집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손을 봐두어서 그런지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다시 대문고리를 곱게 걸어두고 물러섰다.
송판을 켜서 문짝을 단다는 것은 예사 힘든 일이 아니었으리라.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안동시내로 방향을 잡았다.
내가 방금 들어갔다가나온 마을의 원경이다.
중앙선 철로밑 굴다리 부근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정류장에는 친절하게 시내버스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해두니 너무 편하다. 안동에서 도산서원으로 가려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이 시간표가 필요할 것이다. 안동시 공무원들의 정성이 놀랍다.
도산서원에서 청량산은 그리 멀지 않다. 도산서원 위에는 이육사 기념관이 있고 다시 청량산쪽으로 올라가면 퇴계오솔길이 있는데 꼭 한번 걸어볼만한 멋진 길이다.
굴다리를 지나서부터 안동시내쪽으로는 오르막길이다. 오르막 중간쯤에 음식점이 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손두부집이라고 해서 들어간 것이다.
나는 순두부청국장을 시켰다.
나는 무엇이든지 다 맛있게 먹는 사람인지라 맛 평가에 대해서는 진중해지고 싶다. 점심을 먹고 힘을 얻은 나는 다시 고개를 넘어 안동댐으로 향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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