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계라는 말은 어디선가 참 많이 들은듯 하다. 귀에 익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했다. 그랬더니 옛 기억이 소록소록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고려말 충숙왕때 안축이라는 분이 지은 경기체가에 죽계별곡이라는 작품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죽계천에 걸린 작은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다리를 건너면 곧장 선비촌이 나온다. 영주가 선비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다면 안동은 양반이라는 용어를 들고나와 우려먹고 있는 중이다. 그게 그것인거 같지만 개념은 다르다고 봐야한다.
딸을 데리고 죽계천을 건너는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장면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하얀 천막이 쳐져있는 곳 부근이 다례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소수서원 입장권 하나로 선비촌까지 같이 볼 수 있으므로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선비촌은 옥계천과 죽계천이 만나는 곳 부근에 터를 잡았다.
나는 오늘 큰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한번 더 올 생각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소백산 밑을 대강이나마 훑어볼때 여기와서 하루 정도 묵어볼 생각으로 있다.
나는 저자거리로 들어섰다. 저자는 오늘날의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를 다음(DAUM)사전에서는 '
햇살이 조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하나씩 둘러보았다.
예전 가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는 포목전이다.
그 옆은 어물전이고.... 허공에 달린 굴비와 오징어를 보자 배고픔을 느꼈다.
싸전도 보였다. 가게에 턱 버티고 앉은이는 진짜 사람이다.
떡집도 보였다.
시장기를 느낀 나는 밥먹을 곳을 찾았다. 이미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 분은 보부상인가 보다.
등짐이니 봇짐이니 괴나리봇짐(=개나리봇짐)이니 하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담봇짐이라는 말을 아는 이도 이제는 갈수록 귀해져간다.
한쪽에 달구지가 보였다.
소달구지다. 고무타이어를 끼운 달구지는 근래에 와서 생긴 물건이다.
말뚝에 매인 저 소는 여물이라도 먹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팔자가 좋은 소라면 이시간쯤에는 시골집앞 소말뚝에 묶여 되새김질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소먹이는 아이들을 따라 산에 가서 마음대로 다니며 풀을 뜯어먹어야 하건만 이 소는 뙤약볕 아래 고생이 심하다.
나는 대장간도 기웃거렸다.
호미와 낫은 기본이고, 엿장수가 쓰는 가위도 보였다. 시커먼 쇠가위로 절컥절컥 소리를 내며 손님을 모으던 예전 엿장수들이 그리워졌다.
저자거리에서 나는 주막을 발견했다.
청사초롱이 걸려있었다.
장터국밥이 5천원이라..... 착한 가격이다.
주막문을 들어서다말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마당에 차일을 치고 목로주점처럼 간이탁자를 놓았다.
한켠에서는 아줌마들 몇몇이 부침개를 부치기도 하는등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나는 마당 한가운데의 들마루에 앉으려다가 이왕이면 집에 딸린 툇마루에 앉아서 음식을 먹기로 했다.
부침개 한장과 장터국밥을 시켰다. 그리고 나서 전화기를 꺼내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초등학교때의 친구가 영주에서 사무관으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밥상에 차려놓은 음식에서는 옛날 맛이 넘쳐났다.
친구는 부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건지 이삼분도 되지않아 그가 찾아왔다. 친구부인도 부근에서 들차회 일을 보고 계신다고 했다.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난 뒤 차를 마시러 갔다.
죽계천에 걸린 다리를 건너 다시 들차회를 하는 현장으로 갔다.
다른 분이 차대접을 받고 있어서 다른 곳을 둘러보며 순서를 기다려야했다. 친구부인은 평소에도 인생을 아름답게 사신다 싶어서 감탄을 했는데 역시나 짐작한대로였다. 존경스럽다.
솔밭 곳곳에는 나무 그늘마다 들차회 회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모두들 우아하시다.
놋그릇에 띄운 철쭉 몇송이와 단풍잎!
아름다움을 보는 눈들이 남다르다.
정갈한 다식의 아름다움에 침이 고였다.
이런 행사는 많을수록 좋다.
사람살이의 아름다움은 이런데 있는게 아니겠는가?
우아하고 고아한 자태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진정 가치있는 일이다.
오늘 나들이에서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리라고는 처음 출발할때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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