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신발을 벗고 깔아놓은 자리에 올랐다.
군계일학(群鷄一鶴)격이었던 저 여자분도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이 품격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던가.
차를 마신다는 것으 단순한 음료를 마신다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다. 인생을 마시고 멋을 마시고 정취를 마시는 일이다. 아니 그 이상의 그 무엇을 마시는 일이다.
나는 말차를 만드는 과정을 살피면서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려야했다. 세밀하게 봐야할게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차려놓은 소품 하나하나가 멋스럽다.
함부로 해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그마한 다기 속에는 물이 들어있는 모양이다.
붉은 빛이 도는 홍단풍 잎하나도 그지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젓가락 받침으로 쓰는 것은 혹시 돌이 아닐까?
운치! 주위에 널려있는 작은 물건과 정갈하게 만든 소품에서 멋을 느낀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부젓가락과 화로, 그리고 숯까지 준비한 정성이 놀라웠다.
말차 한잔을 만들고 마시는 것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는 일인지를 깨닫는다.
나는 소품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었다.
말차는 가루로 만들어 마시는 차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다식은 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던가?
내외간에 함께 앉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지극히 아름다운 일이다. 아내는 차를 대접하고 남편은 마시고..... 현대판 선비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러고보니 온 사방에 선비가 널린 곳이 영주같다.
나에게도 말차 한잔이 주어졌다.
그냥 마시기가 너무 아깝지만 어쩌랴? 연녹색의 차 한잔 속에는 온갖 의미가 담겼다.
송화(松花)다식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 들을때는 정말이지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예사 정성으로는 못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귀한 분들의 모습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용서하시리라 믿는다. 이런 글을 통해서나마 거듭거듭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다. 참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분들이어서 어설픈 나같은 인간은 찾아뵈었다는 사실 자체만 해도 과분하다.
차를 대접받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나왔다.
친구가 영주시내로 돌아간다기에 묻어서 나오기로 했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어차피 영주로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영주 한우도 이제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선비촌은 나중에 새로 한번 더 와서 구경할 생각이다.
정문 앞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우리는 주차장부근으로 가서 차를 찾았다.
여기서 영주 시내까지는 이십여분 정도만 하면 가는 모양이다.
낮으막한 산을 배경으로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선비촌에서는 품격이 묻어나왔다. 어떤 분들은 단순한 숙박시설 정도로 평가절하하여 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의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나는 당연히 바깥에서 구경을 한다.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야 뭐 도서관 체질이므로 책에 묻혀살면 좋다.
친구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소수서원 구경을 마쳤다. 나는 거듭거듭 솟아오르는 잔잔한 감동을 곱씹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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