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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 기차역에서 정거장의 미래를 보다 2

by 깜쌤 2012. 5. 8.

오래된 기차를 재활용하는 수단으로 열차카페만한 것이 또 있을까?

 

 

역구내를 이렇게 잘 가꾸어놓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나무 그늘 밑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광경이다.

 

 

처음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던 해, 터키에서 열차를 사용해서 그리스로 넘어갔다. 그리스의 국경 기차역에서 테살로니카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역구내에서 멸치를 안주삼아 한잔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젊었기에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약간씩 마시곤 했었다. 

 

 

완행열차를 기다리고 있을때 이런 식으로 생긴 유선형 열차가 출발하던 모습을 보며 가난한 여행자의 서글픔을 맛보았던 일도 이젠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열차도 유선형의 날렵한 자태를 뽐내며 다시 달리고 싶어할지 누가 아는가?

 

 

역구내에는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내는 녹음이 짙기만 했다.

 

 

레일카페라...... 카페가 있는 칸으로 먼저 올라가려다가 제일 뒷칸부터 보기로 했다.

 

 

나는 제일 뒷칸으로 갔다.

 

 

5월의 햇살아래 영산홍이 그 붉은 빛을 더하고 있었다.  

 

 

기차역을 감싸고 오순도순 둘러앉은 마을에는 평화로움과 고요함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 이런 멋진 낭만을 즐기려 하지 않는다면 인생살이가 얼마나 삭막할까 싶다. 

 

 

나는 기차에 올랐다.

 

 

실내장식이 단촐했다.

 

 

이따가 마을에도 한번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구가 멋졌다. "화본마을은 세월을 잊은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마지막 칸의 일부분은 극장이었다.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상영시간을 기다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에 돌아나왔다.

 

 

돌아서서 앞쪽을 보았더니 카페였다.

 

 

예쁜 아가씨가 커피를 담은듯한 종이잔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커피생각이 간절했다.

 

 

승강구에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멋진 풍경화가 펼쳐졌다.

 

 

열차카페 부근에 심은 배롱나무들은 7,8월이 되어 꽃이 필 경우 비로소 그 아름다움의 위력을 발하게 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런 자리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운치가 넘칠 것이지만 햇볕이 화창한 오늘 같은 날은 밖에 나가서 마시는 것이 낫다.

 

 

차창 너머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나타났다.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보통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무래도 라떼보다는 아메리카노다. 너무 진한 맛을 풍기는 커피보다 연한 맛을 좋아한다.

 

 

 기계로 발마사지도 하는가 보다.

 

 

 와플이나 치즈케익을 곁들이려고 하다가 그 유혹을 참아냈다. 짠돌이로 사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커피를 들고 내렸다. 종이컵에 담은 커피의 따끈한 온기가 여과됨없이 전해졌다.

 

 

 그 사이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듯하다.  

 

 

 나는 운전실에 올라가보았다.

 

 

 기계장치들은 하나도 없다. 전면 유리창이 뿌연 것이 눈에 거슬렸다. 깨끗하게 닦아두면 좋으련만...... 

 

 

 운전석에서 내려온 나는 기차역으로 다가갔다.  

 

 

 개찰구 맞은편 플랫폼 너머로 있는 급수탑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건물 주변이 깨끗해서 좋았다.

 

 

 나는 철길을 건넜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차역이 이렇게 앙증맞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돈이겠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은 의식이다. 잘 가꾸어보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길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열차카페 뒤로 팔공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팔공산 너머는 대구광역시다.

 

 

 역구내와 바깥을 구별하는 경계지점에는 측백나무들이 울창했다. 측백나무들의 키가 제법 컸다.

 

 

화본에서 남쪽으로 내려갈 경우 그 다음역이 봉림역인데 봉림에서는 팔공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급수탑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곳에는 방부목으로 멋진 길을 만들어놓았다.  

 

 

나는 밑으로 내려가본다. 하찮은 시골역이라고 해도 찬찬히 뜯어보려면 볼게 많은 법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