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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산자락은 아름다웠다 2

by 깜쌤 2012. 1. 23.

 

개울을 따라 난 도로를 걸어내려오다가 우리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가게인줄도 몰랐다. 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농가였으니까.....

 

 

 

그냥 지나치려다가 바구니에 담긴 자두를 보고는 가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본 것이다. 흰벽에 붉은 기와를 올린 자그마한 시골 농가였다.  

 

 

마당 한구석에 펼쳐놓은 평상위에는 자두를 담은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여있었고 한쪽에는 물을 몇병 가져다 놓았다. 평상이 놓인 나무그늘 밑에서는 바둑이 한마리가 슬금슬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과수원과 맞닿은 마당 한쪽에는 조롱박을 가공하여 예쁘게 만든 박공예품이 조롱조롱 걸려있었다. 시골 냄새가 집에 가득했다. 집을 지키고 있는 중년의 사나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잘 안통했는데 마침 집안일을 하고 있던 딸이 나왔다.

 

 

영어로 자두 가격을 물었더니 1근에 4원이란다. 처음에 한근을 사서 한사람이 서너개씩 먹었더니 맛이 있어서 다시 한근을 더 샀다. 사람들이 너무 순박했다. 물도 하나 사마셨다. 

 

 

그들의 행동이 너무 순박해서 나는 아가씨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내가 준비해간 필기도구를 하나 꺼내어 감사함을 표시했더니 아가씨는 박공예품을 하나 내밀었다.

 

그 박공예품은 지금 내 서재 CD상자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다. 조롱박에 묘하게 상처를 내어 글씨를 새기고는 그게 저절로 아물도록 한 것 같았다. 그런 뒤에 니스칠을 해서 말린 것이리라.  

 

 

중국 자두를 참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먹겠다고 하자 그녀는 직접 씻어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농가에서는 아직도 구식 저울을 쓰고 있었다. 마당에는 놓아기르는 닭들이 제 마음껏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두 몇개로 어느 정도 시장기를 속이고 난 뒤 우리들은 산골 부녀와 작별을 고하고 다시 도로를 따라 걸었다.

 

 

어느 정도 내려와서는 길가에 자리잡은 절을 만났다. 도관은 확실히 아니었다. 누가봐도 명백한 절이었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겉모습이라도 보기로 했다.

 

 

산자락에 제법 아담하게 자리를 잡았다.

 

 

태산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절 앞쪽으로 자라는 대나무 밭이 절을 은근히 숨겨주고 있었다. 나는 절을 둘러싼 초록색 짙푸른 대나무 숲을 보면서 와호장룡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와호장룡(臥虎藏龍)은 호랑이가 웅크려 누워있고 용이 숨어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한자제목도 의미심장하지만 영어 제목도 일품이다.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이니 정말 그럴듯 하지 않은가?

 

 자유중국 출신의 이안(李安) 감독이 만든  명작 무술영화인데 다 알다시피 푸른 대나무밭에서의 결투장면이 환장적이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나서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한번은 무당산에 가보고 싶어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무당산에서 촬영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우탕샨 정도로 발음되는 무당산(武當山)은 중국 호북성에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고...... 

 


나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무당산에 올라가보지 못했다. 화산과 숭산과 청성산은 보았지만.....

 

 

무슨 림선사라고 이름이 붙은 것 같긴 한데...... 제일 앞글자가 어떤 글자인지 자신이 없다. 죽(竹)자일까? 아니면......

 

 

절 뒤로 보이는 태산 봉우리들이 그려내는 능선의 모습이 일품이었다.

 

 

산수화같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표현이리라.

 

 

ㅂ형님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같았지만 나는 바깥에서만 맴돌았다.

 

 

언제 만든 절인지는 몰라도 제법 참했다.

 

 

우리가 절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중천문에서 태산 등반객을 가득실은 셔틀버스는 부지런히 산길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저 안쪽에서 달마상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저 배불뚝이상이 보기가 조금 뭣해서 안들어간 것이다.  

 

 

나는 자꾸 죽림선사라고 읽고 싶었다.

 

 

지붕의 크기에 비해 벽체가 약간 작은 듯한 것을 보면 일본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여긴 중국의 산동이니 그럴 리는 없을테고....... 

 

 

최근에 불사(佛事)를 크게 벌인 절인 것 같다.

 

 

이왕 사진도 찍고 했으니 좀 쉬어가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쉬어가면서 구경하면서 하염없이 산을 내려가면 어느 세월에 다 내려갈지 모르겠다.

 

 

태산에는 돌로 만든 작은 정자들이 많이 보였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더라면 숫자라도 헤아려볼걸 그랬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건너편에도 또 하나가 보이는게 아닌가?

 

 

바위산에 돌로 만든 석재(石材)정자라니......

 

 

정자 속의 사람은 제법 풍류를 즐기고 있는듯 했다.

 

 

어떤가? 태산의 계곡도 한번쯤은 즐겨볼만하지 않은가?

 

 

비가 올때 이런 폭포는 장관이지 싶다.

 

 

이러니 사람들이 태산 태산 하는가 보다.

 

 

우리는 도로 밑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내려오다가 보니 농가가 보였다.

 

 

작은 저수지도 있었는데 수영을 해보려다가 참았다. 잘못하다간 남의 나라에서 물귀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참을 더 내려가야만 했으니 지겹게 걸은 셈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