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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다시 청도로 간다

by 깜쌤 2012. 1. 26.

저녁은 어제 먹었던 곳에서 먹기로 했다. 오늘은 요리를 자그마치 5가지를 시켜본다. 일행이 너무 피곤해할 것 같아서 나는 마시지 않더라도 맥주 두병을 따로 주문했다. 제일 첫번째 나온 요리는 우리말로 하자면 '농가 촌닭요리'다. 뼈가 좀 억세었다. 하기사 닭뼈가 좀 억세지 않은가?

 

 

가격은? 밥 네그릇과 맥주 두병까지 합해서 121원이다. 그렇다면 일인당 30원꼴인데 우리돈으로 치면 5천백원인 셈이다.

 

 

 

가지요리도 먹을만 했다. 먹을만한 정도가 아니라 맛있었다.

 

 

그 다음엔 푸른 고추에다가 고기가 들어간 요리인데 맛이 개운했다. 산동지방은 우리나라와 가까워서 그런지 음식들이 우리 입맛에 제법 맞는 편이다.

 

 

표고버섯에 고기가 들어간 요리가 나왔다. 오늘은 제법 푸짐하게 먹는다.

 

 

저수(猪手)라면 이건 누가봐도 돼지족발이다. 오늘은 제대로 요리를 잘 찍었다. 사진을 잘 찍었다는 말이 아니고..... 다리 하나씩을 들고 물어뜯었다. 예전같으면 맥주 정도는 가볍게 한잔 했으련만 술을 안마신지가 꽤 오래 되었으니 이제 술생각은 사라진지 오래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함께간 일행이 한두잔 정도 마시는 것은 용납해준다. 천만다행으로 모두들 절제를 하면서 한두잔으로 끝내주니 너무 고마웠다. 술을 마시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청도로 돌아가야만 했다. 귀국하기 위해서는 청도에서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버스 터미널에 가서 확인을 해보았더니 청도행 고속버스는 아침 6시와 8시 40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 8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종일 너무 걸었기에 극도로 피곤해서 그랬으리라. 눈을 감자말자 곯아떨어졌으니...... 그저 피로회복에는 잠이 최고다.

 

 

그래도 아침에는 개운하게 눈을 떴다. 오늘은 이동하는 날이다. 이런 날은 이동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 가능성이 높다. 태안에서 청도까지 가려면 적어도 4시간 반은 걸려야하니까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지도의 오른쪽 빨간 점으로 표시된 곳이 태안이고 왼쪽의 작은 빨간점은 청도(靑島 칭다오)의 위치를 나타낸다. 우리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청도까지 가야만 귀국이 가능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다가 앙증맞게 생긴 빨간색 삼륜차를 만났다. 너무 귀여워서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고녀석, 정말 깜찍하기도 하다.

 

 

옆에서 보면 앞바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영순차업(永順車業)이라는 회사 소속이다.

 

 

차를 타기 전에 아침을 먹어야했다. 버스터미널 부근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교자와 좁쌀죽으로 아침을 떼웠다.

 

 

 

음식점 속은 시커먼데다가 에어컨은 소음만 요란한 고물이고 선풍기조차 거의 돌아가지 않아 땀을 비오듯 흘려가며 아침을 먹었다. 차표를 자세히 보았더니 출발시각은 있는데 좌석번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무 좌석에나 앉으라는 말이지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냉방이 거의 안되는 대합실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대기하기를 한 30여분 했을까? 드디어 개찰을 하는데 모두들 좋은 자석을 잡으려고 안달이 났다. 밀고 당기고 하느라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배낭을 화물칸에 넣고 올라가서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어떤 녀석이 통로쪽 자리에다가 자기 가방을 놓아둔 것을 보고 영어로 좌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마지못해 자기 가방을 들어주고는 앉으라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아마 녀석은 예쁜 아가씨가 옆에 앉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심보가 고약하게 보여서 말도 한마디 안붙여주었다.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는지 내 뒤에서 어떤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싱가포리언이냐고 말이다. 코리언이라고 했더니 더 이상 말을 섞지 않는다. 녀석은 나를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화교로 보았던 모양이다. 버스 중간부분에 자리를 잡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멀미를 할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차는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정시에 출발한 차는 터미널을 슬슬 빠져나간다. 아마 저집은 운전기사들의 숙소이리라.

 

 

기사들은 저런 곳에서 자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 한사람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시가지를 벗어난 버스는 동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이내 속도를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길이 좋았다. 귀국일정때문에 청도로 그냥 가는 바람에 산동성의 성도(省都)인 제남에는 결국 가보지 못했다. 우리로 치면 도청 소재지를 방문하지 않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동성에 사는 인구만 해도 약 9500만명 정도가 된단다. 중국에서는 두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 산동성의 면적은 남한보다 더 넓은 15만 제곱킬로미터쯤 된다. 우리나라 남북한 다 합한 면적이 22만 제곱킬로미터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그 크기를 비교해보면 된다. 행정단위인 성(省)하나의 규모가 그 정도니 중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크긴 큰 것이다.  

 

 

두시간 정도를 달린 뒤 버스는 휴게소에 들어갔다. 그 동안 버스는 끝없이 펼쳐진 수수밭과 옥수수밭 사이를 달려왔다. 어떤 곳은 지평선까지 아득했으니 농산물 생산량도 보통이 넘지 싶다. 산동성에서 논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고속버스휴게소는 새로 지은 것 같다. 건물은 새로 지었지만 차량이 워낙 뜸해서 그런지 이용객은 거의 없었다. 고속버스도 겉모양은 그럴듯 하지만 안쪽의 모습은 우리나라 시골버스라고 여기면 된다. 좌석은 좁고 불편했으며 청결상태도 별로였다.

 

 

버스여행에서는 휴게실에 들어갈 때마다 무조건 화장실부터 먼저 다녀와야 한다. 그게 버스를 사용한 여행의 기본이기도 하다.

 

 

초시(超市)라고 이름붙였으니 틀림없이 수퍼마켓이다. 속에 들어가 보았더니 물가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목이 너무 말랐기에 결국은 그 비싼 오렌지쥬스를 하나 사서 나왔다.

 

 

한 십여분을 쉬었을까? 다시 버스가 출발했다. 비가  슬슬 오기 시작했다.

 

 

청도시내에 들어와서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것이 오후 1시경이었으니까 4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일단 짐을 챙겨서 대합실로 나왔다. 내가 알기로는 청도시내에만도 터미널이 다섯군데가 넘으니 우리가 도착한 곳이 어느 터미널인지 그것부터 파악해야했다. 그래야 시내에 들어갈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배낭여행자의 슬픔은 이런 곳에 있다. 도착하면 위치를 파악하고 그런 뒤 숙소를 구하고......  고생길의 연속인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