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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8

by 깜쌤 2012. 1. 20.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옥황전이다. 옥황전 앞마당 한가운데를 자세히 보면 작은 비석이 보이는데 태산 정상임을 알리는 글씨는 바로 거기에 새겨져 있다.

 

 

비석 사방으로는 열쇠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청춘남녀들에게 맞아 죽을 소리가 되겠지만 저걸 떼어서 고철로 팔아도 돈이 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들 이루고 싶은 소망과 소원이 그리도 많은 모양이다. 나는 약간 역겹기까지한 향내를 피해 옥황전 문을 나섰다.

 

 

뒤로 돌아나가니 무선기지국같은 건물이 보였다. 비로소 숨이 탁 틔였다.

 

 

태산은 한번 올라가볼 곳이지 두번씩이나 올라가볼 곳은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가보려고 한다면 사람이 적을 때를 잘 골라서 올라가야한다.

 

 

호흡을 가다듬은 우리들은 이제 내려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로 했다.

 

 

제 아무리 사람들이 들끓는 태산(泰山)이라고 해도 산은 산인지라 야생화 무리들이 떼를 지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청제궁과 신게빈관 옆을 지났다.

 

 

그런 뒤에는....

 

 

천가를 걸었다.

 

 

남천문 부근의 상가에서 옥수수를 하나 사서 먹었다. 배가 살짝 고팠기 때문이다.

 

 

그냥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을 수는 없었기에 난간에 기대어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옥수수 낱알을 털어 입안으로 쓸어넣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천문을 지나서 십팔반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일도 예사 일이 아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내려가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은근히 불쌍해지도 했다.

 

 

정말이지 내려가는 것도 고역이다. 다리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중간쯤 내려온 지점에서 종아리를 달달 떠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데리고 천천히 내려가는 가족을 만났다. 아이가 극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주 눈이 갔다. 결국은 말을 붙였다.

 

"난 한국인이오. 아이가 극도로 피로한 것 같은데 도와드려도 될까요?"

 

나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의약품 주머니에서 물파스를 꺼내 여자 아이의 종아리에 발라주고 비타민C 분말이 들어있는 것을 꺼내주었다. 혹시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을 할까 싶어서 나도 비타민C 분말 봉지를 한개 입에 털어  넣고 아이에게 주었더니 즉석에서 먹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의 가족이 영어로 감사말을 전해왔다. 그게 뭐 감사할 일인가? 우리나라 물파스의 위력은 상당한 것 같다. 나는 해외에 나가서 트래킹을 할때를 대비해서 출국할때마다 꼭 하나씩 넣어가지고 다닌다. 모기에게 물렸을때나 벌에게 쏘였을때도 효과만점이었다. 물론 지금 내가 당한 이런 경우에도 정말 유용했다.  

 

 

내려가는 길에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많았다. 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지만 우리같은 서민들은 걸어서 내려가는게 최고다.

 

 

한번씩은 고개를 들어 먼산을 바라본다. 그래야만 곳곳에 작은 암자들이나 건물들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슬금슬금 내려온 것이 어느덧 중천문(中天門)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했다. 어느 길로 가야할까 싶어서 말이다.

 

아침에 올라온 길과는 다른 쪽 골짜기인 대묘방쪽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걸어서 내려가보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갔는데 길을 잘못들어 버스가 다니는 도로쪽으로 나오고 만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물어도 길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간신히 만난 데이트를 즐기는듯한 청춘남녀에게 물었더니 자기들도 대묘방쪽에서 시작하는 일천문쪽으로 간다기에 따라 나섰는데 왠걸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명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은 위의 지도를 보기 바란다. 지도 상단에 있는 붉은 점이 삭도가 있는 중천문이다. 거기에서 내려온 길은 두가지다. 하나는 거기에서 거의 똑바르게 오른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왼쪽 하단의 별표가 있는 곳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다.

 

 

결국 우리들은 길찾기를 포기하고 버스가 올라오는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얼마나 오래 걸어야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처음 출발지까지 내려가려면 두시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 어마어마한 돌계단길도 걷다가 왔는데 이 정도 길도 못걷는다는 말인가 싶은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걸었다. 

 

 

오른쪽 발가락이 서서히 아파왔다. 집안의 문지방에 발을 심하게 부딪힌 적이 있었는데 그 후유증때문인지 나는 자주 발가락이 아파오는 고통을 받고 살았다. 내가 워낙 미련곰탱이 같은 인간이어서 그동안 병원에도 안가보고 살았는데 그 증상이 다시 도진 것이다.  

 

 

 

태산을 오르내리는 버스만 이따끔 산자락의 정적을 깨뜨릴뿐 사방은 작은 풀벌레소리로 채워져 고요하기만 했다. 

 

 

 

한참을 걸어내려오다가 드디어 사람이 있는 건물을 만났다. 교통통제소인지 입산관리소인지 모르지만 나무밑에 노닥거리는 사람에게 산을 내려가는 길을 물었더니 말없이 도로 밑으로 난 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뜨거운 여름날에 도로를 걷는 것은 고역중에 고역이다.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니 살것 같았다. 일단 시원하니까 살맛이 났다.

 

 

길은 조금 험했지만 걸을만 했다. 도로를 따라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걱정될 일은 없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다가 드디어 도로를 다시 만났다. 도로 밑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쉬어가기로 했다.

 

 

산봉우리가 그려내는 능선의 모습은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린 모두 신을 벗고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어 보기로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