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방학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아이들도 있었다 3

by 깜쌤 2012. 1. 12.

 

학부모님들의 동의도 구했으니 이젠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연습은 12월 5일 월요일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예정일은 12월 23일 금요일 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9일간입니다. 토요일 일요일을 포함해서 쳐서 그렇습니다만 실제로 연습할 수 있는 날은 2주일, 그러니까 14일 정도 뿐입니다.

 

연극은 모두 4편을 할 생각입니다. 두편은 우리말 연극이고 두편은 영어연극입니다. 제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2011학년도에 영어교과를 직접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어과는 영어전담교사가 수업을 했었습니다. 직접 가르치지 않았으니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평소에 다른 교과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를 토대로 대강 짐작할 수는 있었으므로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극 공연은 교실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식무대를 빌려서 하는 것이죠. 그러니 준비해야할 일이 엄청 많습니다. 이쯤에서 담임교사와 아이들이 해야할 일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담임교사가 해야할 일

 

 1) 극본 고르기 - 영어연극 2편, 우리말 연극 2편

 2) 장소 예약하기 - 연극 공연장소 빌려두기

 3) 모둠 짜기 - 모둠별로 모둠장(=모둠머리 Group Leader)을 뽑고 아이들을 배치하기

 4) 공연준비물 준비하기

 5) 연습시키기

 6) 연습장소 확보하기

 7) 학교당국과 협의하기 - 내부결재를 통한 계획서 꾸미기

 8) 공연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하기 - 공연 순서 정하기, 뒤풀이 장소 섭외 및 행사 준비 

 

 

  

2. 아이들이 해야할 일

 

 1) 대본 외우기

 2) 공연소품 준비하기

 3) 의상 준비하기

 4) 효과음악 준비하기

 5) 입장과 퇴장 연습하기

 6) 인사말과 인사 연습해두기

 7) 공연전과 마침시의 특기자랑 연습해두기

 8) 초청장 만들기

 9) 영어 연극의 자막을 만들고 번역하기

 10) 무대의 스크린에 비춰줄 배경 장면 선택하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잘 생각해보면 연극 공연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사회활동을 통해 이런 경험을 쌓아왔으므로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음악공연도 해보고 체육대회 진행같은 것을 해보면서 노우하우를 쌓아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영역별로 하나하나씩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극본 고르기]

 

제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은 6학년들입니다. 2012년 2월에 아이들을 졸업시켜 내보내면 스물일곱번째의 6학년 담임교사 역할을 끝내게 됩니다. 제 인생에서 성취해야할 인생목표 가운데 하나가 6학년 담임을 서른번(30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제 27번째 담임을 거의 끝내가고 있는 중이죠.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31명입니다. 남학생이 열 다섯명, 여학생은 열 여섯명입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정도의 수준을 가진 해당하는 중소도시 아이들이지만 같은 도시 안에서도 조금 수준이 쳐지는 지역에 학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영어연극 두편과 우리말 연극 두편을 공연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연습을 시켜 공연을 해야합니다. 영어 연극 두편 모두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소재를 따온 것인데 하나는 놀부전이고 다른 한편은 나무꾼의 도끼입니다. 놀부전은 중학생 1학년 후반기나 2학년 초반 수준이고 나무꾼의 도끼는 6학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이 사진속의 장면은 공연 이틀전의 총연습 모습입니다>

 

우리말 연극은 학부모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놀부전으로 택했습니다. 또 다른 한편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전래동화 메들리'를 가지고 극본으로 꾸민 것입니다. 전래동화 메들리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극본으로 꾸민 아이는 제가 가르쳤던 6학년 여자아이였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그 아이가 6학년 때 원본을 구해서 아이에게 주고 극본으로 바꾸어 달라는 과제를 주었더니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왔더군요. 초등학교 아이의 놀라운 능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허락을 얻어서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이죠. 

 

이런 자료들은 교사의 개인 컴퓨터에다가 저장을 해두고 필요할때마다 꺼내쓰면 좋습니다. 컴퓨터의 놀라운 기능 가운데 하나는 자료의 저장과 검색이 아니던가요? 다른 글에서 이야기 한 사실이 있습니다만 제가 집에 가지고 있는 개인 컴퓨터에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사진과 자료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현직에서 은퇴를 할 경우에 누구에게 물려주느냐 하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장소 선정하고 예약하기]

 

이제 제가 가진 고민 가운데 한가지는 공연장소를 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문제일까요? 먼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연극공연에 출연할 아이들이 우선 서른 한명이나 됩니다. 모두들 우리 학급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다른 반 아이들을 섞어 넣은 것이아 니라 제가 가르치는 학급의 아이들만 출연하는 연극 공연이지만 부모님들이 모두 다 참석할 경우 60명이 됩니다. 그러면 모두 90명이 되는 것이죠. 아이들의 친척이나 친구들까지 온다면 기본적으로도 120명은 훌쩍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교실 공간으로는 공연이 어렵다는 것이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대가 필요하고 조명시설이 필요하며 겨울철일 경우에는 난방시설이 되어야 하고 여름일 경우에는 냉방시설이 되어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영어 연극을 할 경우 단순히 아이들이 영어로만 대사를 이야기하면 관람하시는 분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수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무대 뒤로 자막을 띄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새로 지은 오페라 극장이나 뮤지컬 공연장을 가보면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혹은 영어로 공연이 이루어질 경우 양쪽에 자막을 올려주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음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빌리려면 대여료 문제도 문제지만 아마추어에 속하는 아이들의 풋내나는 공연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관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천장에 프로젝터가 달려있고 컴퓨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며 조명시설과 무대시설을 갖춘 곳을 찾아내기가 어렵지만 다행히 쉽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찾아낸 장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건물주와 협의를 해야하고 계약을 해두어야 했으므로 미리미리 교섭을 해두어야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공연만 하고 아이들을 보내버리면 너무 허전합니다. 연극공연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의 소감도 들어보고 하다못해 관람을 하신 학부모님들과 차라도 한잔 마시면서 뒤풀이를 하려면 또 다른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공간을 저는 알고 있었으므로 해당 사무실에다가 신청을 하고 허락을 얻어 놓았던 것이죠. 이제 왜 외부시설을 빌렸어야만 했는지를 이해를 할 수 있지 싶습니다. 만약에 학교 강당을 쓰면 어떠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위에서 이야기했던 이 모든 요소를 잘 생각해보면 그게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에 소강당이나 소극장 시설이 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멋진 공연 공간이 될 것입니다.

 

결국 학교 형편에 따라 교사는 장소를 선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장소 선정이 끝나고 공연일자까지 확정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습을 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