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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방학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아이들도 있었다 4

by 깜쌤 2012. 1. 14.

 

 

[모둠짜기]

 

서른한명의 아이들이 모조리 다 출연하는 연극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어연극 두편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우리말 연극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겹칠 수가 없습니다만 잘만 조직하면 멋지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우리말 연극도 놀부전으로 하고 영어 연극도 놀부전에다가 나뭇꾼의 도끼 같은 우리 고전으로 선택한 것은 배역이 겹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아이들 전원이 한편의 연극에 모조리 다 출연하는 전래동화 메들리(medley)도 같은 영역의 연극이므로 겹치기 출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치가 있는 교사라면 개그 프로그램들 속에 등장하는 어떤 코너 가운데에는 이야기가 순환논법의 형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짜놓은 연극 공연 프로그램도 그런 식입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다른 연극에 비슷한 역으로 출연해도 무리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서른 한명이 골고루 다 출연할 수 있을뿐더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치와 능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일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쳐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세밀하게 파악해두고 있으니 배역을 선정하는데도 무리가 없이 매끈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배역선정을 영어로는 캐스팅(Casting)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역할에 맞는 배우나 성악가를 선정하는 것은 연극이나 오페라나 뮤지컬을 성공시키는 기본 요소입니다. 담임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능력을 살펴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연극공연을 하기 위한 준비는 사실 3월부터 이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나는 수업을 하면서 진도를 적절히 조절하기도 하고 시간 운영의 묘를 살려서 적당한 시간을 확보해서는 3월말이나 4월 초쯤에 <슈렉 1>같은 영화들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런 영화들은 인성교육과 왕따문제, 아이들의 사회성에 관한 교육을 시키는데 아주 유용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 속에 들어있는 많은 영화 이야기들을 보면 제가 영화에 가지는 관심과 교육적인 가치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3월말이나 4월초에 그런 영화들을 보여주면서 연극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슬쩍 던져둔다는 식입니다. 사실 이런 행위는 눈앞에 있는 과자를 똑 따먹기하는 식으로 학급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통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많은 교사들이 그런 면에서 너무 무지한 것 같습니다. 이는 결국 학기초부터 실패의 씨앗을 뿌려가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되는 것이죠. 

 

 

배역을 정할때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역할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어떤 해에는 주인공역을 서로 하기 위해 학급내의 아이들끼리 경쟁을 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모두 다 슬슬 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학급행사에 관한 모든 일을 처리할 때는 스스로 용감하게 나서서 지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학급간부를 선출하는데도 우리반 아이들은 지원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발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교사가 강제로 배역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싫어하면 굳이 강제로 떠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적인 가치가 풍부한 영화를 보여주고 난 뒤에는 반드시 보고서를 받았는데 주연과 조연의 의미도 알려주고 감독, 음악, 효과음, 시나리오 구성, 배우들에 얽힌 이야기도 미리 자세하게 다 설명해주므로 아이들은 영화 한편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배웁니다. 그런 지식들이 연극공연을 할때 다 이용되는 것이죠. 

 

지난해 12월, 그러니까 약 한달전의 공연을 하기 위해 캐스팅을 할 때도 일이 쉽게 술술 잘 풀려나갔습니다. 영어 연극에는 아이들의 언어실력이 우선시됩니다만 우리말 연극은 아이들의 끼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두번씩은 기본적으로 출연하게 되니 연습할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래동화 메들리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한번씩만 출연하면 되므로 연습 부담이 없습니다. 극본이 그런 식으로 쩌여져 있기에 아이들은 자기가 중점적으로 출연하는 연극의 연습만 충실히 해두면 전원이 한편의 연극에 출연하는 전래동화 메들리같은 연극은 너무 쉽게 해치우는 것이죠. 

 

 

 

[연습하기]

 

다른 도단위 행정구역이나 광역시 특별시에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상북도의 경우 6월과 11월에 도단위 학력고사를 치룹니다. 도단위 학력고사를 일년에 두번 실시하는 셈입니다. 6학년일 경우는 7월에 전국단위 학력고사를 보게 됩니다. 전국단위 학력고사를 바탕으로 학교 석차를 내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하는 각종 예산의 범위와 규모도 달라지게 되므로 일선 교육지원청(=예전의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합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그런 시책이 마음에 들지도 않을뿐더러 교육적인 효과면에서도 회의를 가지는 편입니다만 교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도 않는 것 같아서 실망감만 높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국가단위 시험이 없을때 저는 1학기 말에는 영어연극을 했고 겨울방학 전에는 우리말 연극공연을 했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실제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동심과 인내심을 배우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성취감을 느낍니다. 일을 하는 요령을 배우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예능에 대한 절대적인 재능이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탤런트가 되고 싶어하고 가수가 되겠다고 하는 허황한 꿈을 접고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1학기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아이들은 2학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교사를 존경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간의 인간관계도 좋아져서 왕따나 사고를 치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졌던 것이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생각도 긍적정으로 변해서 학급경영하기가 너무도 편했습니다.

 

국가단위 시험이 들어오게 됨으로서 이제는 1학기말 공연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제는 2학기 겨울방학 전에 한번만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국가에서 너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 성적까지 일일이 비교를 해가며 등수를 내어야하고 4학년 아이들부터 자기를 가르치는 담임교사를 시시콜콜하게 평가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그들이 알기나 하는 것인지 무엇이 옳바른 교육의 방향인지,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과연 알기나 하고 덤비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렇다면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는게 바람직할까요? 오랜 교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볼때 이런 행사를 할때는 3주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종의 장기 프로젝트 학습인데요, 너무 길면 아이들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짧으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연습하기에 관한 글은 다음에 계속 이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