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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방학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아이들도 있었다 5

by 깜쌤 2012. 1. 17.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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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더 위에 올려둔 달력을 보도록 합시다. 12월 23일이 D-Day입니다. 10일이 토요일이지만 노는 날이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연습가능한 시간은 16일간입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해놓은 처음 한주간은  대본을 외우는 기간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모둠끼리 모여 극본을 들고 같이 읽어보는 것이죠.

 

연습시간은 방과후에 주어지는 딱 한시간뿐입니다. 12월이라는 해도 수업시수를 줄일 수 있는 감축기가 아니므로 정상적인 수업을 다해야만 했습니다. 2011학년도에는 주당 영어 3시간과 재량시간 1시간, 체육수업 2시간(한시간은 합동체육시간), 특별활동 영역 속의 계발활동 1시간은 제가 손을 댈 수 없는 시간이었으므로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연극 연습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국어교과서 속에 나오는 연극과 관련이 있는 마지막 단원을 교사 재량으로12월 초로 당겨서는 관련내용을 가지고 미리 수업을 했습니다. 물론 보통글을 극본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학습내용이 나올때에도 치밀하게 신경을 써서 미리미리 지도를 해둔 것이죠.

 

 

영어연극은 한팀씩 개별적으로 불러 미리 준비한 극본을 가지고 교사가 찬찬히 읽어주면서 문장과 낱말의 의미를 깨우쳐주었습니다. 지문과 대사, 해설을 하나하나 읽어보게 하고 발음 교정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의미까지 다 알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영어 문장을 외우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6교시 수업을 마치면 오후 2시 반이 됩니다. 10분간 청소를 하고 나면 오후 2시 40분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아이들 마음대로 빈교실을 찾아가서 함께 모여 대본을 읽도록 했습니다. 장소를 찾을 수 없다면 운동장에 나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곤란한 팀은 우리 교실에서 연습을 하게 했습니다. 

 

이때 교사가 아주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큰 소리로 감정을 넣어서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보통 아이들이 연극을 한다고 하면 무선마이크를 쓰면 어떻겠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실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단호하게 그런 방법은 물리치는게 좋습니다. 

 

실제로 공연장에 무선마이크 시스템을 갖춘 곳도 드물지만 그렇게 하려면 임대료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뛰게 됩니다. 무대 중간에 마이크를 설치하는 것도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어지간한 곳이라면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도 소리전달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이해시킨 뒤 큰 소리로 읽도록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이때 반드시 감정을 충분히 넣어서 읽도록 해야합니다. 

 

 

아이들과의 하교 시간을 철저히 지켜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처음 며칠간은 3시 35분까지 교실로 반드시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해둡니다. 늦게 오면 집에 늦게 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두고 실제로 실행하면 아이들은 시간을 철저히 지키게 됩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는 팀멤버들끼리 교실에 함께 와서 교사 앞에서 낭독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여 합격하는 팀은 특혜를 준다고 이야기 해둡니다. 먼저 합격한 팀은 교실에서 다른 팀이 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아이들은 열심히 연습해서 교실에 오게 됩니다. 그리고는 교사가 한번씩 연습하는 장소를 찾아가서 아이들의 연습상태를 슬며시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현장확인이라고 하는 이 과정을 절대 우습게 여기면 안됩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교실에 떠들면서 들어오는 것을 묵과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뒷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마음대로 떠들면 이렇게 말해줍니다. "정말 아깝다. 여러분들은 불합격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단번에 이렇게 물어옵니다. "왜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 같으면 이럴때 뭐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제 자랑같습니다만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답변하는 내용을 보면 저는 그 학급의 분위기와 생활지도에 관한 교사의 능력과 학급경영의 실태를 대강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 대한 지금까지의 제 판단은 거의 틀리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떠들면서 교실에 들어서는 그 자체와,교실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노는 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더군요. 이런데서 교사의 권위와 교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지만 선생님들은 예의없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도 자꾸 가정교육을 들먹이고 외부환경을 가지고 핏대를 올립니다. 교사 자신의 무능함과 문제 발생점과 착안사항에 대한 무지를 탓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기 전에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될 수 있는대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기때문에 불합격이다. 첫번째는 선생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떠들었으니 지나치게 흥분했다는 것이다. 관중들이 가득한 공연장에서도 배우가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공연 전에 예의없이 떠들면 이미 공연을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두번째는 그렇게 큰소리로 떠들면서도 연습과정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신상태로는 공연이 어렵기 때문에 불합격한 것이다. 나가서 새로 연습하고 10분 뒤에 오기 바란다. 알겠니?"

 

그러면 아이들은 아무 말없이 물러갑니다. 아이들이 물러가면서 교사에게 불평을 말하거나 거칠게 상소리를 한다면 연극공연은 취소하는게 낫습니다. 제가 가르쳐본 아이들은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능력이 없다면 이런 행사를 안하는게 백번천번 생각해도 옳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두번째 오는 모둠은 아주 조용한 자세로 교실에 들어서게 됩니다. 아이들끼리는 소문도 빠르고 정보교환도 빠른 법입니다. "너희들 그렇게 떠들면서 가면 불합격한다. 쉿!"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죠. 교사 앞에 와서는 30초 안에 시작을 안하면 들어볼 것도 없이 불합격을 선포합니다.

 

한번씩 당하고 나면 들어올때도 조용히 하고 들어와서는 번개같이 시작하는 겁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다루어가면서 준비를 하는 것인데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면에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하는 모둠은 합격시켜주고 칭찬을 해준뒤 교실에 앉아서 다른 모둠이 하는 것을 구경하게 합니다. 인간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존재라고 합니다. 먼저 합격하고 쉬는 그 통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면서 아이들의 경쟁심을 유발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대에서 선착순 집합을 자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낭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기 문장을 거의 다 외우게 됩니다. 일주일만에 아이들 전체가 대본을 다외는 것이죠.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감정을 살려 낭독하는 훈련방법까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 제가 글 말미마다 어리버리라고 씁니다만 표준어는 어리바리입니다. 그 정도는 다 알고 계시지요? 제 필명 대신 의도적으로 쓰는 것이니 흉보시지 말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