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지독한 스모그 속에서 탈출해야했다

by 깜쌤 2011. 8. 20.

 

연기를 의미하는 말 smoke와 안개를 의미하는 fog를 합친 말이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smog다. 대기속의 오염물질이 도시 상공에 안개처럼 떠있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제는 스모그 현상이 도시에만 나타나는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중국 내륙지방은 연중 시도때도없이 스모그 현상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제는 해안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스모그현상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대표적인 도시가 런던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의류회사 상표로 런던포그(London Fog)가 있다. 1927년에 창업한 회사로 알려져 있으니까 역사도 만만치 않다.

 

런던이 안개로 유명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던가? 의류회사 이름으로도 쓰일 정도이니까 말이다. 위의 사진은 런던포그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출처는 http://www.londonfog.kr/. 런던포그는 레인코트로 돈을 번 회사이다. 짙은 안개와 레인코트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스모그는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가정용과 산업형 연료로 사용한 석탄 때문에 발생했다. 석탄에 의한 스모그를 런던형 스모그라고 한다. 석유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생기는 스모그는 로스 엔젤레스(LA) 스모그라고 한다. 일명 LA스모그라는 녀석이다.

 

그러면 지금 중국대륙에서 발생하는 스모그는 뭐라고 불러야하는가? 중국에서는 아직도 취사용연료로 석탄이 가장 대중적인 인기 물질임이 틀림없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거리에는 석유를 쓰는 자동차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그 결과 오염물질의 대대적인 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석탄과 석유의 중복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현상을 뭐라고 이름붙여야 할까? 환경을 연구하는 고급두뇌들이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북경(北京 베이징) 스모그라고 이름붙여두어야겠다. 청도(靑島 칭다오)에는 그런 스모그가 한낮에도 가득했다. 공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내로 들어가야 했다. 벌써 오후 4시 가까이 되어가므로 시내로 들어가서 호텔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오늘 밤을 보낼 호텔부터 구하는게 정상적인 일과가 아니겠는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론리플래닛 2009년판을 보니 시내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의 요금은 20원이고 택시를 탈 경우 90원에서 100원 사이라고 나와있었다.

 

입국절차를 끝내고 난 뒤 나는 우리팀 멤버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권했다. 배낭여행자들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할 복대도 새로 착용하고 마음의 준비를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했다. 화장실을 갈때도 한꺼번에 다같이 가는 것이 아니고 두사람씩 교대로 가는 식이 되어야 정상이다. 오늘 하루 쓸 돈은 미리 꺼내서 각자의 주머니 속에 넣도록 했다.  

 

 

돈은 국내에서 미리 중국돈으로 환전을 했었다. 2011년 8월 현재 중국돈 1원이 우리돈 약 170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나는 기장 쾌선 수표처(机场线售票处)에서 리무진 버스표를 샀다. 20원이다. 라는 글자를 나는 자꾸 항(杭, 航)자로 착각을 하고 살았다.

 

파란색으로 씌여진 글자중에서 제일 앞글자는 잘못 생각하면 매(賣 팔 매)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팔 수(售)'자이다. 중국인들은 분명히 쇼우 정도로 발음한다. '사다'라는 의미를 가진 매자는 買자가 된다. 매매라는 말은 매매(賣買)라고 쓰지 않는가?

 

  

한자를 읽을 줄 알면 중국여행은 식은죽 먹기처럼 쉽다. 사진의 제일 윗줄을 읽어보자. 버스번호 2번은 기장(=비행장)에서 장도점(장거리 버스정류장)을 거쳐 화차점(우리나라의 기차역)까지 간다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점은 기차역이니 저 녀석을 타야했다. 2선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버스는 702번이라는 표시를 하고 있었다.

 

 

사진을 유심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중국대륙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한자를 간소화시킨 간자를 쓴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한자는 번자라고 해서 간자와는 모습이 다르다. 번자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쓴다. 한자를 알면 중국여행은 엄청 쉽다. 어려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청도시내로 향했다. 청도시 교외에 자리잡은 류정공항에서 시내까지는 30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시내로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해두면 나중에 귀국할때 도움이 될 것이다.

 

배낭여행자는 세밀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않고 여행을 해야하므로 생존전략을 익히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이번 여행에서 시계를 가져가지 못했다. 배터리도 다 소모되어 버린 것도 문제였고 시계에 물이 들어가버린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다른 멤버들이 시계를 대용할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청도에는 제법 많은 수의 버스터미널이 존재한다. 건물 위에 붙은 글자는 청도기차참이다. 여기에서 착각을 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진다. 중국대륙에서 말하는 기차참은 버스터미널을 의미하고 우리가 말하는 기차는 화차참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비행장에서 청도 지도를 구해두었다. 친구가 하나 구해놓았던 것이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의 대략적인 위치 파악만 이루어지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술술 풀리게 되어있다. 청도 기차역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 여행목적지로의 이동을 위해 기차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청도역부근의 팍슨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기차역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 다 내리는 분위기니 우리도 내려야했다. 부근에 기차역이 있을 것이니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여행 일정에 맞는 기차표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혹시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있어서 이 글을 처음 읽는 분이라면 명심하기 바란다. 기차표를 손에 넣는다면 여행은 반쯤 끝낸 것이나 다름없으며 앞으로의 일정소화도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는 말이다.

 

ㅂ형님과 ㅈ군을 길모퉁이에 남겨두고 국제신사 친구와 나는 호텔을 구하러 나갔다. 여행의 초반부이니 처음부터 좋은 호텔에 묵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행막바지에는 조금 비싼 호텔에 머무는게 가능하지만 시작부터 사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1인당 90짜리 방을 구했다. 벽면만 깨끗하고 기본적인 수건조차 챙겨주지 않는 곳이다. 그래도 에어컨이 붙어있었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곳에서 묵는 버릇을 들인다면 오지여행은 불가능해진다. 험한 곳에서도 자보고 형편없는 음식도 먹어봐야한다.

 

우리가 묵은 호텔 이름이 궁금하다고? 소개해본들 그게 무슨 도움이 되랴? 대부분의 한국여행자들은 들어가보면 기겁을 하고 돌아나올 것이 뻔한데....  청도는 물가가 비싼 도시다. 우리가 묵기로 결정한 호텔은 한국의 싸구려 여관수준도 안되는 곳이다.

 

이제 여관도 잡았으니 조금 쉬었다가 기차표를 구하러가야만 했다. 이 스모그 가득한 도시는 나중에 구경해도 된다. 빨리 여기를 떠나야만 했다. 내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잡은 곳은 중국서부의 청해성(靑海省 칭하이)이다.

 

 

  

위지도를 잘보자. 지도 제일 왼쪽 위를 보면 신강위구르자치구라는 곳이 있다. 중심도시는 우루무치인데 작년에는 그쪽을 여행했었다. 실크로드 탐방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파미르 고원을 넘기도 했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지르기도 했다.

 

거기를 여행한 여행기도 이 블로그 속에 자세히 소개해두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배낭여행기 중에서 "생명의 물을 찾아서 Silk Road 2"라는 곳이다.

 

올해는 청도(지도 제일 오른쪽의 검은색 점이다)에서 시작해서 기차를 타고 청해성의 서녕까지 간 뒤, 붉은색 점이 찍힌 옥수라는 곳까지 가서는 사천성으로 넘어갔다가 서녕으로 돌아오는 것이 원래 내가 생각했던 여행경로였다.

 

일행과 함께 여관을 나서서 청도기차역 매표소를 찾아가보았더니 예상대로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매표소 안에 걸린 대형 전광판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적어도 일주일 뒤에까지는 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려봐도 표를 못구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실망하면 안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기차역을 나와서 일행과 함께 기차역 부근의 여행사를 찾아갔다. 작은 여행사를 찾아갔더니 난주나 서녕행 기차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마지막 남은 대안은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여행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공부를 할겸해서 미리 위치를 파악해두었는데 그 여행사는 기차역 부근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청도화차항공수표처(靑島火車航空票處 칭따오 후어쳐 항콩 소우파오추)라는 곳이었다. 벌써 해가 져버려서 사방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영업중이었고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으며 직원은 아주 친절했다.

 

서녕으로 가는 표는 모조리 매진되고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요즘 청해성의 서녕은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피서여행지라는 것이다. 서녕이 안되면 난주도 좋다. 다행하게도 이틀 뒤인 8월 3일에 난주가는 경좌(硬座)표가 있었다. 침대차표는 당연히 구할 수 없었다.

 

경좌표만 해도 어디인가? 경좌란 딱딱한 의자를 말한다. 난주까지 소요시간은 29시간 정도였다. 29시간이라면 하루 하고도 5시간을 더 타야한다는 말이지만 중국여행에서 이 정도는 약과다. 오후 1시 42분발 서녕행 기차다. 좋다. 요금은 245원이었다. 우리돈으로 치면 42,500원 정도다.

 

나는 수수료로 5원을 주었다. 1000원이 안되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여행사에서는 한장당 40원을 받는다. 약 7,000원 정도를 주는 셈인데 경좌여서 그런지 직원은 우리에게 5원을 요구했던 것이다. 착한 가격이다. 론리 플래닛에 이름이 오르내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결국 우리는 한장당 250위안 정도로 차표를 구한 것이다.

 

이제 마음이 놓였다. 내일 하루 청도를 구경한 뒤 모레 낮, 그러니까 3일 낮에 여기를 뜨면 되는 것이다. 그 정도면 만족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처리해야 할 일은 저녁을 먹는 것이다. 가자! 저녁 먹으러 가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