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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일단 아침부터 찾아먹는다

by 깜쌤 2011. 8. 23.

8월 2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늘이 찌부퉁하게 보였다. 호텔 맞은편에 보이는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성도미식(成都美食)이라....  성도(成都 쳉두)는 사천성(四川省)의 성도(省都)이다. 사천성이라는 행정구역의 으뜸도시라는 말이다. 성(省)은 우리나라의 경우 도단위급 행정구역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니 우리의 도단위와는 비교할 바가 안될 정도로 면적도 크고 인구도 많다. 

 

사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성도를 다시 가고 싶어했다. 사천성의 중심도시인 성도에서부터 서쪽으로 자꾸 들어가면 거기서부터는 티벳 냄새가 나는 곳이 되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가면 공기맑지, 경치좋지, 사람들 순수하지..... 그래서 나는 자꾸자꾸 성도를 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은 저기서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라면 가장 중국인다운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의 아침식사는 간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민들의 경우 아침을 거하게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청도(성도가 아니다)에는 서양식 건물들이 눈에 자주 뜨인다. 이 사진 속에서도 서양식, 특히 독일식 건물이 한채 등장하다. 왜 그럴까? 그 이야기는 시가지 사진을 소개할때 꺼내기로 하자.

 

 

오늘은 청도에 머물러야 한다. 어제 밤에 구해놓은 기차표는 내일 낮에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아침을 먹은 뒤에는 시가지 구경을 할 것이다. 그게 일정조절하기에 편하다.

 

우리는 싸구려 삼류 호텔을 나가서 '성도미식'이라는 허름한 밥집을 찾아갔다. 호텔이 있는 골목에 자리잡고 있으니 찾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길거리에 내다좋은 의자를 찾아서는 탁자앞에 앉았다. 만두를 찌는 통(시루라고 해야하나?)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로 위에서 만두라고 했는데 사실 만두와 교자는 서로 다는 종류의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두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구별해서 사용한다.

음식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만두(饅頭 만터우 馒头)는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빚은 것이기에 포자 만두라고 부르고, 발효시키지 않은 생반죽으로 빚으면 교자 만두로 이름짓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그 두개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것은 아주 쉽다. 만두 속에는 가 들어가지 않고 교자 속에는 소가 들어간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두피 속에 소가 들어가도록 만들어서 찌거나 굽는 것은 교자(饺子)라고 부른다.

 

 

그럼 이 사진에 보이는 이 녀석은 무엇일것 같은가? 만두일까? 아니면 교자일까? 교자다. 어떻게 척 보고 아느냐고? 보고 아는게 아니다. 우리가 먹어봤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우리는 3통을 시켰다. 한통에 교자가 10개씩 들어있는데 5원이다. 2개 1위안인 셈이다. 맛있다. 중국에서 음식타령을 하면 정신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요리중에 안맛있는게 있던가?

 

 

만두에 기원에 얽힌 이야기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등장하는 촉의 재상 제갈량(=제갈공명)이 만들었다는 설화이다. 

 

제갈량이 남만(南蠻)의 용장인 맹획 토벌에 나서 성공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도할만큼 사나운 물결이 마구 흘러가는 노수(瀘水)라는 강을 건너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 사람머리를 끊어 물에 던지면 물결이 잔잔해져 쉽게 건널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갈량은 사람머리를 베어 제사를 지내는 대신 밀가루로 사람머리처럼 빚어만들고 그 속에 소를 넣어 강에 던져넣은 후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 후 물결이 잔잔해져서 강을 건넜고 여기에서 유래된 음식이 만두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도 오랑캐만(蠻)자와 머리두(頭)를 써서 만두(頭)라고 했다는데 현재는 글자모양을 다르게 해서 만두(頭)라고 쓴다. 간자로는 馒头라고 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실이 어떠하든지 간에 만두라는 음식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다음에는 죽을 한그릇씩 주문했다. 사진에서 보는 죽은 한그릇에 1원이다. 중국인들은 '조우'정도로 발음을 하던데 한자로 써도 그냥 죽(粥)이다. 우리가 사먹은 것은 분명 쌀죽은 아니었다. 그래도 구수했다. 

 

무엇보다 속이 편했다. 계란 한개에다가 교자 몇개, 죽 한그릇을 먹고나니 속이 거뜬하면서도 시원했다. 이제부터는 그렇게 먹을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사실 작년에는 이런 식으로 먹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멤버들이 탄탄하니 음식먹기와 잠자리 구하기가 너무 편했다.

  

 

참고로 중국인들이 아침으로 먹는 음식을 몇가지 더 소개해본다. 모두 성도미식이라는 집에서 찍은 것이다.

 

 

꽤배기처럼 배배꼬인 이녀석은 유조(油)라는 것이다. 요우티아오 정도로 발음한다. 간자로 쓰면 모양새가 달라진다. Daum 중국어 사전에서는 이 녀석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 1.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모양을 길쭉하게 만들어 기름에 튀긴 바삭바삭한 식품. [주로 아침 식사로 먹음]. =[油果


 

한개 1원이나 2원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요우티아오는 보통 콩국 비슷한 또우장(豆浆)과 함께 먹던데 이번 여행에서 또우장은 먹어보지 않았다. 먹어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또우장은 약간 달큰한 맛이 난다고 한다.

 

 

그외 다른 것은 도전해보지 않았다. 왠지 퍽퍽할 것 같아서 말이다. 다만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깨를 묻힌 경단같은 것은 먹어본 기억이 있다.

 

 

경주에는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한집이 '어향원'이라는 곳이다. 연래춘(燕來春)이라는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던 분이 새로 건물을 지어 나가서 차린 곳인데 한번씩은 꼭 가보는 곳이다.

 

그 집에서 코스 요리를 먹고나면 끝머리에는 꼭 이런 모습을 한 과자를 준다. 갓 만들어서 내어 온 것을 함부로 베어물면 큰일나는 수가 있다. 겉은 뜨겁지 않지만 속에 있는 소는 엄청 뜨거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달콤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바로 그 녀석이 틀림없다.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현지에서 찾을 수 있었으니 너무 반가웠다.

 

 

아침을 먹고난 뒤 우리들은 청도 구시가지 방문길에 나섰다. 어제 밤에 묵은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론리 플래닛에 소개를 해둔 '카이위에 꾸오지 칭니엔 뤼꾸안'을 찾아나선 것이다. 중국 발음으로 하니까 무슨 말이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한자로 표기하면 개열 국제 청년여관(凱悅國除靑年旅館)이 된다.

 

그 집을 한번 찾아가보고 빈방이라도 있으면 호텔을 옮기고, 없으면 현재의 호텔에 그냥 머물면 되니 밑져봐도 본전인 장사다. 론리에 소개될 정도면 여행정보를 수집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가볼 필요가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