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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겁내지 말고 중국요리를 시켜보자 - 먹는게 남는 것이다

by 깜쌤 2011. 8. 22.

요리라면 누가 뭐래도 서양에서는 프랑스 요리를, 그리고 동양에서는 중국 요리를 으뜸으로 친다. 세계의 양대요리로 손꼽는 것이다. 세계 3대요리를 꼽을 때는 터키사람들이 기를 쓰고 자기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랬더니 4대요리에는 태국(타이, 타일랜드)이 들어가야한다고 그쪽에서 아우성을 치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나라 요리는 어디에 넣어야하는가? 3대요리니 4대요리니 하고 자기들이 우기면 뭘하는가? 남들이 인정해주어야지.

 

중국요리는 크게 4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황하를 중심으로 하는 북경(北京 베이징)요리와 양자강유역을 대표한다는 상해(上海 상하이)요리, 그리고 서부대분지를 대표하는 사천(四川 스촨)요리와 남부연안지방을 대표하는 광동(廣東 꽝뚱)요리가 그 대표격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중국식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레스토랑이라니까 지레 겁을 먹거나 떨것도 없으며 겁낼 일도 없다.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한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이다. 한자와 요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자 속에 요리에 관한 온갖 힌트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요리방법은 무려 48가지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은 9가지로 본다. 이제 소개를 해드린다.

 

1. 반채(拌菜 반차이) - 무침요리

2. 초채(炒菜 차오차이) - 볶은요리

3. 작채(炸菜 자차이) - 튀긴요리

4. 류채(溜菜 리우차이) - 소금물이나 간장으로 볶은 요리

5. 증채(蒸菜 정차이) - 찐요리

6. 외채(菜 웨이차이) - 끓인요리

7. 고채(菜 카오차이) - 직접 불에 구운요리

8. ?채 (菜 옌차이) - 절인요리

9. 탕채(湯菜 탕차이) - 국물있는 요리

 

일단 앞에 나오는 글자만 다 알면 요리방법을 알아낸 것이니 어떤 식으로 음식이 나올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8번째의 앞글자는 어떻게 읽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내 한자실력의 한계다.

 

요리방법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인 채(菜)는 나물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요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차림판(메뉴 Menu)를 채단(菜單 차이단) 혹은 채보(菜譜 차이푸)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단 자리를 잡고 앉자. 그러면 종업원이 올 것이다. 간단히 한마디만 하면 된다.

"차이단, 플리즈(Please)"

 

이 정도만 해도 메뉴판을 가져다 줄 것이다. 메뉴판을 가져오면 그 다음에는 분석작업에 들어가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쓰여진 글자가 무엇을 가리키는가 하는 것이다. 메뉴속에는 놀랍게도 재료까지 들어있으니 이해하기가 정말 쉽다.

 

잠깐! 당신이 한자를 모른다고? 그러면 더 쉽다. 남이 먹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된다. 하지만 무조건 시키면 절단나는 수가 생긴다. 당신은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맛있게 먹고난 뒤에 그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 당신의 껍데기까지 홀랑 벗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반드시 음식가격을 확인해두어야 한다. 그게 바가지를 안쓰는 지름길이다.

 

한자를 모를 땐 남이 먹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한 뒤 그 음식이 차이단(메뉴, 차림표)의 어디에 있는지를 재확인해두라. 보통은 메뉴판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확인하기는 아주 쉽다. 한자를 알면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분석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청두하인이라는 요리가 있다. 우리말로만 쓰면 뭐가뭔지 구별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자를 곁들이면 이해하기가 너무 편하다. '청두하인'은 靑豆蝦仁이라고 쓸 것이다. 청(靑)은 글자가 가진 뜻 그대로다. 푸르다는 것이다. 두(豆) 는 콩이다. 그래서 두부라고 하지 않는가? 청두는 푸른 콩이겠지.  

 

'하인'을 분석해보자. 하(蝦)는 새우 하자다. 그러니 당연히 새우다. 새우라는 사실을 몰라도 된다. 새우 하 글자인 蝦을 모면 앞에 벌레 충(蟲)자에 들어가는 벌레같은 글자가 보이니 그런 종류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다.

 

인(仁)은 어질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앞글자와 합쳐져서 하인, 즉 새우를 나타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껍질과 꼬리를 떼어낸 새우를 의미한다. 그러니 靑豆蝦仁(칭떠우시아런)이라는 요리 속에는 푸른 콩과 새우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발음도 그렇다. 성조를 흉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다. 청나라는 칭이라고 발음하니 푸를 '청'자도 그와 비슷하게 소리낼지 모른다. 두부를 터푸라고 부르니 豆는 '터'나 '떠'로 소리낼 것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내가 중국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대강 이런 식이다.

 

이제는 메모지를 꺼내든다. 내가 주문하는 것을 하나씩 적어두어야 나중에 음식을 확인할 수도 있고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게 하는 근거를 만들어둘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 요리이름을 하나씩 기록하면서 가격까지 다 적어둔다. 외국인이 한자를 유려하게 휘갈겨대면 중국인 종업원은 일단 기가 죽을것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면 대접이 달라진다. 한번 그렇게 해보기 바란다.  

 

한가지만 더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는 전취덕이라는 유명한 오리요리집이 있다. 오리 요리라면 북경의 전취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메뉴판에서 북경고압이라는 요리이름을 발견했다치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북경고압은 한자로 北京鴨이라고 쓴다. 북경(北京 베이징)은 이름그대로 중국의 수도를 의미한다. 고(烤)라는 글자를 잘보자. 글자 앞에 불 화(火)자가 들었으니 불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대로 굽는다는 뜻이다. 이제 한글자 남았다. 마지막 글자가 조금 어려울지 모른다. 

 

鴨은 '압'이라고 읽는다. 갑옷 갑(甲)자와 새 조(鳥)가 합해진 말이니 새종류일 것이다. 갑옷을 두른 새라면? 얼핏 연상이 안되지만 오리 '압'이라는 글자다. 압록강이라고 할때의 '압'자이다.

 

결국 북경고압(北京鴨)이라는 단어는 북경의 구운 오리라는 뜻이니 메뉴판을 보고 단번에 오리요리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가? 쉽지 않은가말이다.  

 

다른 요령을 하나 소개한다. 바가지쓰기 싫고 기죽기 싫으면 이번에는 상대가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영어로 주문을 해보라. 그러면 또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중국인들도 보기보다는 영어를 잘못하는 축에 들어간다. 자기나라 글자도 못읽는 사람이 수두룩한 마당에 남의 나라 말을 알아듣고 말하고 쓸 줄 아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쯤에서 중국음식을 조리하는 법을 나타내는 글자를 몇개 정도만 알아보자.

 

絲(사 ) - 채썰기 혹은 가늘게 자르기

片(편 피엔) - 얇게 자르기

丁(정 ) - 네모 혹은 각이 지게 자르기

塊(괴 콰이) - 덩어리를 나타내는 말이니 크고 두텁게 자르기

段(단 뚜안) - 작게 썰기

全(전 추엔) - 통째 넣기

包(포 파오) - 둘러싸기

丸(환 ) - 알처럼 경단으로 만들기

捲(권 주엔) - 말아감싸기

泥(니 ) - 강판에 갈기

 

이런 정도만 알아도 메뉴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에 좀더 알아보기로 하자. 첫날 우리는 요리 네가지를 시켰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만두, 즉 교자(饺子)를 한접시 주문했다. 다음(DAUM) 중국어사전에서는 교자를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 소를 넣고 반원형으로 빚어 만든 음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네명이 요리 네가지를 시키고 교자까지 푸짐하게 먹었으니 돈이 꽤 나올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계산을 해보니 136원이 나왔다. 일인당 34위안인 셈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800원 정도가 된다.

 

중국여행의 매력은 이런데 있다. 한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중국요리를 입맛대로 골라먹는데도 가격은 저렴하다는 것 말이다. 왜 이제 우리 팀이 네명으로 구성되었는지 이해하지 싶다.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와 방에서 깎아먹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매듭짓는다. 바로 위 사진에 나오는 녀석은 신기해서 찍어본 것이고 우리는 복숭아와 '용과'같은 과일을 사와서 먹었다. 먹는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도 계속된다.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이 바로 깜쌤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같이간 ㅈ군의 복대를 손봐주었다. 피곤하니 잠도 잘온다. 싸구려 삼류 여관이지만 잠자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푹 잘 수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