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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바탕이 좋은 아이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by 깜쌤 2011. 6. 6.

 

자기자신이 사는 공간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은 적어도 인간 세상에서는 만고의 진리일 것입니다. 아무리 고귀하고 거룩한 핏줄을 타고 난 신사숙녀라 할지라도 화장실 볼일을 보고난 뒤에는 자기가 직접 처리하듯이 어지간하면 자기가 사는 공간의 청소는 자기가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돈이 퍽퍽 썩어갈 정도로 많아서 감당이 안되는 분들이 일반 백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람을 고용하여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사는 공간을 우리 스스로 청소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특히 그게 공공시설물이라면 더욱 더 철저히 그런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학교라는 곳은 여러가지로 특수한 사정이 있는 법이어서 중요한 공사는 방학중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기중에 교실 공사나 보수를 할 경우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덮어쓸 수밖에 없으므로 방학중에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방학이 끝나서 개학을 앞두게 되면 적어도 하루전쯤에는 학교에 나와서 자기가 가르치는 교실에도 가보고 수업준비도 하는 것이 교사의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왕이면 교실 청소까지 해두는 것이 모양새도 좋을 것입니다.

 

저번에 근무를 했던 어떤 학교에서의 일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를 개학하기 바로 전날에 제가 운영하는 학급카페(여기 이 블로그가 아닙니다)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도록 했습니다. 교실 청소를 미리 해두기 위해서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방학동안 아무 일이 없었는지도 알아보고 나서는 곧바로 청소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함께 생활해야할 공간을 미리 깨끗이 해두고나면 개학 첫날부터 호들갑을 떨어가며 청소를 할 일도 없을뿐더러 단번에 학습분위기를 다잡아 나갈 수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청소활동을 하면서 다른 교실을 우연히 보았더니 학부모님들이 나오셔서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 혼자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이럴때 우리 교사들의 마음자세에 대해 어떤 뜻모를 서글픔을 느낍니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무슨 일만 생기면 학부모부터 오라고 요구하는 것이 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면담을 해야한다든지 상담할 일이 생기면 학교에 한번 나오시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개학전의 청소활동까지 학부모에게 맡긴다면 이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개학을 앞두고 과제를 정리하기에 바쁜 자녀들 대신 어른이 나가서 자기 자식을 위해 청소활동을 해줄 수도 있음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생각 차이에서 오는 행동이므로 나무랄 일은 아닐 것입니다. 칼로 무를 자르듯이 꼭 어느 것이 옳다는 식으로 함부로 단정하여 판별할 일은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경우라는게 있는 법입니다. 

 

일부 저학년 교실에서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급식보조 활동을 위해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도와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이것도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아이들을 요령껏 다루면 저학년 아이들도 어지간하면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해낼 수 있습니다. 처음 한두달 동안은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일년내내 학교에 가서 도와주어야 한다면 이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2학기 겨울방학이 끝나는 날에는 학급카페를 통해 청소를 하기 위해 모두들 나오라고 공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자세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지요. 나는 당연히 학교에 출근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 한명이 교실에 찾아왔더군요.

 

사진에서 보는 이 아이는 학교에서도 제법 먼곳에 집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학교 바로 앞에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어서 상당수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비해 가장 먼곳에서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 온 모습을 보고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의 평소생활은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성실성과 근면함에다가 좋은 인간성을 갖춘 아이였으니 교사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입을 댈 만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번씩은 기본이 아주 잘된 아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은 안만나봐도 그 인품과 자질을 환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님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때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자식사랑이 지나쳐 사람살이의 기본 도리에 어긋나게 키우는 경우도 많이 경험해보았습니다. 아이나 부모님이 모두 영악하고 똑똑하긴 한데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죠.

 

좋은 인간성과 훌륭한 마음가짐은 성공의 기본 요건 아니겠습니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