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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뭘하는데?

by 깜쌤 2011. 5. 9.

 

 요즘 주말 저녁에 방영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만만치않은 모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노래좀 한다는 가수들을 모아놓고 경쟁을 시킨 뒤 꼴찌를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참여하는 가수들의 면도나 열기가 만만치 않다.  

 

 

기간의 경위야 어떻든간에 한때 국민가수라는 칭호가 따라다닐듯이 하던 김건모씨조차도 탈락의 고배를 마실 정도였으니 시청자들에게 준 충격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 입담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개그맨 출신의 김모씨도 사람들이 들고 찧는 입방아에 올라 제법 마음고생이 심했었던 모양이다. 

 

   

프로그램의 핵심 요체는 경쟁이었다.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든지 간에 경쟁이 없을수야 없는 법이지만 그 도가 지나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현장은 어떨까?

 

 

중고등학교의 교육현장 분위기는 잘모르겠지만 승진에 대한 집착과 열망은 초등학교의 교육현장과 대동소이하리라고 본다. 모두다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교직에 들어온 이상 누구든지 교장이 되고 싶고 장학관이나 교육장도 하고 싶은 법이다. 평생 남 밑에서 자기 목소리한번 내지 못하고 웃사람을 섬기며 말단 평교사로 인생을 끝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까하는 문제로 밤을 세워가며 고민을 하는 교사도 대한민국 땅 어디엔가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숫자는 과연 얼마쯤 되는 것일까? 정말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승진하지 못한 선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세상살이에 실패한 패배자나 무능한 교사의 자기 넋두리 혹은 신세한탄 이야기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너무 좋아서 승진을 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있기로 나름대로 힘든 선택을 했었지만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교사들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 내가 젊었을때는 교직사회에도 부정부패가 심했었고 연줄의 힘도 무시하지 못했다. 교육현장연구 논문을 한편 쓰더라도 끈이 필요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현실을 보며 나는 얼마나 절망했었는지 모른다.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기까지 하지만 알량한 자존심 덕분에 나는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체제밖의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이년전 일이다. 영어수업을 뛰어나게 잘해서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신 분이 시범수업을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분이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은 이 학교에 근무를 했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한번 찾아가 본 것이다. 물론 그 분은 중학교 영어선생님이셨다.  

 

 

시골 중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면서 그 정도의 성과를 얻으려면 그 여자선생님께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싶어 괜히 마음이 울컥했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먹는다' 하고 '과부사정은 과부가 잘안다'고 하지 않던가? 수업이라면 나도 남에게는 뒤지지 않는다는 작은 교만(?) 속에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던 사람이었기에 학교 이름이 뇌리에 남았다. 사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와도 조금 관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어머니를 뵈러 간김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보았다. 멋진 선생님이 근무했던 시골 학교를 보며 내 자신을 추스리기 위해서였다는게 바른 말이리라. 사실대로 말해보자.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과 교장이나 교육장같은 관리자가 된다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다른 시도(市道)는 어떤지 모르지만 경북에서는 승진을 위해서라면 일단 벽지(僻地)라는 곳을 다녀와야만 한다. 벽지라는 곳은 이름그대로 살아가는 환경이 열악해서 근무하기를 회피했던 곳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외따로 뚝 떨어져 있는 궁벽한 땅.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학교라고 하는 곳은 참 묘한 곳이어서 교사들은 많고 교감과 교장은 한명씩 있는 조직이다.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엄청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이지만 일단 교감이 되면 교장승진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요즘은 조금 달라진 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승진에 뜻을 두고 교직사회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하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교감이 되어야만 했다. 요즘은 교사신분으로 장학사가 되는 제도도 있지만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다. 교감자격을 얻고나면 그다음에는 장학사로 가든지 아니면 연구사로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교감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는 점수라는 것이 필요하다. 온갖 영역에 걸쳐 다양한 점수를 모아야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벽지에 근무한 경력으로 따져서 주는 벽지점수라는 것이었다.   

 

 

교사에게 주는 상이나 표창같은 것도 필요하고 연구시범학교에 근무했던 경력도 필요하며 갖가지 연구대회에 나가서 실적을 올려야하기도 했고 자기재능을 살려 점수관리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남을 가르치는 직업에 꼭 필요한 인격이나 실력같은 것보다는 실적에 의한 점수관리가 더 중요했다. 어느 직장이나 근무평점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상사가 매기는 근무평점을 잘못 받으면 승진 문턱에서 미끄러지도 했다.   

 

  

승진에 목을 매기 시작하면 웃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정도야 회사원도 마찬가지고 공무원도 마찬가지며 군인이나 경찰도 마찬가지이리라. 경쟁에서 밀리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제 인생을 이만큼 살고 났더니 모든 것이 우습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나이 팔십을 넘으면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이나 안나온 사람이나 같아진다고 하는 우스개소리도 있더라만 퇴직후에는 교장한 사람이나 안한 사람이나 같다는 인생선배들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그럴까? 그래도 못한 것보다는 해본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쯤은 기본으로 알고 있다.

 

 

실력과 인격을 갖춘 선생들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같은 어리바리야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지만 정말 능력있고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이 보았다. 승진못했다고 하는 그 사실 하나때문에 풀이 죽어 지내시는 분도 제법 보았다.

 

  

조회대에 올라가서 훈화를 하고 훈시를 하는 관리자 인생이 꼭 성공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시골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아이들을 잘 가르쳐 많은 교사들 앞에서 시범수업을 해주신 선생님이 생각나서 해본 이야기였다.   

 

 

그런 분들이 빛을 보는 그런 날이 더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기에 해본 소리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