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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그 이유가 가관이다

by 깜쌤 2011. 6. 3.

학교의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교사는 아이만 다 가르치고나면 노는 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선생에게는 자유시간이 많다고 헛소문이 나서 그런지 요즘 제법 공부를 한다는 젊은이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희망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교사의 질이 우수하면 당연히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몰리는 이유가 한마디로 조금 씁쓸하다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며 여가시간이 많고 미래가 보장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에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이라면 나부터 나서서 말리고 싶다. 학교라고 하는 곳이 그리 쉬운 직장도 아니며 아이들을 다루어가며 가르친다는 것이 더더욱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말한다. 맞다. 정말 살아가기가 어려운 세상이고 살아남기는 더 어려운 세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는 경쟁이 그나마 덜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바깥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기업체에 비하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글쎄올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6학년 아이들 가르치기를 원해서 담임을 맡았던 사십대 중반의 여선생이 어느날 심각한 표정으로 상담을 요청해왔다.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들어서 그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온몸이 다 아프고 정신적으로는 거의 미칠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교사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잘못된 생활태도를 지적하여 교사가 말한마디라도 하려고하면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조롱하는 소리가 옆교실에까지 다 들리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두번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무턱대고 남의 교실에 뛰어가서 상황을 알아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을 당하는 교사 개인에게도 자존심이 있고 교권이 있으며 체면과 체통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행동이 거치른 남자아이가 주동을 하고 거기에 일부 여자아이들이 동조하여 집단행동을 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를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교장이나 교감을 찾아가서 어느 어느 교실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신경을 써달라고 말하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담임교사는 자기 나름대로 심한 자괴감에 빠져 출근하는 것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노라고 고백했다. 그 교사는 결국 병가를 내고 쉬어야만 했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교육현장의 어수선한 상황은 말로 다 할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다. 이런 사례도 있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선생이 아이에게 영어 문장을 읽어보게 했다. 문장을 읽지 않고 버티는 아이에게 다시 읽어보도록 요구를 했다. 몰라서 못읽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 기분이 순간적으로 울컥했는지는 모르지만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니나(=너나) 읽어라. 아이 씨"

 

문장 끝머리에 '팔(=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처지다. 그게 일부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 행동의 현주소다. 초등이 이런데 중등은 말해서 무얼할까? 이런 현상은 6학년 교실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다. 5학년 교실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내려앉고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며 막가는 식으로 하는 행동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까지 나서서 무너져 가는 교실을 더욱 우습게 여기는 마당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매체들은 문제의 본질을 놓아두고 엉뚱한 주문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양 마구 써대고 보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 하루에 몇번씩이라도 사표를 내고 싶은 심정이 된다.

 

나는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님을 미리 확실하게 밝혀두고 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 이런데도 남교사 유인책(우대책이 아니다)을 애써 외면하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태도나 거기에 대처하는 교육당국의 태도를 보면 우습기까지 하다. 모두들 일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실태와 원인과 핵심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를 하면 평생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을뿐만 아니라 나중에 결혼을 할때에도 한쪽 배우자가 공무원이거나 회사원이어서 맞벌이하기가 수월함은 물론, 부부가 함께 교사를 해서 경제적으로 쉽게 자립하기 위해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거나 택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감히 말하지만 적어도 교직은 그런 경제적인 시각으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아내가 교사여서 남편이 직장에서 퇴출되는 경우에라도 살아나갈 수 있다는 방편으로 여교사를 택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사실이니 여기서 재론할 필요조차 못느낀다. 그런 사유로 인해 사회인들에게 교직이 인기가 있다면 교직을 보는 눈이 너무 메말라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경제제일주의적인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요즘 같은 황금만능주의시대에 교직의 사명과 소명의식을 이야기한다는게 고리타분한 소리일수도 있지만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몇가지 직업에는 뛰어난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이 필요로 하는 법이다. 대표적인 직업이 법관이나 의사나 교사가 아닐까 싶다. 물론 거기에 해당되는 다른 직업도 많을 것이지만 그냥 대표적으로 위의 경우를 들어본 것이니 오해없기 바란다.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법관이나 의사정도면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어정쩡하게 공부해서는 가질 수도 없는 직업이니 사회적으로 강자에 들어가는 편이다. 특별한 힘도 권력도 없는 선생이 되는 것은 어지간한 사명감이 없으면 못하는 직업인데도 인기가 있다는 것은 교직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거나 무엇인가 오해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법관이 법의 양심과 정의를 아무렇게나 팽개쳐놓고 함부로 판결을 한다든지 의사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환자알기를 돈내는 물주 정도로 보거나 선생이 돈에 눈이 어두워 대충 시간만 보내고 월급만 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거듭 하는 이야기지만 교사는 경제논리로만 선택하는 직업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나 그 자녀가 교직, 특히 초등교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음 질문에 대해 스스로 정직하게 대답을 해보기 바란다. 몇가지가 가능한지 스스로 반문해 보면서 점검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1. 어린 아이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을 자기자식이나 어린 동생을 사랑하는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로 사랑할 만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2.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여러 과목을 능숙하게 잘가르칠만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어느 한두분야에 대해서는 깊은 지식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3. 아이들을 능숙하게 잘 다룰 수 있는가? 아이들 뒤에 버티고 있는 학부모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4.  건전한 시민생활을 해나가는 모범적인 사람이며, 아이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덕을 베풀고 본을 보일 수 있는 자질이 있는가?

 

5.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너른 마음과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6. 젊음과 건강을 항상 지니고 있으며 열정을 가슴 밑바닥에 깔고 있는가?

 

7. 남을 진정으로 감동시킬만한 멋진 인간성을 지니고 있는가?

 

 

내가 아무렇게나 뽑아낸 덕목이 아니다. 세계적인 교육학자들이 간추리고 간추린 교사로서의 바람직한 자질을 대충 정리해본 것이다. 유대인들은 학교령(學校令)에서 교사의 자질에 대해 이런 규정까지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너무 젊어도 너무 연로해도 안되며, 겸허하고 교육방법이 뛰어나며, 인내력이 강하며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 - 출처 :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

 

 

위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하면 완벽한 인간만이 교사를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폭넓은 지식과 인내력과 좋은 인간성을 지니고 희생과 봉사정신으로만 무장하고 있다면 못해낼 일도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풍족한 물질을 바탕에 둔 경제적인 성공을 바란다거나 명예욕과 출세욕에 사로잡힌 자에게는 처음부터 교직은 적당한 직업이 아닌 것이다. 아울러 그저 평온한 가운데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안락한 인생살이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교직은 맞는 직업이 아니다. 적어도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학교는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