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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by 깜쌤 2011. 6. 7.

 

새학기가 되고난 뒤 며칠 뒤의 일입니다. 2월에 아이들을 졸업시켜 내보내고 난 뒤 두주일 정도도 안된 차가운 날 아침이었습니다. 출근을 해서 보니 자전거를 세우는 곳에  체구가 자그마한 낯익은 소년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쩐 일이니?" 

 

소년은 말을 못하고 울먹이기만 했습니다. 소년은 중학교 진학을 못했습니다. 그의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참으로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선생님, 실은 호떡만들 밀가루 살 돈을 잃어버려서 큰엄마 큰아버지께 혼날 것이 두려워 며칠째 집에도 못들어갔어요. 어떻게 해야되요?"

 

나는 그의 처지를 조금 알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큰아버지 집에서 얹혀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었기에 사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입장이었는데 딱한것은 큰집도 잘 사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큰아버지 내외는 학교 부근 골목에서 포장마차를 차려놓고 호떡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며칠 전 소년은 큰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돈을 받아들고 밀가루를 사기 위해 가게로 갔다고 했습니다. 밀가루를 파는 가게에 와서 주머니를 보았더니 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진 소년은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골목을 다 살펴보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가족의 생계가 걸린 돈이었기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한번 잃은 돈이 되돌아올리도 없었기에 소년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맛보았습니다. 밀가루를 사가지 못하면 뒷일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아이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시내를 쏘다니다가 막상 저녁이 되니 이젠 갈곳이 없었습니다. 아직은 3월이라 밤이 되니 더 춥고 힘들었던 것입니다. 소년은 노숙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은 굶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며칠은 되었던 모양입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생각해낸 해결책이 담임선생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어른이라고는 담임선생밖에 없었기에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사정이 그리되었던 것입니다. 일년동안 아이를 가르쳐 보았으니 평소의 아이 행동을 알기에 선생은 두말없이 지갑을 꺼내 지갑을 털었습니다. 

 

 

"3만원이다. 이돈이면 밀가루와 마가린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사들고 큰아버지 댁으로 들어가서는 무조건하고 빌어야 한다."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돌아섰습니다. 그 아이 눈에 맺혔던 굵은 눈물방울이 땅바닥에 뚝 떨어졌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벌써 이십 칠팔년전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그 이후로는 만나본 일이 없으니 알길조차 없습니다. 소식조차 전해듣지 못했습니다. 어디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해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