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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역할극은 가능할까? - 3

by 깜쌤 2009. 11. 19.

 

앞글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역할극 자체가 학습의 목표는 아닙니다. 역할극은 수업을 흥미있게 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역할극의 내용도 흥미위주로만 만들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시간에 학습해야할 내용을 충분히 넣어 쉽게 풀이하고 언급하고 설명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역할극이 끝나고 나면 그 장소에서 질문과 답변, 그리고 보충설명이 이루어지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회과목 같은 경우 역할극 그 자체를 즐기고 끝내버린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말이죠. 극 내용에서 학습과 관계되는 부분을 가지고 서로 질문하고 토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교사의 지도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실 공간은 모두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맡겨두시기 바랍니다. 교사는 교실 한부분을 지정해주고 약간의 공간만 확보해두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한번 맡겨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올 것입니다.

 

아이들이 남을 의식해서 부끄러움 때문에 앞에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는 하소연을 자주 하더군요. 당연합니다. 그런 말씀을 하는 이유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사의 능력입니다. 그러면 밑의 사진을 보실까요?

 

 

 

이 사진은 공개수업의 한장면입니다. 아이들이 서로 자기모둠을 시켜달라는 의미에서 피켓을 만들어 호소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황당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혹시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짜고 한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몇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런 정도의 의식 수준이라면 이런 글은 읽을 필요도 없거니와 저 역시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연출된 장면이라고 생각되시면 언제든지 한번 찾아오셔서 평소에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모습을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미리 연락만 주시면 언제든지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사회과의 경우 학습주제를 찾아오신 선생님들이 즉석에서 고르셔도 좋습니다. 저는 어느 학교에 가든지 간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한달안에 이런 식으로 변화시켜왔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요? 불가능한 일 같으면 왜 이런 글을 쓰겠습니까? 피교욱자의 심리상태를 알고 약간의 채찍과 당근을 가지면 모든 선생님들이 모두 다 아이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든 피켓 가운데 하나를 찍은 것이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내용 속에서 어떤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급 속에는 발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저번 글 마지막에서 이런 기법을 공개된 사이버 스페이스에 쓸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화두를 던진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역할극 하나에도 철저하게 최선을 다합니다. 8분에서 10분 정도로 주어지는 짧은 시간안에 어떻게 발표내용을 구성하며 학습내용을 언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은 다음 사진을 보면 조금 풀리지 싶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거나 가르쳤던 아이들의 사회과목 학습장입니다. 학습장 정리 요령에 대해서는 나중에 하나의 제목밑에 다시 자세히 쓸 생각입니다만 서른 두명의 아이들 모두가 다 위의 사진처럼 정리한 내용이 서로 다른 사회학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잘 정리한 아이도 있고 엉터리 모습으로 기록한 아이도 있습니다. 

 

 

 

 

내용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다 이런 식으로 공책정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전 학습을 해온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극도의 사교육 공세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며, 학습읋 해오지 읺는 아이들은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인데요, 하여튼 아이들 모두가 다 이런 식으로 내용이 다른 학습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다시 아래 사진을 한번 더 보시기 바랍니다.

 

 

 

워크북 형식의 수학교과서를 정리한 모습입니다. 나는 학기초부터 아이들로 하여금 교과목마다 학습해야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과목 특질에 따라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며 아이들이 반응해야 하는 모습까지 다르다고 하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쳐 둡니다. 그런 식으로 기초교육을 확실하게 받은 아이들은 어떤 과제를 주어도 쉽게 해결해나갑니다.  

 

이와 같은 것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상태에서 역할극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그리고 학급경영이라는 세개의 영역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교사가 어떤 모습의 학습형태를 취하든지 아이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으며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역할극을 통해 학습내용을 알아보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습에 대해 사례중심으로 대충 훑어보았습니다. 학습방법과 교수방법에는 왕도(王道)가 없으며 바로 이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정도(正道)도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해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의 전체적인 성향과 개별적인 특질에 따라 적용해야 할 기법이 달라져야하고 동시에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는 영어과목에서 즉석 역할극을 도입해 볼 생각으로 있습니다.

 

 

 우리말로 역할극을 구성해서 수업시간에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한정된 용어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영어로 역할극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현장연구 논문을 보면 그렇게 시도한 많은 사례들이 있음을 압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몇마디 문장으로 구성하여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한차원 높은 것을 시도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긴글 읽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