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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수업공개의 실제 2

by 깜쌤 2009. 3. 27.

 

 보통 학교에는 컴퓨터 교실이 있고 각교실 컴퓨터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교사들은 아이 스크림이나 티나라 같은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자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IT산업이 발달한 국가답게 다양한 정보매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해서 자료를 찾는다고 해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자료라면 학습의 효과는 반감되고 말 것입니다. 아이들이 필요한 자료를 어떤 식으로 찾아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며 정리할 줄 아는냐 하는 것도 결국에는 머리 속에 무엇을 남기느냐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표할 내용을 모둠 안에서 서로 이야기해보며 핵심을 정리하는 요령을 3월부터 충분히 가르쳐두었으므로 짧은시간 안에서도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제일 오른쪽에 자리잡은 여학생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해나가는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남이 보든말든 자기 일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이 아이들은 발표를 하게될 경우 가지게 되는 어떤 메리트 시스템이 학급안에 작동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서른두서너명 정도의 아이가 여덟개의 모둠을 만들어 모둠별 발표내용을 토의해보고 정리하는 과정이므로 시끄러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실 안에서 전체가 한꺼번에 이야기할 때는 모두들 작은 소리로 말하게 하고 한사람씩 발표를 할 때는 큰소리로 말하도록 하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제가 가르치는 반에서는 쉬는 시간에 조용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점심시간에도 큰 소리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대신 토의를 하는 시간에는 왁자지껄해지기도 합니다만 넘지 않아야 할 선은 기막히게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발표할 내용을 거의 정리했습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내용을 검토하기도 하고 참고자료의 위치도 대강 파악해두었습니다. 이제는 실물화상기를 사용하여 발표할 차례만 남은 것이지요.

 

 

 앞글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런 모둠 토의활동 시간은 대강 10분에서 12분 정도만 줍니다. 짧으면 8분 정도만 주어도 됩니다.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활동을 해본 결과 그들도 이런 토의 활동을 능숙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전체토의가 이루어질 차례입니다.

 

 

 발표할 차례가 되자 아이들이 자기모둠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서로서로 하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같은 것은 짜고 연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의심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교사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막장드라마를 교실 안에서 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하겠다고 나설때의 해결방법은 한가지 뿐입니다. 모둠장 여덟명을 일으켜 세운뒤 즉석에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짜고보여주는 수업은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그날도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발표할 팀을 정해야만 했습니다.

 

   

 모둠을 대표하는 아이가 모니터에 연결된 실물화상기에 발표내용을 정리한 종이를 올려두고 브리핑을 해나갑니다. 지휘봉을 들고 자료들을 가리켜가며 설명을 해나갑니다. 실물화상기 사용법은 아이들이 잘 익혀둔 상태이므로 필요한 부분은 확대시켜보여주기도 하고 축소를 하기도 합니다.

 

 

 떠드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어 진지하게 경청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생각과 다르거나 의문점이 생길 때는 질문을 하거나 보충설명을 요구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자세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열심히 경청하는 태도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것이 학습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입니다. 이런 훈련을 3월 첫주부터 실시해두었으므로 중간에 함부로 끼어들어 말을 툭툭 던지는 아이들은 존재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니터에 비치는 장면을 보면 아까 위에서 보여드린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모둠이 만든 발표용 종이를 움직여가며 발표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하는데는 3,4분 내외면 됩니다.

 

 

 발표를 하는 아이나 듣는 아이들이나 모두 다 한곳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리핑이 끝나면 이제 드디어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됩니다. 보통 질문할 내용이 있는 아이들이 먼저 일어나 질문을 하게 되는데 교사는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 질문을 해나가고 답변을 하도록 내버려두지만 이야기의 핵심이 흐려지거나 수업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이 나올 때만 교사가 끼어들어 통제를 해나가기도 하고 교통정리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질의응답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다른 아이가 일어나서 보충하는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교사가 적당하게 끼어들어 수업의 흐름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죠. 이날 수업에도 교사는 발표를 위한 아이들 지명에 거의 나서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일어나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고 앉는 것이었죠. 

 

 

 

 우리 교실 수업에서는 어떤 질문을 해도 괜찮습니다만 너무 터무니 없는 질문을 하면 아이들 스스로가 집단반응을 보이면서 정화를 시켜 버립니다. 일어나서 질문을 하는 아이나 대답을 하는 아이나 모두 주눅들지 않고 큰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해나갔습니다.

 

 

 발표자와 질문자의 일문일답이 이어지기도 하고......

 

 

 다른 아이가 끼어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서너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일어나 자기 주장과 설명을 펼쳐나가기도 합니다. 처음에 한두명으로 시작하여 한번 불붙기 시작한 토론이 나중에는 양편으로 나누어 집단적인 토론으로 번져나가기도 합니다.

 

 

 분위기가 가열된다 싶으면 슬며시 교사가 끼어들기도 했습니다. 설마 그런 수업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의심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2등을 한 모둠에게 다시 한번 더 앞에 나가서 브리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수업핵심 내용 가운데에서 덜 짚어낸 부분이나 미진한 곳이 있다고 여기는 부분을 상세하게 조사한 모둠에게 브리핑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교사가 할 일인 셈이죠. 

 

 

 이렇게 다루다 보면 거의 모든 내용을 짚어날 수 있게 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번씩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날 수업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일어서서 한마디씩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5분 정도를 남겨두고는 교사가 마무리 정리를 해줍니다. 그런뒤 칭찬할 아이들을 다시 한번 더 칭찬해주고 다독거려 줌과 동시에 차시예고를 했습니다. 교사가 마무리를 할 때는 아이들이 정리한 브리핑 용지 중에서 핵심을 기록한 종이를 실물화상기에 올려 다양하게 소개를 해주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발표를 하지 못한 모둠에게도 모두 발표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되는 것이었죠.  

 

 

 수업모델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택하여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런 수업의 장점은 집중력이 높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활동이 워낙 왕성하기 때문에 노는 아이들이나 떠드는 아이들은 생길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족을 달아둡니다 : 1편과 2편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