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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이제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by 깜쌤 2007. 11. 12.

언제든 가리
마지막에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을 꺽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에서
찔레순을 꺽다 나면 꿈이었다.

 

 

 

 

 

 위에 인용한 시는 노천명님의 "고향"입니다.

그 분의 행적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만 나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시 자체를 사랑합니다. 이젠 나도 자꾸 어릴때 자랐던 마을이 그리워지고 동무가 생각납니다.

 

시에서 행은 그대로 두었습니다만 연은 제가 마음대로 편집한 것이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텔레비전에서는 결혼못한 농촌 노총각들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아가씨들과 행복한 신혼살림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나는 그럴때마다 내 고향친구 누구누구를 올립니다. 초등학교만 나와서 어릴때부터 노동에 익숙했던 친구는 아직도 결혼을 못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은 소식이지만 못만나본지는 40년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몸도 아프다니 제 마음도 같이 아파옵니다.

  

 

 

 

산다는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만큼 살아왔는데도 인생살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큰집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높은 지위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제 능력이 이게 전부임을 아는지라 그냥 이대로 작게 낮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동무들이 있고 산천이 눈에 익은 고향마을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개량한옥 한채만으로 만족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그런 꿈도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말이지 이젠 그만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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