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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할매야 할매야아~~~

by 깜쌤 2007. 8. 16.

 

할매~~

 

정말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할매야! 할매는 한번 저 세상으로 떠난 뒤에는 돌아올 줄도 모르데. 내가 찾아갈라캐도 할매 사는 주소를 모르고 할매도 내 사는 세상으로 돌아올 길이 없으니 이걸 우짜면 좋노?

 

할매!

내 딴거는 다 잊어도 못잊는게 몇개 있는기라.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때 우보 역까지 30리길을 8월 땡볕 밑에 함께 타박타박 걸어 오셔가 우리 손자손녀가 기차타고 가는 거를 기찻길에 까는 침목더미 뒤에 숨어가 보던 그 모습을 내사마 못잊는기라. 그게 마지막이었제. 정말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데이. 어데 가마 할매를 다시 한번 더 만나볼 수 있노.  

 

 

 

 

할매야~

나도 이제 할매 돌아가실때 나이가 다 되어간데이. 머리카락도 마이(많이)허얘진기라. 그란데 할매야, 아부지 만나 봤나? 아부지도 할매가 가고 안오는 그 저승길로 갔데이. 아마 할매는 아부지 만나 봤는지도 모르겠데이. 할매야아~~ 아부지 만나 봤나?

 

 

 

 

 저 세상에서 할매는 아부지 만나 봤나? 할매 묘를 옮길때 보이끼네 할매 육신이 다 사그라지고 없데. 할매 곱은 손가락도 흔적없이 사라졌고 머리카락도 거의 다 없어졌더라. 이번에는 아부지도 그래 변했다 아이가. 화장을 하고 나니 남는게 없더라. 

 

 

   

 

할매야.

할매는 할배도 보고 싶제. 나는 할배 얼굴도 못본기라. 삼촌도 한분 있었다카드라마는 삼촌 얼굴 본 기억이 없데이. 젊은 나이에 남편 돌아가시고 작은 아들 앞세우고 했으니 할매 속이 모르긴 몰라도 까맣게 다 탔을끼라.

 

다행히 아부지는 여든 넘게 살다가 가셨데이. 하지만 내가 잘 해드리지 못해가 정말 죄송한기라. 할매야, 용서해도오. 등신같은 맏손자를 용서해도오. 할매야~~ 용서해도오. 

 

  

 

할매야!

꽃은 흐드러지게 핀다마는 내 마음속엔 슬픔이 여기저기 막 피어난다 아이가. 가슴 이구석에도 슬픔, 저구석에도 슬픔, 온 마음 속 사방 천지에 슬픔이 가득한기라. 왜 슬프냐고 묻나? 

 

 

  

 다시 볼 기약이 없으끼네 슬픈기라. 정말 보고 싶데이 할매야. 할매 사진은 내가 딱 한장 보관하고 있는기라. 색깔이 바래가 누르끼리하지만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데이. 할매 얼굴이라도 사진으로 자꾸 봐나야 나중에 만날때 알아볼거 아이가?

 

 

 

 

 

할매가 읍내 장에 가셨다가 오던 그 모습이 눈에 환한데 이젠 어데 가야 할매하고 아부지를 찾노 말이다.

 

할매야아~~~~ 정말 보고 싶다 안카나........ 이리 보고 싶다 카는데도 와 못오노 말이다. 할매야아~~~~ 아부지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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