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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고마우이. 거듭거듭 고마우이~~

by 깜쌤 2008. 2. 5.

 

나는 정말 어리버리해서 너무도 모자란 삶을 살아왔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과장된 겸손이라고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한 내 심정이 그렇다.

 

초등학교는 기차가 지나가는 산골에서 나왔고 중학교부터는 중소도시에 있는 그렇고 그런 학교를 다녔는데 주로 기차통학을 했다.  전교 학생 가운데서 가장 멀리서 다니는 학생 가운데 한명이라는 별것도 아닌 기록을 가지고 학교를 다녔는데 사실 그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는 좁은 지방에서 조금 알아준다는 학교를 다녔지만 공부조차 썩 잘하지도 못했다. 그냥 남 뒤따라 다닐 정도였으니 뭐 하나 내세울게 없었다.   

 

 

 

 

 

지금 사는 것도 그렇다. 머리가 다 희어지도록 살았으면서도 벌어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에 어울릴만한 지위를 가진 것도 아니며 자식 농사를 번듯하게 지어 놓은 것도 아니어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밑바닥 소시민 가운데 한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전에 산골짜기 시골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몇을 만났다. 모두 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나같은 어리한 사람을 친구라고 인정해서 찾아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모임 끝에 친구들이 내놓은 선물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작년 10월 말경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조그마한 직분 하나를 얻게 되어 임직식을 가졌는데 처지가 그렇기에 어머니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내가 임직식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린 친구가 서넛 있다. 바로 초등학교 동창들이다. 알아도 못 오리라고 여겼기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를 해둔 것이다.

 

 

 

 

 

친구 모친 가운데 한분은 내가 임직을 하게 된 것을 당신 자식 일처럼 기뻐하셨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분이 일부러 전화를 해오셨는데 직접 받지를 못해서 나중에 따로 전화를 드렸더니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고마움과 서러움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임직식 당일에 직접 찾아가서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친구들의 전화조차 너무 고맙고 미안할 뿐이었다. 나 혼자만을 위한 임직식이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더없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정말이지 자랑할 처지가 못되었다. 

 

   

 

 

 

 

모인 자리가 끝날 무렵 십자가 모양으로 된 금목걸이를 선물해왔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어떤 선물보다 고귀한 것이어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모두들 조금씩 추렴했다고 한다. 말이 조금이지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꺼내보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모두들 고마우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겠네. 정말 고마우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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