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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너는 다 기억해?

by 깜쌤 2007. 7. 3.

 

 

 

들깨로 기름을 짜지. 물론 참깨로도 짜지. 어지간하면 다 기름을 짤수 있다는게 신기해. 참깻묵은 고소함과 짭짤함 때문에 어린날의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어. 그 냄새가 얼마나 좋던지...... 들깻묵은 나처럼 제법 멍청한 붕어가 좋아하는가봐. 밑밥용으로 많이 썼거든.

 

나는 일부러 꽃이 피고 풀이 자라는 길을 골라 이침길을 걷는 버릇이 있어. 내가 매일 걷는 길 부근에 깨밭이 있어. 지금은 깨꽃이 피는 계절이지. 너도 깨꽃 정도는 알지? 깨소금 냄새 풍기며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너도 그 내음을 기억해?

 

 

 

 

 

호박꽃의 수수함과 넉넉함이 나는 좋기만 하더라만 왜 사람들이 호박꽃을 구박하는지 모르겠어. 박꽃은 하얗게 핀다는 것을 기억하겠지? 초가 지붕위 달밤에 피는 박꽃은 환상 그 자체였어. 

 

이젠 그런 환상을 어디가서 다시 만날수 있을까 싶어. 지붕으로 이은 짚을 따라 흐르는 장마철 낙수소리가 그립기만 하지만 그 소리를 만난다는 것도 기적에 속할만큼 귀한 일이 되었어.

 

너도 그 소리를 기억해?

 

 

 

희디 희게 피어나는 도라지 밭은 또 어떻고...... 도라지 밭엔 별이 가득했어. 난 하늘에 올랐던 별이 모두 다 도라지 밭에 떨어졌다가 밤이면 다시 올라가는 줄로 알았어. 

 

라디오 속에 개미만큼 작디 작은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만 알았던 그런 날엔 도라지 꽃밭에서 별을 찾았어. 세월 따라 도라지 캐러 갔던 어른들은 이제 다 어디로 가고 오질 않아.  

 

너는 그 분들이 다 어디로 가셨는지 알아? 

 

 

 

강아지풀로 구멍속에 사는 가재를 잡아 보았어. 가재 배꼬리에 조롱조롱 묻은 작은 알들이 어느 날엔가 다 사라졌다는 게 나는 너무 신기했어. 그 알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몰랐어.

 

난 모르는게 너무 많아. 왜 이리도 궁금하기만 하고 모르는게 많은지 모르겠어.

내가 많이 못 배워서 그런줄은 알지. 넌 어떻게 살아왔니?  

 

그리고 넌 다 아니?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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