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꽃들에게 물을 주다 말고 문득
등이 허전해졌어.
방에 들어와 정든 내 배낭을 보다듬어 보았어.
비단같은 바닷바람이 볼을 스치는
남국의 바다가 그리워졌던 것이겠지.
너희들 모두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나야 뭐 그냥 한번 너희들 곁을 스쳐지나간 나그네지만
너희들은 같은 곳에 그냥 붙박이로만 살면서
나같은 이방인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들려준 먼 나라 이야기들이 기억나니?
너희들은 눈 내리는 먼 곳의 벗들의 삶이 궁금하지?
네 보얀 속살같은 빛깔로
남국의 소나기처럼 하늘을 뒤덮는
보드라운 자그마한 덩어리진 가루들을
우린 눈이라고 부른단다.
엄청 추운 겨울날
하나님께선 너희 친구들을 위해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희디 흰 비단이불을 준비하셨어.
너희들은 사시사철 깨어 살지만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네 친구들 가운데엔
겨울이면 포근한 잠을 자야만 하기도 해.
오늘따라 너희들이 그리워짐은
어쩐 일일까?
이젠 초여름이기 때문이지 싶어.
바람들 시간이 되었거든.
하지만 올해는 참아야 해.
너희들 보러 갈수가 없을 것 같아.
소중한 분의 생명이 다해 하는 것 같거든......
사람살이나 너희들 삶이나 비슷한 것 같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 삶이기에 장담은 못하지만
우린 너희들보다 더 많은 날을 견뎌내도록
허락받았기에 세상살이를 오래 한다는 것 뿐이지
가야할 길은 다 같기만 해.
시들어가는 것이 슬프다고 여겨왔지만
곱게만 시들수 있다면
그것도 아름답다고 여기게 됐어.
살아가면서 알게된 것이지.
남쪽 나라의 무궁화들이 어여쁜 이유가 뭔지 궁금해.
남국의 새들 깃털이 왜 화려한지도 알고 싶어.
샛노란 금잔화는 코 높은 사람들이 사는
터키에서도 이란에서도 똑 같았어.
잘 익은 바나나 색갈보다 짙은 네 몸짓에서
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나는 깨달았어.
네 아름다운 자태를 자주 못본다는 것이 아쉽기만 해.
다음에 또 찾아갈께.
갯메꽃 네 그늘에 터잡고 사는
명주잠자리 애벌레도 보고 싶어.
그녀석 개미귀신은 오늘도 부지런히 함정을 파고 있겠지.
훌러덩 벗은 사람들이 그득한
눈부신 해변에서
너희들을 본지가 어제 일 같아.
그럼 이제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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