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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하늘마을 매사롱 2

by 깜쌤 2006. 11. 24.

 어제는 이상하게도 하루종일 사진 올리기가 힘이 들었다. 결국 여행기를 못쓰게 되고 말아서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어째 오늘은 사진이 수월하게 잘 올라가니 수상한 일이다.

 

매사롱에 도착한 우리들은 걸어서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절에 가보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향수에 젖어서 만든 마을이어서 그런지 눈에 익숙한 꽃들이 많았다. 다알리아만 해도 그렇다. 노란고 빨간 다알리아는 참으로 오랫만에 여기와서 보는 것 같다.

 

 

 

 산으로 난 길은 정겹기만 하다. 이런 길은 그늘이 져서 지나다니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까 절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한 곳은 여기가 아니다. 저 산위에 있는 절이다.

 

 

 

 우리는 다시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다.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은 옆에 숨어 있었다. 조금만 올라왔는데도 숨이 찼으므로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땀이 마구 쏟아졌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계단을 밟았다.

 

 

 

 계단길을 한참 걸어오르는 수고 끝에 드디어 아까 밑에서 보았던 절에 도착했다. 여기서 보는 경치 하나는 일품이다. 이 산꼭대기에 이 정도로 아름다운 절을 만드려면 정성도 대단했으리라.

 

 

 

국민당 군대 병사들이 만들어 놓은 매사롱 마을이 저 밑에 보였다. 사방으로는 끝없는 산이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맞다. 여기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떠나온 고향을 그리며 살았으리라. 

 

 

 

 산등성이 여기저기마다 마을을 만들었고 산허리는 잘라서 차밭을 일구어 두었다. 그들이 일군 차밭에서 생산된 차는 고급품으로 소문났고 결국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바꾸어 주는 마이더스의 손이 되었다.

 

 

 

 이런 산을 개간한 그들의 인내와 개척정신 앞에 머리가 숙여진다.

 

 

 

 초록의 숲속에 자리잡은 붉은 지붕들이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보기좋지만 처음에는 황량함 뿐이었으리라.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산들보다는 경사도가 낮다는 것이다.

 

 

 

 겹겹이 둘러쳐진 저 먼산에 구름이 묻어오더니만 뿌옇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마 소낙비가 묻어서 지나가는 모양이다. 광활한 산악지대 여기저기를 적시며 지나가는 비를 보고 있으면 자연의 위대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어떤 곳은 햇살이 내려쪼이는데 어떤 곳은 비가 지나간다. 중국 서부 초원지대에서, 그리고 내몽고의 거대한 초원지대에서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마구잡이로 개간하면 산사태가 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사람들은 그런 정도야 경험으로도 잘 알지 싶다.

 

 

 

 절이 제법 깔끔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우리들은 도로를 따라 더 가보기로 했다. 지도상으로만 보면 저 산넘어로는 미얀마 영토가 되어야 한다. 어디가 국경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다.

 

 

 

 불탑 위 파란 하늘에 구름이 피어 올랐다.

 

 

 

 이어진 능선마다 작은 마을들이 군데군데 터를 잡았는데.....

 

 

 

 내가 봐도 여긴 중국 남부 운남성 경치와 너무 흡사하다. 소수민족의 고향이자 터전이기도 한 운남성은 산으로 둘러 쌓였기에 그래서 더욱 더 좋다.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낮은 산 밑에서 출발하여 올라온 것이다. 위로 더 올라가면 무엇이 나타날까 싶어 궁금해진 우리들은 다시 더 걸어보기로 했다.

 

 

 

 절 뒤로 돌아나가자 도로가 나타났다.

 

 

 

 가파른 도로였지만 부지런히 걸어본다. 이럴땐 뒤쳐지면 힘들기만 하므로 무리해서라도 앞에 나가는게 훨씬 편하다. 모두들 콩죽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걸어 올랐다.

 

 

 

 저 멀리 산꼭대기로 지나가는 비구름이 압권이다. 이렇게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경치를 보는 것도 사실은 드문 일이다.

 

 

 

 가슴이 활짝 열리며 마음이 타악 터진다.

 

 

 

 그래, 이런게 세상살이일 것이다. 한쪽엔 비가오고 한쪽엔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이런 산악지대 여기저기엔 많은 소수민족들이 삶의 터전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태국 정부 자료를 보면 카렌, 몽, 라후, 아카, 미엔, 리수 외 약간의 소수 민족이 산다고 한다.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것이 카렌 족인 모양이다.

 

 

  

 이런 산악지대는 예전부터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는 근거지이기도 했고 마약왕 쿤사의 영역이 되기도 했으며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활약하던 공산주의 세력과의 격렬한 투쟁지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평화스럽게 보이지만 한때는 보이지 않는 더러운 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가진 곳이다.

 

 

 

 이쪽으로 파견된 국민당 잔류병력들은 태국 정부와 미국 정보당국의 도구가 되어 공산당 세력과의 전투에 동원되기도 했다니 여긴 비밀스런 역사가 춤을 추던 무대가 되었던 곳임에 틀림없다.

 

 

 

 지금이야 우리가 이렇게 여행이라도 다니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이쪽은 위험지대였다고 한다. 지금은 미얀마 정부에 투항하여 여생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아편왕 쿤사는 이런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하여 세력을 확장했고 한때는 비얀마 영내에 거주하는 족을 거느리고 샨 공화국을 만들기도 했었다.

 

미국 중앙 정보국(=CIA)에서는 쿤사를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 쿤사는 타임이나 뉴스위크에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고 그로 인해 국제적인 악명을 떨쳤던 것이다.

 

쿤사라는 인간은 이런 엄청난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하여 신산한 삶을 이어가는 소수 민족들에게 아편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재배하도록 강요했고 이런 곳에서 생산된 아편을 수출하여 떼돈을 벌었던 모양이다.

 

그런 인간은 콜롬비아에도 다수가 있는 모양이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의 코카나무 재배지가 아니던가? 마약 범죄조직들은 남아메리카 정글 속에 사는 인디오들을 협박하여 코카나무 재배를 강요했고 코카나무에서 코카인(=코우케인)을 추출하여 미국 시장에 대량으로 반입하여 젊은 영혼들을 타락시켜 나갔던 것이다.

 

<스나이퍼>같은 영화가 괜히 만들어졌겠는가?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특급 저격수들이 마약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기 위해 비밀 임무를 띄고 콜럼비아 같은 나라에 투입된다는 내용인데 전혀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장소를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어찌보면 행운인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처음으로 보시는 분들은 우리가 뭐 대단한 오지에라도 다니는 줄로 착각하실까봐 겁이 난다. 사실 여기는 오지임에는 들림없다.

 

요즘 세상에서 이런 곳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여행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런 여행은 패키지로 태국을 가서 단순히 방콕 정도만 다니다가 돌아오는 그런 여행하고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리 힘든 여행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도 들꽃은 피고 진다. 작은 들꽃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산골을 떠올리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