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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하늘마을 매사롱 3

by 깜쌤 2006. 11. 25.

 그런데 이 길은 어디까지 연결되는 것일까? 국경이 멀지 않다는 느낌은 확실하건만 어디로 연결되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우린 따라가본다. 궁금하면 못참으니까.....

 

 

 

 

 <지도출처 -  Cartes du site © Sawadee.com>

 

 

지도를 잘 보시기 바란다. 중앙의 파란 색 네모가 치앙라이이고 북서쪽, 그러니까 살짝 왼쪽 위로 초록색 둥근 점 옆에 초록 색으로 Doi Maesalong 이라고 표시된 지역이 지금 우리가 구경하고 있는 곳이 된다.

 

우리는 오후에 지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Mae Sai에 가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가서 미얀마 국경도시 따찌렉을 보고 오는 게 오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하기로 소문난 나에게 갑자기 이름도 부정확하기 짝이 없는 외국시인 칼 붓세의 시가 생각난다.

 

"산너머 저 산 너머 행복이 있다기에...."

 

이럴땐 바꿔 외워야지. 산너머 저 산너머 누가 살길래...... 어쩔씨구나.  좋다. 그런데 시귀가 이상하게 변질되어 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아예 바꿔부르자.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누가 살긴? 소수 민족들이 사는 거지. 여긴 열대 지방이지만 높은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기후 조건은 조금 나을 것이다. 이런 곳이라면 모기는 적을지도 모른다. 

 

어떤 양반의 체험담을 보니까 시베리아의 여름에는 모기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 두꺼운 피부를 가진 곰들도 혼비백산한다니 모기란 녀석은 하여튼 지독한 녀석임에 틀림없다.

 

 

  

 동네는 등성이에도 있고 산허리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라오스 산악지대 같다. 저들은 이 거대한 산악지대에 묻혀서 탈출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사는 이곳이 도대체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는채 평생 산만 보고 산속에서 그렇게 살다가 죽어야 하는 인생을 살았으리라. 아버지 어머니도 그렇게 살았고 나도 그렇게 살아왔고 아들도 그렇게 살 것이며 손자도 그렇게 수백년을 살것이라고 체념했었을까?

 

 

 

 산을 개간한다는 것은 보통 노력과 정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실 물은 어디에서 구하며 생필품은 어디에서 구해 오는가? 특히 소금은?

 

 

  

 도로를 따라 걷기에 지친 우리들은 결국 돌아서기로 했다. 어디로 연결되는지도 모르는 길이므로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기에는 겁이 났던 것이다. 갑자기 우리들은 모두 식물학자가 되고 곤충학자가 되어 신기한 것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모두 신기한 것 뿐이었으니 모두 깜짝 변신을 한 것이다.

 

 

 

 아까 우리가 스쳐 올라왔던 절이 저만큼 밑에 보인다. 이런 심산유곡에 저런 절이 자리잡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발밑으로는 물기를 머금은 비구름이 지나가지만 우리들은 호기심 충족을 위해 사방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드리면 오그라드는 미모사도 여기서는 나무 비슷하게 대형으로 자랐다. 청년들은 그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미모사를 찾아내서는 손으로 건드리고 작대기로 건드려보고.....

 

 

잎자루까지도 밑으로 차악 늘어뜨리고 잎을 오므리는 실험이 너무 재미있었던가 보다. 미모사 꽃만 보아도 좋아 못산다. 연한 보라색 둥근 꽃을 피우는게 미모사 꽃이다.

 

 

 

 태국식 절의 화려함은 익히 보아 알지만 이런 산간에서 보니 더욱 더 화려한 것 같다.

 

 

 

 여기에도 나가(Naga)는 어김없이 붙어 있었고......

 

 

 

 먼 산에 비가 왔다. 비 오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는 일도 드문 일이다. 맨날 도시에서 오는 칙칙한 비만 보다가 이렇게 장대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니 가슴속에 쌓인 찌꺼기가 말끔히 떠내려 가는 것만 같다.

  

중국 사천성 산골짜기에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구채구황룡이 있다. 그 비경의 아름다움은 말로는 설명이 안되므로 그냥 넘어가지만 거기를 벗어나서 서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엄청난 대초원지대가 나타나는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 초원에서 비가 오는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 뺑돌아가며 둥글게 보이는 어마어마한 초원지대였는데 한쪽에는 비구름이 묻어가고 한쪽에는 햇볕이 나는 그런 상황이었다. 

 

마치 오늘 여기 산악지대를 스쳐 지나가는 저 비구름 같은 모습이다. 여긴 햇볕이 나는데 저쪽은 비가오고...... 천둥소리가 하늘 반쪽을 울렸다. 번개는 저 멀리 산너머에서 하늘을 가르며 번쩍거렸고......

 

 

   

 그래, 비가 와야한다. 이 장엄한 대지 위에 발 붙이고 사는 모든 것들을 먹이고 물마시게 하려면 언제든지 필요할때 비가 와야 한다. 나는 이런 여행이 좋다. 가슴 답답할때 모든 것 다 떨쳐놓고 떠나는 이런 즐거움이 없었다면 쳇바퀴 도는 듯한 내 삶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으리라.

  

 

 

 온 사방 여기저기에 비가 왔다. 비가 왔다.  막 왔다.

 

 

 

 차 밭은 줄을 서서 차나무를 키워가고 하늘엔 비가 내리고.....

 

 

 

 인간은 아웅다웅거리며 살아간다. 종착역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죽음이 올때까지 그냥 덧없이 살아간다. 나는 노래를 불렀다. 작은 소리로.....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외양간 송아지 음매음매 울 적에
  어머니 얼굴을 그리며 간다
  고향을 부르면서 구름은 간다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뒷뜰에 봉선화 곱게 곱게 필적에
  어릴 제 놀던 곳 찾으러 간다
  고향을 그리면서 구름은 간다

정근씨가 시를 쓰고 이수인님이 곡을 붙인 노래다. 눈가에 이슬이 피잉 돌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한다면 '안구에 습기가 차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하여 안습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살면서 안구에 습기가 차든 눈에 눈물이 흐르던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뭐 어쨌다는 말인가? 다른 사람은 쉽게 잘 내려가는 길을 나는 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금잔화도 보고.....

 

 

 

 이름도 모르는 이런 꽃도 봐가며 그냥 천천히 내려왔다.

 

 

 

  

 무릎이 아픈 나는 설설 기다시피 하며 슬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허공엔 거미가 진을 쳤다. 나까지도 포획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 배고프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어둠컴컴한 길이어서 그럴까? 대낮에도 형광등 불을 밝혀두었는데 수명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았다. 신경쓰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야생화들은 한껏 자기 나름대로 멋을 부리며 살고 있었다.

 

 

 

 이런 녀석들은 꽃집에서 본 것들이다.

 

 

 

 아까 들러본 절에는 갈데 없는 고요함만이 땡볕 속에서 졸고 있었다.

 

 

 

 승방 옆에 자리잡은 나무에는 꽃들이 조롱조롱했고......

 

 

 

 작은 꽃들이 잔뜩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그래, 모두들 잘 살아야지. 너희들은 한철살고 우리는 몇철 더 산다는 차이 밖에 없지. 예쁘기는 너희들이 더 예쁜 것 같구나. 우리 인간들이야 시기 질투 다툼 미움 원망 증오 갈등 폭력 무질서 퇴폐...... 이런 것들에게 쉽게 유혹 당하지만 적어도 너희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겠지."

 

 

 

 "생존경쟁? 그건 피할수 없는 것이란다. 너희들이나 인간들이나 피할수 없는 것이지. 하지만 마음만 바꾸면 다같이 잘 살수는 있지. 암, 있고 말고......"

 

 

 

 혼자 구시렁거리며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산허리에 예쁜 집들이 몇채 터잡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모두 다 행복하기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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