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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콰이강을 찾아서 3

by 깜쌤 2006. 10. 23.

 

 

 다시 철교를 건너온 우리들은 코코넛 한개씩 사마시기로 했다. 나야 자주 마셔본 과일이므로 안마셔도 되지만 성품 좋으신 어른이 자꾸 마시라고 권하니 어쩔수 없이 한모금을 마셔본다.

 

많은 분들이 코코넛 열매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모험소설이나 만화의 영향력도 있겠지만 맛으로만 친다면 그리 맛잇는 과일은 아니다. 굳이 맛을 표현한다면 닝닝하다고 해야하나? 조미료를 입에 물었을때의 그런 맛과 비슷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가 될 것 같고 하여튼 조금은 허무맹랑한 맛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코코넛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문다. 물론 장사치들이 빨대 정도는 꽂아주는 센스를 가지고 있다. 얼음통에 넣어두어서 시원하기 그지 없지만 맛 자체가 싱거우니 크게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난전에는 별별 옷들이 다 팔리고 있었는데 한마리 깜장개는 빈티를 보이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여튼 여기는 개판같다.

 

 

  

 다리에서 한 30미터 정도만 가면 콰이강의 다리 역이 나온다. 콰이강의 다리역과 칸차나부리역은 다른 역이라고 앞에서 이야기 한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시골 간이역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태국 기차는 앞에서도 이야기한대로 협궤기차여서 조금 작게 보인다. 기찻길이 무슨 장난감 레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매표소엔 직원들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6시에 통닭을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을 해두었으므로 우리들은 시간을 맞추어서 레스토랑으로 가야했다. 이럴땐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서 가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된다.

 

도로 양쪽에 즐비한 레스토랑 가운데 생선 바베큐를 하는 집도 많았다. 생선도 먹고 싶지만 오늘은 통닭만으로 파티를 할 생각이다.

 

 

 통닭이 제법 노릇하게 잘 익었다. 이나라 통닭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진다.

 

 

 

 태국 사람들은 태국 요리가 세계 4대 요리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모르지, 내가 너무 싸구려만 돌아다녀서 모르고 하는 소리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요리사는 우리가 주문한 통닭을 먹기 좋게 듬성듬성 썰어 주었다.

 

 

 

 차려놓고 보니까 그럴듯하다. 소스를 따로 접시에 담아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맛소금이나 소금에 찍어 먹는데 여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다섯명이 둘러 앉아서 통닭 세마리를 모두 다 먹지 못할만큼 양이 많았다. 우리가 언뜻 보기에도 닭이 컸었다.

 

 

 

 오랫만에 통닭 파티를 하고 난 뒤에는 다시 슬금슬금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국제전화가 되는 전화기를 찾아 국제 전화를 하기도 했다. 나는 돌아오는 날까지 집에 전화한번 하지 않았다. 피시방을 찾아가서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소식 전하기가 충분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시방에 들러보았더니 모니터가 국산이다. 버스에서도 국산이 많았는데 컴퓨터방까지 우리나라 제품들이 즐비하니 흐뭇하기만 하다.

 

 

 

 나는 그날 잠을 잘 수 없었다. 선풍기를 켰더니 선풍기가 떨어져 내리기도 했고....

 

 

 

 빈대가 습격해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방을 바꿔야했고 그런 뒤에야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빈대 습격사건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다.

 

 

 

 그 다음날엔 방콕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썽태우를 교섭해서 우리가 연합군 묘지를 들러보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조건으로 요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따로 웃돈을 더 준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기다려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합군 묘역이 잘 가꾸어져 있다. 부산에도 유엔군 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다. 못 가본지가 꽤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무료입장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나즈막하게, 그러나 잘 정리된 명석들이 땅에 박혀있다.

 

 

 

 

 잔디밭은 정결하게 정리되어 있고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면서 물을 뿌린다. 왠지 그게 병사들의 눈물 방울인 것처럼 생각되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관리인들이 묘지를 다듬고 있었다. 죽은자에 대한 예의는 갖추는게 좋을 것이다. 우리도 여기서는 조금 엄숙해진다.

 

 

 이 병사는 18세에 전사를 했다. 생각해보라. 열여덟살이면 꽃다운 나이다. 꽃망울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 묘비명은 부모가 지었으리라. 몸은 땅에 묻혔으되 부모님의 머리에 기억되지 않고 가슴속에 묻혔지 싶다.

 

 

 묘비명을 하나씩 보면 가슴 아프기에 자세히 보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아니다. 더 이상 안 봤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지 싶다.

 

 

  

 "단지 오늘뿐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그대는 기억되리라."

 

 

 

 열아홉에 죽은 아이도 있다. 포로를 강제노동으로 죽이는 것이 왜놈들의 특기인 모양이다. 그래도 그놈들은 자기들이 원자폭탄 맞은 것만 기억해서 전쟁의 피해자라고 강변한다. 참으로 가증한 녀석들이다.

 

 

 

 

 연합군 묘지를 찾은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베트남에는 우리 국군 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때 월남에서 우리 국군실종자는 없는 것처럼 떠들던 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월남 전선 이상없다."

 

설마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닐테고......

 

 

 

 타이 정부의 처세술도 이 정도면 보통이 넘는 것 아니던가?

 

 

 

 묘지를 나온 우리들은 밖에서 대기중인 썽태우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어서 그런지 시외버스 터미널도 상당히 깨끗했다.

 

 

 

 터미널 안팎으로는 다양한 탈것들이 대기하고 있다.

 

 

 

 빨간색이 들어가는 저런 버스들은 완행버스들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가 직행이라고 생각하고 탄 고급 버스들도 어지간 곳이면 모두 멈춰섰다. 그럴려면 완행 직행 구별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표를 끊은 우리들은 버스에 올라앉는다. 매표소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저런 곳에서 표를 사서 올라가면 된다.

 

 

 

 칸차나부리를 출발한 버스는  정류장마다 다 서가면서 방콕으로 향했다. 그러니 시간이 한없이 걸린다. 쉬엄쉬엄 가는 것이니 지겹기도 그지 없다. 방콕시내까지 들어가는데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렸다.

 

어디서나 행사용 판촉활동은 다 같은 모양이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짜내 돈을 벌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망이라 공통분모를 가지는 모양이다.

 

 

 

 버스 안에도 왕과 왕비의 사진은 걸려 있고..... 드디어 남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말자 승용차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카오산 로드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카오산 로드는 전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여행자 거리와도 같은 곳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므로 돈부터 물어보았다. 4명 정도면 타도 되겠지만 우리는 5명이니 택시를 탈 재간이 없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관계없단다. 자기들은 관계없을지 몰라도 우린 관계가 되는 일이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위법행위를 했으므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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