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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후아힌 1 - 3등 기차

by 깜쌤 2006. 10. 7.

 내가 굳이 3등칸을 타려는 것은 이유가 있다. 물론 첫번째는 경비절약을 위해서이고 두번째는 현지인들 삶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보기 위해서이다. 어느 나라든 부자들은 소수이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일반인과 다르며 사고방식도 다르므로 그들을 접촉해보고 나서 어떤 나라를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자들은 우리같은 가난뱅이 여행자를 상대조차 하지 않으므로 접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다수를 이루는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살피는게 훨씬 사실적이 아니겠는가? 3등칸이라고 해서 괴물들만 타는 것이 아닌 이상 나는 3등칸 서민들의 삶을 느끼기를 원하고 그들 속에 부대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외국인 여행자들은 모두 부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차는 아주 작은 역들은 그냥 통과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역에만 정차했다. 여자 손님들은 거의 다 히잡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슬람교가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슬람의 무서운 세(勢)확장은 태국 남부 지방의 정치적 불안을 불러 일으켰다. 무슬림들이 많아지면서 분리독립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테러행위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필리핀 남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민다나오 섬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그런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폭발사고와 요인암살, 시민납치 등의 범죄행위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차는 너른 벌판과 숲 사이를 달렸다. 끝없는 벌판이다. 가끔씩 숲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벌판과 숲이 섞여있었다. 개간이 덜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숲이 훼손되어 간다고도 볼 수 있겠다.

 

 

 

 주로 쌀농사를 짓는 농가가 띄엄띄엄 어쩌다가 한채식 숲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숲 사이로는 소들을 방목하고 있었다. 열대지방으로 돌아다녀 보니 소들의 종류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겠다. 물구덩이에서 주로 노는 짙은 회색의 물소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누렁소도 있고 흰색 빛을 띄는 앙상한 소들의 모습도 많았다.

 

뿔 모습만 봐도 차이가 났다. 물소뿔은 둥근 활 모양으로 멀리서보면 소가 활을 머리에 붙이고 다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흰색 소는 뿔이 조금은 위로 치솟았는데 처음 느낌에도 날카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만 그렇게 느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누렁소는 순해보인다. 우리 한국소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행동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 누렁소들이 벼농사가 끝난 벌판에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아직 추수가 덜 끝난 벌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는데 우리 한국논의 벼들처럼 조밀하게 보이지 않고 어딘가 엉성한 모습이었다.

 

 

 

 벼가 자라는데로 그냥 팽겨쳐두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이쪽으로는 강이나 저수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건조지대일까? 숲을 보면 열대우림기후대가 분명한데....

 

 

 

 숲이나 민가 어귀 군데군데엔 두사람이 한 팀이 되어 완전무장을 한 태국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었다. 거의 다 오토바이를 부근에 세워두고 있었는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아름답고 숲은 진하지만 어딘가 모르는 팽팽함과 긴장감이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한번씩 남쪽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보면 열차안은 회교도들로만 가득함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여기도 종교 갈등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인상을 단번에 느낀다.  

 

 

 

 경치는 평온하지만 인간들의 삶은 그런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벌판 사이를 기차는 달리기만 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소떼들이 있었고......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는 기차에서 내리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송아지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기차가 역에 도착하면 함지박이나 바구니에 여러가지 물건을 담아 머리에 인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곤 했다. 우리도 예전엔 저런 모습이 있었으니 대강 이해는 된다.

 

"닭다리가 왔습니다. 맛있는 닭다리가 왔어요~~" 라거나 "시원한 콜라가 왔습니다. 콜라! 콜라! 콜라!!" 라는 식으로 외치는 것 같았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손님들은 창문을 통해서 가격을 물었고 돈과 물건을 주고 받았다.

 

일등칸에는 이런 즐거움이 없다. 거긴 창문들이 냉방을 위해 모두 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그쪽 손님들은 식당칸에 가서 사먹거나 마시지 이런 사람들에게 물건을 잘 사지않는다. 상인들이 주로 삼등칸 쪽에 와서 외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진국일수록 먹고 산다는 것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나와 눈동자가 몇번이나 마주치지만 말이 안통하는지라 그냥 가벼운 미소만 날려주고 만다.

 

 

 

 기차는 한번씩 고무나무 농장 옆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여긴 제법 크다. 얄라 역이지 싶다.

 

 

 

 또 달린다. 그저 위로만 달린다. 나는 동쪽에 앉아있으므로 햇�을 받을 일이 없으므로 느긋하게 바깥 경치를 즐기며 가는 것이다.

 

 

 

 이런 사진들을 유심히 봐두면 나중에 태국 북부지방과 비교하기 쉬울 것이다. 남부가 평원이라면 북부는 산악지대다. 북부는 태국의 보배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역시 산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슬슬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가까워진다. 식사시간이 되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을 더 찍으려면 충전을 시켜야 하는데 충전기를 꽂을 곳이 없다. 서민들이 주로 타는 이런 3등칸에 그런 시설이 되어 있을리가 없다.

 

때 맞추어서 일등칸에 있는 팀 멤버들이 찾아왔다. 그쪽에는 콘센트가 있단다. 충전기를 거기다가 맡겨둔다.

 

 

 

 식당칸 요리사가 도시락을 들고 팔러 나왔다. 플랫폼에서 파는 이동 잡상인들에게 도시락을 사도 되지만 나는 안전하게 기차안에서 구입했다. 식당칸 요리사인줄을 어떻게 아느냐고?

 

아까 식당칸에 가서 미리 얼굴 정도는 확인해 두었다. 그리고 그 양반은 자주 음식을 팔러 다니기 때문에 얼굴과 목소리가 익은데다가 태국 기차가 그렇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이젠 기차 안도 만원이 되었다. 나는 도시락을 한개 샀다. 30바트니까 우리 돈으로 치면 약 900원 정도 되겠다. 따끈한 밥에다가 계란 부침개 하나, 거기다가 잘게 썰어서 고추와 함께 볶은 고기가 곁들여져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고급 식사이다.

 

기차는 핫야이 역에 도착해 있다. 여긴 태국 남부 최대의 도시일뿐만 아니라 교통의 요충지이다. 우린 저번에 여기를 거쳐 말레이지아 서부로 내려갔었고 지금은 동부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한번 거쳐간 도시라는 뜻이다.

 

 

 

 플랫폼에 있는 여자들을 잘보면 히잡을 쓰고 있는 여성들 수가 적음을 알 수 있다. 몇년전 여기 핫야이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회교도들이 자기들이 했다고 주장하여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그런 도시다.

 

 

 

 온갖 상인들이 즐비하다. 그들을 보며 나는 천천히 저녁을 먹는다.

 

 

 

 보통 배낭여행자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병에 들어있는 물을 사먹지만 태국 현지인들은 투명하지 않은 물병을 많이 샀다. 내 부근의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했다. 그게 훨씬 값이 싸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지금까지 고급 물을 사서 마셔왔던 셈이 된다.

 

핫야이에서 내 앞과 옆자리에 새로운 가족이 올라와서 앉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창밖에 있던 사람들과 한참동안 눈웃음을 주고 받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배웅해주는 사람들이지 싶다. 

 

한 30여분을 서 있던 기차는 다시 출발했다. 밖이 이내 캄캄해지기 시작했으므로 이젠 조용히 책이나 보다가 자다가를 반복해야 했다. 앞자리 손님들은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천장에는 선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돌고 있었고 차창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실새없이 윙윙거렸다.

 

 

 

 그런 가운데에도 기차는 마구잡이로 북쪽을 향해 달려나갔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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