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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태국을 향하여 2

by 깜쌤 2006. 10. 6.

 나는 내 동료 선생님들에게 항상 무엇이든지 확인해보라고 말한다. 좋은 리더나 지도자는 지시를 하고 나서는 꼭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시는 간단하게, 확인은 철저하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들었다.

 

나야 뭐 시시한 시골 훈장 정도나 하고 먹고 사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하는 모든 일을 확인하는 것 하나는 철저히 해둔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한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다고 하니 묘한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제 저녁 식사후 나는 여기 터미널에 와서 시간표를 확인해두었고 발매처 위치까지 분명하게 확인해 두었었다. 쿠알라 테렝가누에서 말레이지아 동해안의 최북단 도시인 코타바루 가는 차는 분명히 8시 반에 출발하는 것이 첫차였다.

 

오늘 아침 우리는 7시 반에 여관을 나와서 터미널에 갔는데 코타바루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임시차인가 싶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 버스 앞에 진치고 있던 사람들이 어딜 가느냐고 묻더니만 타란다. 버스 속을 보니 백인여행자도 보였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탔다. 요금은 일인당 15링깃인데 영수증도 주지 않고 그냥 돈만 내고 타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번은 의심해 봐야한다. 

 

 

 

 우리 팀의 기념사진을 찍는 척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운전기사와 차장 등 사람들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일이 생기면 이런 사진을 증거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버스는 어제 우리가 탔던 것과 같은 대형버스였는데 우리가 타자마자 곧 출발했다. 거 참 이상한 일이다.

 

 

 

버스는 바닷가를 따라 계속해서 북상했다. 오늘 우리는 최북단 도시인 코타바루까지 간 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국경도시인 란타우 판장까지 가야 한다. 그런 뒤 국경을 넘어서 방콕행 기차를 탈 생각인 것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줄기차게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배낭여행자의 숙명이지 싶다. 이동할 땐 정신없이 이동하기 말이다.

 

도로 가에 기아 자동차 판매소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우리 기업들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조금 이상하게 여긴다. 기업이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런 표현에 대해 이상한 말로 꼬투리 잡는 것은 사절한다.

 

 

 

 3시간 반이나 달려서 마침내 코타바루에 두착했다. 말레이지아 최북단에 자리잡은 도시인데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입김이 상당히 강한 곳이라고 한다. 그 도시에서 말레이지아 회교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말레이지아의 메카 혹은 메카의 뒷마당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소문대로 코타바루는 그런 냄새가 풍겼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터미널 부근과 시장 인근은 교통질서와 시민의식이 완전히 무시되고 실종된 철저한 무질서지대였던 것이다. 이란의 테헤란과 비슷한 무질서다.

 

란타우 판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로컬 버스를 타야했다. 29번 버스다. 29A버스도 있었는데 그 버스는 국경도시를 가는게 아니었다. 29번 버스를 탔다. 버스표는 버스 안에서 구하면 된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가는데 이내 버스는 만원이 되었다. 국경까지는 코타바루에서 한 35킬로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많이 타고 내렸다. 한시간 정도 달리자 드디어 국경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찰이 버스에 올라와 검문을 하기도 했으니까....

 

 

 

출입국 관리소 건물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우리가 타고 온 로컬 버스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출입국 관리소다. 저 건너편이 태국이라는 말이겠지. 짐을 정리하고 배낭을 맨 뒤 여권을 꺼내들고 걸어간다. 건물의 왼쪽 통로로 들어가서 출국 수속을 밟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여권을 보여주면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입국할 때 가지고 있던 말레이지아 출국 신고서는 자기들이 떼어간다. 태국에서 건너오는 차들이 줄을 섰다. 다른 나라끼리도 드나들기가 이렇게 쉬운데 같은 민족이 사는 나라끼리는 왜 드나들수도 없는지 모르겠다.

 

  

 출국수속을 밟은 우리는 걸어서 다리를 건너간다. 이 다리가 말레이지와 태국의 국경인 셈이다. 작은 강이 다리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저 뒤편이 말레이지아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태국으로 가는 중이다.

 

 

 

 다리 한가운데의모습이다.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사람, 오토바이로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사람등 종류도 다양하다. 태국 출입국 관리소에서는 태국 입국 스탬프를 받았다. 입국 신고서는 당연히 써야 한다. 이럴 때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필요하다. 영어를 해독하지 못하면 이때 고생 좀 하게 될 것이다.

 

 

 

 태국 입국 수속을 밟은 뒤 드디어 태국 영토로 들어섰다. 여기가 태국 남동부 국경도시인 쑹가이 꼴록이다. 여긴 기차역이 있다. 당연히 우리들은 배낭을 매고 걷는다. 기차역까지의 거리는 약 800미터 정도 되므로 걸어가는 것이다.

 

 

 

 태국쪽 풍경이다. 덥다. 땀이 이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걷는다. 걸어서 국경넘기도 재미있으므로 한번은 경험해 볼만하다.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태국 출입국 관리사무소 뒤편에 마련된 작은 연못인데 엉성하고 조잡하다. 하여튼 태국은 느슨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꽉 짜여진 느낌이 드는 나라다. 백인들은 태국에서 느끼는 그런 느슨함과 엉성함이 좋다고 했다.

 

 

 우리는 나무 그늘로만 다닌다. 그래야 땀을 적게 흘리기 때문이다.

 

 

 

 준법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팀이므로 남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할 때 우리는 육교로 올라가서 도로를 건넜다. 그냥 무단횡단하고 싶지만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맸으니 행동이 느릴 수 밖에 없다. 아차하면 차에 치이게 되는 비극을 당할수도 있으므로 수고스럽더라도 육교를 건너는 것이다.

 

육교 위는 완전히 뭐 판이다. 이게 뭔가 말이다. 관리상태가 이렇다. 관리 상태로 보아서 사람들은 육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어이없는 동네다.

 

 

  

 육교 위에서 본 도로 모습이다. 왕복 6차선이니 잘못 무단횡단하면 사고나기 알맞지 않은가?

 

 

 

 기차역에 도착한 우리들은 배낭을 한곳에 모아두고 나서 기차표를 구하러 갔다. 여기 쑹가이 꼴록은 태국에서 제일 남쪽에 자리잡은 역이다. 외국인들 출입국이 잦은 역이어서 그런지 매표원은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오늘 오후 출발하는 기차로 후아힌을 가고 싶습니다. 언제 출발하고 어떤 종류의 좌석이 있는지요?
"오후 2시 20분에 있습니다. 일등칸 침대석이 있고요 3등칸 좌석이 있습니다. 2등칸은 매진입니다."

"요금은요?"

"1등칸은 1483바트, 3등칸은 337바트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일행과 의논해 본 뒤 표를 구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나는 숫자 암기에 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일이 다 메모를 하며 듣는다. 3등칸이 헐하므로 나는 3등칸을 타기로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앉아서 가는 것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하기사 지금 출발하면 도착시간은 내일 아침 5시 반이니 그럴만도 하다.

 

지금 이 사진에 보이는 기차는 일등칸이고 아래 사진에 나오는 기차는 3등칸이다. 겉모습부터가 다르다. 그렇지만 같은 열차번호로 편성이 되어 있으므로 시간은 같이 소요된다.

 

 

 

 결국 나 혼자서 3등칸을 타고 다른 네사람은 1등 침대칸을 타기로 했다. 요금 차이는 약 1100바트 정도인데 그 정도면 하루 생활비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3등칸을 택했다.

 

 기차표를 구한 뒤 이제는 식사를 하러 가야했다. 아직 한시간 가량 남아있으므로 두팀으로 나누어 식사를 하게 했다. 한 팀이 먼저 식사를 하고 오면 다른 팀이 가는 식이다. 나는 늦게 가서 역 앞 식당에서 볶음밥 한그릇으로 점심겸 아침을 해결하고 만다. 

 

 

 

 기차 발차시간 20여분 전에 일등칸 손님들은 미리 탑승하도록 안내를 해준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매표소 직원이 나를 찾아와서 일등칸 좌석의 여분이 남았는데 표를 바꾸겠느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예산 절약 차원에서 기어이 3등칸을 타기로 하고 그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3등칸 내부의 모습이다. 좌석 등받이는 그냥 수직으로 되어 있어서 불편하기 그지 없다. 태국 철로는 협궤이므로 기차가 작다. 그러니 좌석폭도 좁은 것이다. 한 좌석에 두사람이 앉으면 꽉 찬다. 천장엔 선풍기가 달려있었다. 기차가 서기만 하면 덥겠지만 달리면 바람이 들어오므로 괜찮을 것이다.

 

나는 선반에 내 배낭을 얹어두고 출발할때 까지 밖에 나가 쉬었다. 기차 안이 찜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시 15분이 되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했고 정시에 기차는 서서히 쑹가이꼴록 역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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