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출처 : http://wikitravel.org/en/Image:Map_PeninsularMalaysia.png>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고 다니다가 지도를 하나 구해왔다. 지도에서 초록색 선은 주 경계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그런 주마다 술탄들이 있어서 그 지역을 다스려왔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말레이반도 동해안의 티오만 섬에서 나와 이제 콴탄(Kuantan)을 거쳐 쿠알라 테렝가누(Kuala Terengganu)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다른 데를 볼 필요없이 지도의 오른쪽인 동해안을 보면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쿠알라 테렝가누까지만 가고 내일은 지도 제일 위에 표시되어 있는 코타 바루까지 갈 것이다. 거기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란타우 판장이라는 곳까지 가서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동거리가 제법 되지만 이정도는 약과다.
메르싱에서 우리들은 과자와 과일을 조금 샀다. 버스 안에서 몰려다니며 먹을 수 없으므로 조금씩 분배를 해서 각자가 먹을 것은 각자가 챙겨가지고 있도록 했다.
메르싱 버스 터미널에서 예정보다 20분 늦게 출발했으므로 처음부터 연발한 셈이다. 하여튼 오늘은 줄기차게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늦어지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문제가 된다.
이런 과일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꺼번에 소개하도록 한다. 버스를 탔으니 이젠 졸든지 자든지 구경을 하든지 해야 한다. 나는 론리 플래닛을 꺼내 보다가 졸다가를 반복했다.
차창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이어지지만 경치는 단조롭다. 야자수가 멋지게 늘어선 그런 바다는 상상 안하시는게 좋다. 그냥 시시한 해변이 다가왔다가는 멀어지고 멀어졌다가는 다가오는 식이다. 길가로는 그저 그런 집들이 주욱 이어져서 식상해지고 만다.
세시간을 달려서 드디어 콴탄에 도착했다. 만약 쿠알라룸푸르(KL)로 가려고 한다면 여기에서 버스를 갈아타는게 좋다. 우리와 같이 탔던 외국인 중에서 일부가 내렸다. 아마 그들은 KL로 가는 모양이다.
콴탄에서 쿠알라 테렝가누까지는 또 5시간 정도가 걸린단다. 그러니 지겹게 생겼다. 처음 얼마간은 4차선 고속도로인 것 같더니 나중에는 2차선으로 바뀌고 만다. 그러니 신나게 달릴 수도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시속 120킬로미터 이상은 달릴 수 있는 도로도 이 사람들은 거의 100킬로미터 내외의 속도로만 달린다. 여기서 한국식 조급증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가는데로 내버려두면 되는 것이다.
두시간 이상을 달리더니 길가에 있는 휴게소에 들렀는데 이건 휴게소도 아니고 쉼터도 아닌 그냥 허름한 가게 앞에다가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빨간 버스가 우리가 타고온 버스다.
어느 나라 회사 버스인지 열심히 살펴봐도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말레이지아 회사 제품으로 결론을 내렸다.
길 건너편엔 모스크가 자리 잡았다. 모스크는 번듯하게 만들어 두었는데 정작 인간이 휴식해야 할 공간은 왜 이리 초라한지 모르겠다. 나같은 어설픈 인간이 시비를 걸면 혹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게 아니란다."
그렇다. 인간은 먹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사는 동물이 아니다.
길 바로 건너편은 야자 숲이었고 숲속엔 샬레 모습의 작은 집들이 숨어 있었다. 우린 보통 저런 집들을 방갈로라고 부르는데 방갈로는 벵골 사람들의 집 형식이라는 말뜻이라고 한다.
도로가의 풍경이 조금은 이해가 되시지 싶다. 한 20분 쉬었으니 또 가야지. 으이구, 이 사람들 에어컨은 강력하다 못해 얼어 죽을 지경이다. 바깥에서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여름에서 겨울로 그냥 가는 것과 똑 같다.
말레이지아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쁘렝띠안(=영어식으로는 프리헨시안)섬으로 가는 사람들은 중간에서 내렸다. 우리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에 여유가 없으니 어쩔수 없이 계속 북상해야만 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다시 북쪽으로 내빼기 시작했다. 그저 꾸준히 올라간다. 지겹게 올라가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가 한번씩은 소나기를 맞기도 했다.
다시 개이고......
쿠알라 테렝가누 주에 들어서자 석유시추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 이 지방은 석유가 생산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돈이 돈다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길가로 골프장이 나타나는가하면 세련된 고급주택 단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역시 돈이 있어야 된다.
우뚝 솟은 시추탑 위로 가스불이 타고 있었다. 말레이지아도 자원 대국이라고 한다. 하긴 이나라 영토가 말레이 반도에만 영토가 있는 것이 아니니 그럴만도 하다. 말레이지아가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은 무궁무진한 모양이다. 인도네시아도 그렇다고 하는데 선진국이 못되고 있으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라고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거대한 정유시설들이 도로 양쪽에 늘어선 곳도 있었다.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데 목적지에는 도착할 낌새가 안보인다. 자연히 도로가에 박아둔 이정표만 줄기차게 살피게 된다. 그러다가 드디어 쿠알라 테렝가누 30킬로미터 하는 식으로 쓰여진 푯말을 찾아내게 되자 반가움에 눈이 번쩍 떠졌다.
2차선 도로이니 자동차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8시가 넘어서서야 쿠알라 테렝가누에 도착했다. 이젠 하루 몸을 눕힐 여관을 구해야 한다. 사방이 캄캄해졌으므로 무작정 돌아다닐 처지가 못된다.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해야하므로 반드시 터미널 부근에 머물러야 했는데.....
호텔 표지를 보고 찾아간 처음 호텔은 만원이었다. 풀이란다. 이거 참 곤란하게 생겼다. 자세히 살펴봐도 이 부근에는 호텔 간판이 잘 보이질 않는다. 배낭을 풀어놓고 청년 한명을 데리고 호텔찾아 삼만리 모험길에 나섰다.
사람들에게 묻어가며 찾아 다니다가 영어가 조금 되는 아줌마를 만나서 따라 가보았다. 길가 허름한 집 이층에 올라가는데 따라 들어가보니 맙소사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구석엔 거미줄이 쳐져 있고 방바닥은 시멘트 바닥 그대로인데 한쪽 구석엔 70년대 학교 체육 시간에나 썼음직한 낡고 구멍난 매트리스 한장이 달랑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모기장은 당연히 없고 사방엔 창문하나 없다. 벽면 제일 위엔 환풍용 구멍이 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방충망도 달려 있지 않았다. 그런 방을 일인당 15링깃이나 부른다. 아 참 손바닥만한 선풍기 한대가 우릴 맞이하고 있긴 했다. 같이 들어간 청년은 기겁을 한다.
"이런 곳에 자느니 차라리 터미널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중국인티가 나는 이 아줌마는 줄기차게 여기 묵으라고 권해왔다. 아! 중국계 상인들의 이 놀라운 상술이여! 자세히 보니 말레이 현지 사람들은 거의 이런 방에 묵는 모양이었다. 아까 처음에 가본 여관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고 일가족이 있는 것을 보았었다.
이것 참 큰일이다. 아까보니까 터미널 건물도 변변치 않았었는데..... 거기서는 노숙 하기도 힘들던데..... 그렇다면 어떻게 하든지간에 여관을 구해야 한다. 길가에 자리잡은 약국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저쪽 모서리를 틀면 여관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청년 박군과 함께 찾아가 보았다.
호텔 표지가 선명한데 백인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론리 플래닛에는 쿠알라 테렝가누에 이런 여관이 있다는 정보가 없었지 싶은데 백인들이 모여 앉아 있으니 어이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론리 플래닛에 나와 있는 호텔이라고 자랑스레 써놓은 것은 물론이고 시설도 그럴듯한 제법 번듯한 여관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들어서면서 보니까 아침에 티오만 섬에서부터 같이 보트를 탔고 버스까지 같이 타고온 프랑스인 부부가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역시 그네들은 참 빠르다.
방에 관한 조건을 따질 필요도 없었는데 참으로 공교롭게도 방이 마지막으로 딱 두칸 남아 있었다. 선풍기 방이란다. 3인실 하나, 2인실 하나다. 이건 우리를 위해 남겨진 방 아닌가? 가격은? 이 마당에 가격이 문제일까 마는 방 두칸 모두 합쳐서 51링깃이란다. 한사람당 10링깃이면 된다는 말 아닌가?
참으로 우린 일이 잘 풀리는 사람들이다. 일단 예약을 해두고 방 열쇠를 받았다. 올라가보니 깔끔하고도 깨끗하다. 10분 뒤에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해둔 뒤 일행을 데리고 와서 짐을 풀었다.
이젠 먹으러 가야한다. 호텔 레스토랑도 좋았지만 부근에 중국인 가게가 있을 것만 같아 살펴보았다. 역시 우리는 찾아내고 만다. 손님이 바글바글거리는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는데 매니저 역할을 하는 할머니의 영어가 얼마나 유창했는지 모른다.
나는 똠얌 수프와 맨밥을 시켰는데 음식맛까지 환상적이었던 것이다. 음식 양도 많아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맛있게, 정말 맛있게 식사를 했었다. 그런데 먹는 것에 바빠 사진한장 못남겼으니...... 에효~~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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