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다면 다음 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편하게 자야만 한다. 아침에는 그저 잠자리를 구해놓고 큰 배낭부터 맡겨두어야 한다. 가능하면 샤워라도 한번 하고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묵을 곳이라면 잠자리를 먼저 구해두는 것이 여행의 정석이니 만큼 빨리 잠자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쉽게도 싱가포르가 선진국으로 자리 잡고 나서부터 배낭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점점 사라져 간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돈을 절약한다면 그건 잠자는 곳의 등급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법이다. 싱가포르에서 배낭 여행자 숙소로 소문난 곳은 오처드 로드를 접어들기 전에 있는 벤쿨렌 거리였다. 8년 전 상황은 이랬었다. 그때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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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밤에 한 사람 당 1만 원 정도로 묵을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만 우리에게 그런 방이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빠르지 싶다. 예전에 YMCA부근에서 버스를 내려 Waffle's homestay를 찾아갔더니 맙소사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런 후진 시설이 이 싱가포르에 또 있는가 싶다.
이름 그대로 민박시설이나 다름없다. 영국의 B&B 정도는 여기에 비하면 완전 최상급 호텔이다. 인도인이 경영하는 식당 건물 위의 2층과 3층을 쓰는데 시설은 낡은 편이었다. 카운터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안 보여서 자세히 훑어보았더니 카운터 위의 종을 흔들어 달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종소리를 듣고 내다본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백인 아가씨 둘이다. 손님인 모양이다. 카운터 반대쪽을 보니 세탁실 비슷한 곳이 있었고 그곳을 들어가 보니 나보다 더 까만 남국의 총각아저씨가 상큼한 미소를 지어왔다.
"주인은 어디 있습니까?"
"다른 곳에 일 보고 있을 텐데, 제가 전화해드리죠."
그러더니 자기 전화카드를 꺼내 연락을 해준다.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출신의 선원이다. 배를 타기 위해 대기 중인데 사마랑 지역 출신이라고 자기소개를 해왔다. 얼마 뒤에 인도 계통의 얼굴모습을 지닌 아가씨가 왔다. 아래층이 인도인 식당이니 이야기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선풍기가 천장에 붙어있는 방을 보여주며 26달러를 부른다. 너무 후지고 지저분하다. 무엇보다 창문이 없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그다음에 구경한 방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30달러이다.
그 정도 가격이라고 해도 우리 돈으로 치자면 일인당 11000원은 된다. 싱가포르 물가도 만만찮다는 것을 단번에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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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05년 싱가포르 여행에서 묵은 호텔>
이젠 싱가포르에서 그런 여관을 찾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 되었다. 아직도 그런 곳이 있긴 있을 것이지만 위험하므로 안 가는 것이 낫지 싶다.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잠자리 수준을 올려서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 머무르기 바란다. 이번 2005년에 우리들은 4성급 호텔에 묵었다. 우리가 비행기표를 끊은 경주 에이스 여행사의 황사장님이 특별히 신경을 쓰셔서 공짜 호텔을 제공해 주셨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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