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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세월안고 산에 가기

by 깜쌤 2006. 6. 29.

 

 

선생으로서 푸른 꿈을 안고 첫 발령을 받은 것이 어제 같습니다.

어리버리한 시골 촌뜨기가 선생으로서

귀한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지만

너무 모르고 모자람만 가득해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습니다.

 

처음 졸업시켜 보낸 아이들이 이젠 4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

같이 산에라도 한번 가자기에 그냥 멋모르고 따라 나섰습니다. 

 

 

 

 

 

경주 부근 단석산에 올랐습니다.

세월은 나혼자만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안그런가 봅니다.

벌써 대학생 자녀를 둔 아줌마도 있다고 합니다.

거의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두었습니다.

 

 

 

 

 

 

단석산 신선사에서 잠시 쉬었다가 갑니다.

 

 

 

 

 

나는 제자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좀 뭣한 말이지만 내가 스승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은 인품과 실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제자라는 말을 입에 담기가 거북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 속에서 중심세대가 되어버린 어른을 보고

아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줌마가 넷이나 있으니 온갖 음식솜씨를 발휘하여

얼마나 맛깔스럽게 잘 차렸는지 모릅니다.

 

나는 일찍 일정이 끝나면 간단히 점심이라도 대접해야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빌린 현금을 품에 넣고 달랑 음료수 몇개만 준비해 왔으니

이럴땐 정말 부끄러워집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부끄러움도 함께 삼켰습니다.

 

 

 

 

 

 

일행중엔 고속철도 공사 책임자도 있더군요.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아줌마도 있습니다.

모두 열심히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들으니 그저 흐뭇하기만 합니다.

산밑으로 고속철도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산밑 동네에는 추억의 전화기가

세월을 먹고 혼자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이제 이만큼 늙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일정이 바빠서

식사한끼 대접 못하고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마음 한구석엔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월급은 내가 좀 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빈손으로 보냈으니 정말이지 더욱 더 부끄러워집니다.

 

부담없이 같이 걸어본 순간들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모두들 삶속에

행복이 조롱조롱

열리고 맺히기를 빌어둡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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