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터키의 국부로 존경받는 케말 파샤는 새로운 공화국 터키의 수도로 앙카라를 지목했다. 당시에는 인구 2만명 정도의 보잘 것 없는 작은 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300만을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터키 국토의 한복판은 아니더라도 중앙 정도의 위치에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오토가르에 도착했다. 앙카라 버스정류장은 비행장 개념으로 만들어진 버스 터미널이다. 도착하는 버스는 1층, 출발하는 버스는 2층이라는 식으로 구별되어 있다. 규모도 대단하다. 우리는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유학생 부부를 만났다.
부인되시는 분은 내가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했을때 이스탄불에서 방을 구하러 갔다가 호텔로비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아는 얼굴 하나 없는 낯선 다른 나라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터키에 대해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계시던 그분은 결국 터키에 와서 살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갈라디아 지방은 오늘날의 앙카라 부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것을 알고 갈라디아서를 읽어보면 남다른 감회를 느끼지 싶다. 우린 택시를 탔다. 유학생 내외분이 예약해둔 퓌우스 호텔로 직행했고 방을 배정받은 뒤 짐을 풀었다.
이번에는 조금 고급으로 묵는다. 1인당 20달러이니 에어칸까지 빵빵하다. 우리 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은 현대자동차 딜러가 운영하는 차고같았다. 새차들이 가지런하게 줄을 맞추어 정렬해 있었다. 감회가 새롭다.
사방은 집들로 둘러쌓여 있다. 터키 특유의 작은 아파트 형식을 갖춘 건물들이 겹겹이 들어차 있다.
여긴 신시가지 쪽이다. 도심은 아니고 변두리 부근이지만 오토가르가 가까우니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호텔 뒷마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럴땐 케밥을 먹는게 제일 낫다. 늦은 점심이어서 그런지 맛이 넘쳤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구시가지 관광을 나섰다. 오늘은 내가 마음이 제일 편한 사람이다.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인솔자가 있는 여행은 엄청 편할수밖에 없다. 내가 복터진 사람이다.
호텔 부근에서 돌무쉬(=근거리용 미니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를 향해 달렸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구시가지의 울루스 지역이다. 돌무쉬 종점까지 가면 되는 것이다. 요금은 한사람당 1.2리라이니 그렇게 싼 요금은 아니다.
사실 앙카라는 관광도시가 아니어서 볼만한게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울루스에는 예전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조금 남아있어서 잘 찾아보면 볼거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하다.
구시가지 성채 부근에는 아나톨리아 박물관이 볼만한데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에 넣을 수가 없었다. 나야 이미 두번이나 방문해 본 장소여서 대강 기억은 나는 편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못보고 가는 우리 팀멤버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울루스 지역쪽은 조금 후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긴 사람사는 듯한 맛이 있고 터키 서민들이 내뿜는 멋이 넘쳐나는 곳이다. 우리들은 큰 도로를 벗어나 성채로 올라가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엔 작은 가게들이 무리지어 있다. 시설이야 낡고 후지지만 이런 곳을 보는 것이 민초들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여서 의미는 훨씬 더 크다.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이젠 성문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지만 예전 성안의 모습을 대강은 짐작해 볼수 있어서 좋다.
요새 속에는 여기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아이들이 떼거리로 모여 있다.
조금씩 높이 올라갈수록 앙카라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요새 군데군데에는 작은 물건이나마 진열해두고 찾아주는 손길을 기다리는 장사치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요새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빈곤층이지 싶다.
드디어 우리들은 제일 높은 성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벽에 올라보면 앙카라 시내가 환하게 다 보인다. 앙카라는 언덕 위에 만들어진 도시 같다. 작은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도시가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무계획적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성채 부근에는 붉은 색 지붕을 가진 집들이 빈틈없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할일 없는 아이들은 성벽위에 와서 놀기도 했다.
한쪽으로는 달동네가 자리 잡았다. 70년대의 서울 변두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나름대로 이룩하고자 하는 간절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 곳, 그곳이 달동네다.
모두 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인간은 다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므로....
동네 중간중간엔 모스크가 자리 잡았다.
달동네 너머로는 중산층들의 거주지인 작은 아파트들이 모여 있었다.
마침내 그 너머로는 산들이 나타났고......
요새의 일부분은 무너져 내려 앉았다.
무엇인가 조금 어설프게 보이는 도시가 앙카라이다.
성채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했다.
한동안 쉬면서 터키의 발전을 위해, 영적인 부흥을 위해 기도하던 우리들은 내려가기로 했다.
다시 골목을 지나서 내려간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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