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오늘은 주일이다. 출발할 때부터 우리 멤버들에게 예고해 온대로 오늘은 젤베 오픈 에어 뮤지엄(=젤베 야외 박물관)에 가서 야외예배를 드리고 하루종일 탐방해볼 예정이다. 날이 뜨거워지기전에 출발해서 일찍 일정을 끝내야 했다.
호텔 옥상에서 보았더니 호텔 바로 앞 공터엔 열기구를 실은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몇사람이나 탔는지 모르겠다.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제 계절은 늦여름으로 접어든다는 기분이 든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태양은 우리들에게 마지막 불볕더위와 달콤한 과일을 선사하고자 하는 모양이다.
도로가엔 코스모스와 접시꽃이 가득하다. 확실히 터키의 풍경에서 우러나오는 정취는 우리나라와 닮은데가 많다.
히잡을 두른 아줌마는 어디로 외출하려는지 모르겠다.
오스만씨가 젤베까지 태워주기로 했다. 물론 공짜다.
호텔 정원에도 가을 꽃이 슬슬 고개를 든다.
골목엔 고즈녁한 아침 풍경이 자리잡았다. 오스만씨의 승용차를 탄 우리들은 차부신 마을을 거쳐 어렵잖게 젤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 붉은 빛이 나는 흙들과 봉우리들이 가득하다. 확실히 누가봐도 물과 바람에 침식된 지형임이 틀림없다. 어제 나는 산봉우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으므로 제법 눈에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장료는 일인당 5리라였다. 표를 사서 입장하면 엄청난 규모의 골짜기가 맞아준다. 여기말고 괴레메 야외 박물관도 있는데 그쪽도 괜찮은 장소이다.
보통 단체관광객들은 괴레메 야외 박물관으로 많이 몰려든다. 여기도 상당히 괜찮은 곳이므로 꼭 방문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장소 가운데 하나이다.
좌우 계곡으로는 수많은 교회와 주거지 흔적이 가득하다. 규모와 수가 워낙 크고 엄청나므로 골짜기 전체를 야외 박물관으로 지정해버린 것이다.
이곳도 절벽을 깎고 흙벽을 깎아서 수도원 시설을 만들기도 하고 개인 거주 공간을 만들기도 했던 흔적이 수두룩하다. 제일 처음에 만난 물고기 교회 터에서 야외예배를 드렸다.
동행한 교역자가 없으니 우리끼리 드리는 예배이지만 감격과 은혜가 가득했다. 때와 장소가 저절로 은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리라.
하나하나 일일이 다 소개하기가 어려우므로 이제부터는 사진을 중심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그냥 한번 주욱 보시기 바란다.
예배를 드린 후 우리들은 보고 싶은 장소를 골라서 보기로 했다.
커다란 골짜기 속에 작은 골짜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지만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입구가 하나뿐이지 않은가?
이런 곳은 부엌터이지 싶다. 그을름이 묻어나기도 했다.
버스가 보이는 쪽이 입구이다.
곳곳에 수많은 길과 통로가 있어서 여기저기 들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카파도키아에는 12세기까지만 해도 소수의 그리스도교인들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8,9 세기 정도만 해도 이미 중동지방의 어지간한 곳은 이슬람화 되어 있었던 형편이므로 그때까지 남아 있었던 그리스도교인들은 엄청난 박해를 긱오하고 살아나갔으리라.
어떤 학자들은 이슬람이 상당히 관용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타당한 표현은 아니다. 오늘날 이슬람 국가에서 그리스도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인도네시아만해도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탄압이 상당하지 않은가? 우리들이 보는 일반 언론매체에는 그런 뉴스가 잘 등장하지 않으므로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하는 분들도 상당하리라 생각한다.
터키에는 이제 그리스도교인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 유적들도 방치되고 있는 곳이 많고......
우리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교회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한번씩은 뒤를 돌아다 보며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고.....
어제 나는 저 위에서 여기를 내려다 보았던 것이다.
여긴 예전에 그림을 그렸던 염료들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핍박을 피해, 그리고 기도와 수련을 통해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수도승들은 이런 곳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으리라.
저 산 위에서 미끄러지면 여기까지 바닥까지 그대로 낙하하지 싶다. 어제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떤 봉우리들은 무너진 그대로 남아있기도 했다. 군데군데 붙어 있는 경고판에는 동굴 붕괴의 위험성을 알리기도 한다.
저런 곳은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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