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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카파도키아 17

by 깜쌤 2006. 6. 7.

묘지에 대해 유독 집착을 하고 신경을 쓰는 것이 우리들 한국인이 아닌가 싶다. 묘터와 집터에 대한 관심이 풍수지리로 나타나더니 이제는 학문으로 발전하여 풍수지리학이라는 학문영역이 있다고도 들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길가에다가 무덤을 만들어 자랑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고대도시 유적지에 가보면 도시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깨어지고 버려진 무덤들이 즐비함을 볼 수 있다. 세월이 가면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것인데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싶다. 

 

  

이 사람들은 마을 밖에다가 공동묘지를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유럽인들 만큼 아름답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호화스런 무덤도 있긴 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묻히리라. 

 

하지만 묻히는 것도 우리 세대에는 일종의 호사임에는 틀림없으리라. 죽는 복이라도 있어야 아들딸이 묻어주지 잘 죽는 복이라도 없으면 모차르트 시신마냥 마구잡이로 비참하게 구덩이에 던져지는 수도 있으리라. 

 

 

히잡 비슷하게 머리에 검은 천을 두른 여자 둘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터키인일까? 나는 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거의 보질 못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이 양반은 663년을 살았다고 되어있지 않은가? 어허허허허~~ 나 당장 이 동네로 이사와야겠다. 여긴 세계 최고의 장수촌임이 틀림없다.

 

 

무슨 무덤 사진이 이렇게 즐비한가하고 언짢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터키인들의 장지 문화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아서 그냥 사진으로 소개해 본다.

 

무덤이 싫으신 분들은 스크롤바를 밑으로 주욱 잡아당겨서 아래로 내려가시기 바란다. 그런대로 괜찮은 사진들이 밑에 있기 때문이다.

 

 

메흐메트 피쉬킨이라..... 이분은 남자였으리라. 이름이 그렇다. 오른쪽은 여자 이름같다.

 

 

집을 짓는 모습이 우리 한국인들과 비슷하다. 무덤가의 집이어서 조금은 으스스할지 모르겠다. 우리네 시골집을 연상시킨다.

 

 

 

텔레비전 안테나 대신에 위성 수신 접시 안테나가 있는 집들이 많았다. 집 속은 어떤지 궁금했지만 이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남의 남자들을 자기집으로 초대하는 법이 없는 것 같으니 알아내기는 그른 일이다.

 

 

 

이 분은 거의 한세기를 사셨다. 자세히 보니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았다.

 

 

 

이 청년은 꽃다운 청춘에 꺾여버렸다. 아깝다.

 

 

 

이 분은 정말 한세기를 사셨다. 확실히 이 동네는 장수촌 같다.

 

 

 

이 분도 89세까지 사셨으니 장수한 편이다. 차부신 마을로 이사가야겠다.

 

 

 

공동묘지를 벗어난 나는 한적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냥 혼자 살방살방 걷는 것이다. 태양이 뜨거워도 걷는 맛이 난다.

 

길이 아름다웠으므로.....

정말 아름다웠으므로..... 

너무 수수하게 아름다웠으므로.....

 

 

 

미루나무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위로 뭉게구름이 걸렸다. 여름날에 뭉게구름을 본 것이 얼마나 오랫만인지 모른다. 

 

 

 

꽃구름이 피어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어렸을때 워낙 많이 보아온 모습이지 않았던가? 

 

 

땅엔 거름기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농사가 된다. 그렇다면 토질 자체가 비옥하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 저 산위를 걸었던 것이다.

 

 

머얼리 우치사르가 보인다. 타박타박 걷기 싫어서 일부러 뚜벅뚜벅 걸어보지만 이내 기운이 빠지고 만다. 기운이 빠지니 자연히 터덜터덜 걷는다.

 

 

슬쩍 지나가는 바람에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살랑거렸다. 이파리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지나온 길 뒤쪽으로 차부신 마을이 아스라히 사라져갔다.

 

 

 

우기가 되면 도랑에 물기가 있긴 있나보다. 작은 미루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오른쪽 저 멀리로는 화이트밸리의 끝자락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산다는 게 이런 길을 걷는것이 아닌가 싶다.

 

 

멜론하나 따먹어 보려다가 참았다. 농부가 흘린 땀방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길엔 그늘 한점 없다. 그러니 그저 휘적휘적 걸어나가야 한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걷는다. 몸은 고달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런 날이 좋다. 이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시 한번 실크로드의 사막을 조금 걸어볼까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괴레메 마을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산쪽으로는 여러 계곡의 입구들이 유혹하듯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더 걸어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차부신 마을이여 안녕!

 

 

안녕! 머얼리 아바노스 마을 뒷산 꼭대기 부근으로 구름 그림자가 스쳐 지나고 있었다.

 

 

 

어리

버리